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축구> 이제 그만!
글: 이윤형
2002년 0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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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축구>식 구조로는 <이장호의 외인구단>이 가장 유명하고 최근에는 <교도소 월드컵>이 가장 닮았다. 그렇다면 <소림축구>에 남아있는, 말도 안 되는 코믹 영화로 흥행에 성공을 하는 한국의 몇몇 감독들이 흠모해 마지않는 '주성치식' 코미디의 힘은 얼마나 셀까.
그저 그렇다. 주성치가 출연하거나 감독을 한 영화들이 항상 그래왔던 것의 연장밖에는 되지 않는다. 지극히 남성적인 성욕에 기댄 영화들을 만드는 틴토 브라스 감독에게 어떤 평론가가 ‘자신의 스타일을 울궈먹는(우려먹는)다’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주성치 역시 같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희극지왕>에서 그 동안의 코미디를 총 정리하는 듯 싶더니 다시 또 <소림축구>라는 비슷한 스타일의 코미디를 구사하는 영화를 만들어 낸 건 분명 자신의 스타일을 우려먹는 것이다.
주성치가 뿜어내는 코믹스러움은 쉽게 식상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아직까지 주성치의 힘이 몇몇 이해할 수 없는 적응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옹호되는 걸 거다. 쉽게 식상해지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행동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 미워할 수 없는, 언제나 불쌍한 인간인 주인공. 그리고 그가 행하는 고통이나 슬픔에서의 액션이 아닌 웃음에서 나오는 의외로 멋진 액션이 갖는 코믹한 여유로움 등등 때문이다. <소림축구>는 이런 면에서는 단연 그의 영화 중 손꼽힐 만큼의 작품이다. 가장 엉뚱한 코믹이 있고 가장 멋들어진 액션이 있으니까.
하지만, 왜? 왜 그저 그럴까? 정답은, 이제는 예상하니까.
이야기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주성치식 코미디가 웃기는 이유를 이해하고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주인공은 불쌍하고 또, 그 혹은 그의 주변 사람의 액션이 왜 멋있는 지를 이해하게 됐으니 더 이상은 웃기지 않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코미디가 주무기였는데 이젠 이해하게 됐으니 ‘웃는’ 게 아니라 ‘웃어주는’ 게 맞을 것이다. ‘꽤’ 웃기지만 주성치에게 기대한 게 너무 큰 나머지 그저 그런 주성치의 코미디에 박장대소하는 대신 내 기대에 대한 나의 답례로 아주 약간 ‘웃어주게’될 것이다.
주성치가 출연한 영화에서 주성치를 빼놓고 얘기하는 게 말도 안 됐던 것처럼 이제 모두 이해하게 된 주성치의 코미디를 빼고 이 영화에 남는 건 없다. 그저 웃음에서 나오는 액션에 조금 더 한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들, 간만에 얼굴 보이는 ‘오맹달’ 아저씨. 잠깐 등장해 기대 이하의 웃음도 못 주고 들어가 버리는 장백지와 막문위. 결국 이 영화는 ‘새로운 시도’나 ‘기발한 상상력’따위의 말을 꺼낼 이유가 없는 그저 그런 ‘비주얼의 효과’밖에는 없다.
주성치의 매니아는 그가 바뀌길 바랄 거다. 웃음에 있어 (다른 것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유행이란 걸 바꾸는 것은 ‘새로운 세대’가 아니라 ‘적응한 세대’가 아닐까. 이미 주성치의 영화를 많이 봐온 사람은 21세기의 코미디를 보고싶어 하지 않을까. 지금은 21세기다. 2002년에도 사람이 태어난다. 더 이상 때리고 맞고 넘어지는 코미디에 웃어주지 않는 것처럼 주성치의 코미디는 21세기로 넘어와야 한다. 21세기에 가능해진 화려한 비주얼이 주성치를 21세기로 옮겨다 주지는 못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진짜 스타’인 주성치의 ‘주성치식 코미디’는 이제 그만!! 진짜 스타는 변주의 재능도 갖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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