<4발가락> 옹호해보기!
글: 강병융
2002년 0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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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우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요즘 영화판 최대의 이슈이자, 화두는 ‘캐스팅’이다. 기획되고 있는 영화의 대부분이 바로 ‘캐스팅’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한다. 최근 갑작스러운 호황에 예년보다 많은 영화들이 기획되고 있지만, 배우의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소위, 배우기근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기획되는 영화에 비해, 배우들은 터무니 없이 부족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태를 타결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신인발굴이나, 아님 다른 매체의 배우들은 흡수하는 일, 조연급 배우들은 주연으로 캐스팅 하는 일 등이다. <4발가락>이 택한 것은 두번째와 세번째 방법이다. 허준호, 박준규, 이원종의 경우는 기존 영화에서 조연으로 활약했고, <4발가락>에서 일약 주연이 되었다. 이창훈의 경우는 TV에서 영화로 매체를 확장한 경우이다. 결국 스크린의 주연으로는 어색한 네명의 남자를 내세운다. 이것만으로도 <4발가락>이 의미 있는 작업을 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영화가 그러한 시도에서 만족하지만은 않는다. 허준호, 박준규는 본연의 연기력을 발휘하고, 이원종은 전까지 감초 조연의 모습은 이번 작품을 통해 확대한다. 이창훈의 경우, 가장 큰 연기 변신을 했는데, 그 동안 보여줬던, 샌님 같은 혹은 귀공자 같은 이미지를 접고, 본격 ‘깽’으로서 모습을 구현한다.
2. 관객을 위한 작품
모든 아니 대부분 영화가 관객들은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특히 관객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철저히 관객을 웃기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한 덜 지루하도록 배려했다. 물론 그 사이엔 어색함과 어설픔 또 플롯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 시도는 눈물겹다.
영화는 시종일관 웃기에 치중한다. 그리고 지루함을 근절하기 위해, 적당히 쳅터를 구분했다. 결국 관객들은 ‘조폭 시트콤’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영화는 호기심 자극으로 출발한다. 조폭에 관한 궁금증을 유머러스하게 해결하면서 영화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 대답 속에 플롯을 엮어 사건과 연결한다. 군데 군데 선대(?)의 조폭 영화들은 보기 좋게 짜집기도했다. 또한 바텐더와 웨이터를 통해, 보통 사람이 양념 같은 개그를 덧붙였다. 결국 이 영화는 시종일관 ‘웃기기’와 ‘놀래기’에 충실한다. 어설픈 ‘설’이나 잠언적인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다. 철저히 영화를 오락 내지는 농꺼리로 생각하는 관객을 위해 만들어져있다.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솔직한 영화일 수 도 있다.
3.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전술한 내용들이 조금 억지스러운 옹호라면,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감상에 치중한 옹호이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4명의 캐릭터 때문이다. 네명은 각각 아주 개성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의리’, ‘무모’라는 공동의 캐릭터가 있다.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좋다. 마치 어릴 적 아니 지금까지도 이어져온 우리 세계(?)의 우정과도 같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지닌 우정을 빙자한 무모함, 어거지, 엽기 행각 등을 잘보여주고 있다. 친구들과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다들 동조하고 웃었던 기억이 있을 정도였다.
결국 내가 이 영화를, 분명 ‘허접’하다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이유는 이러한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다. 함께 발가락을 자를 정도의 친구들이 있는 이유, 아니 나만 발가락이 다섯개라면 내 발가락을 하나 기꺼이 강제로 잘라버릴 녀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4발가락>은 우정을 다룬 영화이고, 극단적으로, 유치하긴 하지만 사랑스러운 일면이 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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