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한번 2002> 고통이 수반되지 않은 재탕
글: 이종열
2002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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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에는 쉽게 먹고자 하는 재탕이 아닌 역시 고통이 수반된 재창조의 작업이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관객이 영화를 보는 중에 자꾸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비교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가급적 새롭고 신선함 맛에 심취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미 일본영화 <링>과 <비밀의 화원>을 각기 리메이크한 <링>과 <산전수전>은 이 중요성을 몸소 잘 증명해 보였었다.
그럼에도 <미워도 2002>는 여주인공의 직업과 남성상, 그리고 일부설정만 고친 채 옛 기억을 고스란히 불러온다. 아무리 한국관객이 멜로에 약하다지만 시간은 벌써 30년이나 흘렀고 세상은 그만큼 변했다. 영화가 끌고 온 유부남의 아이를 가진 여자와 홀로서기가 여전히 현재에도 매력적인 소재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더 이상, 바뀐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지 않음을 볼 때 영화는 시대와 어긋나는 신파가 되고 만다.
또한 관습적인 카메라 워킹과 흡인력 없는 연기는 자꾸만 옛 기억을 상기시키면서 영화가 의도하지 않았던 웃음을 흘리게 만든다. 게다가 이승연과 이경영이라는 트러블메이커의 사건과 실화(음주운전, 뺑소니 사망 사고 구설수, 이혼, 원조교제 혐의 등)가 주는 기억은 영화를 이해하는 시각을 이상한 쪽으로 이끌기도 해, 역시 우스꽝스런 순간을 만들곤 한다.
그럼에도 <미워도 2002>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은 순전히 주인공 아역배우의 호연에 힘입은 바 크다. 그리고 인정에 약한 한국 관객의 여리고 착한 심성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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