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스터데이> 돈벌어 오랬더니 예술을 했다


글: 이종열
2002년 06월 07일

돈 벌어오라구 제작비 엄청(80억) 대줬더니 감독은 예술을 했다. 아니 바로 말해 아트인 척 했다. 아니 웬 폼을 그렇게 잡았는가 모르겠다. 한 두 푼도 아닌 남의 큰 돈을 가지고 말이다.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예스터데이>는 근 미래인 AD 2020년을 배경으로 한 SF 범죄영화다. 영화는 첨단범죄로서 복제인간 실험문제를 다루는데 이는 사실 그동안 여러 장르에서 익히 다루어 왔고, 그 와중에 <블레이드 러너>라든지 <몬스터>와 같은 걸작이 소개되기도 한, 그래서 이제는 단물이 빠질 정도로 빠진 진부해진 소재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뭔가 새로운 얘기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는 다 아는 얘기를 어렵게 풀어내고 있다.

<예스터데이>는 그러나 비쥬얼적인 면에선 이제까지 한국영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완성도를 자랑한다. CF감독 출신답게 매력적으로 근 미래에 대한 분위기를 잘 잡아냈다. 시간을 지우고 공간을 지우고, 가보지 않은 새로운 시공간을 구축해낸 점은 분명 칭찬해주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분위기 안에 건물 외의 인물이 세워지고 캐릭터가 형성되고, 그들이 움직임에 따라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자기 색이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기엔 대신 익히 보아온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또 영화는 너무 분위기에 치중한 나머지 대부분의 캐릭터를 전부 심각하게 만들어 놓았다.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도 칙칙한데 인물까지 무게를 잡고 있으니 숨막히다 못해 결국엔 지쳐, 졸음이 엄습해 오기까지 한다.

제 아무리 돈을 쳐 발라도 그게 그거인 거 싶고, 봤던 것이고 하면 눈은 휘둥그레지지 않는다. 그저 영화관을 어서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만 간절하게 들게 만들뿐이지. <예스터데이>는 너무나 많은 돈을 가지고 비쥬얼 실험만 제대로 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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