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글: 조상범 1997년 09월 01일 감독: 이현승 / 제작: 김용석 출연: 채시라, 문성근, 양금석 러닝타임: 107분 / 우림영상, 유레카 필름 줄거리: 사회초년생 상민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김원을 사랑한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출판사를 내버려둔채 사라져버린 원을 가슴에 묻어두고 상민은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입사하게 되고 그곳에서 서지훤부장과 김규환 CF감독을 만나게 된다. 상민은 규환과의 지속적인 접촉으로 인해 자극을 받으며 일에의 투지를 불태워 가는데, 그런 그녀에게 중요한 프로젝트가 맡겨지고 규환과의 경쟁과 협조, 그리고 미묘한 감정들을 정리하면서 일에 몰두하기를 몇달, 성공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광고는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차츰 서부장을 닮아가는 상민앞에 김원이 불쑥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고 임신을 하게된 상민은 아이를 지울 결심으로 아프리카로 휴가를 떠나는데...... '그대안의 블루'라는 영화로 국내 영화계에서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 으킨 남성 페미니즘 스타일리스트 (과연 이런 대접이 맞을까 모르지만) '이현승' 감독의 두번째 작품은 전작에서 들어났던 남성의 지배논리하 에 여성을 성공시킨다는 견해를 유지하는 작품이다.
'이현승' 그는 누구인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탓에 유난히 색채가 강조되고 조명또한 강렬한 원색의 사용과 대비를 보여줌으로서 이야기 구조 상에서나 인물의 심리적인 면을 표출하는데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다. 이 작품에서도 김규환 감독(문성근분)과 이상민(채시라분)의 첫 만남에서 보여지는 세트의 극렬한 붉은색(계단)과 노란색(전화박스)의 대비와 옥상 씨퀀스에서의 네온불빛이 돌아감에 따라 바뀌는 조명의 색채등은 스파이크 리에서 볼수 있는 원색적인 화면을 떠올리게 하였고 감독은 남녀간의 평등문제가 (인간적인 평등) 유색인종 차별문제와 연관시킬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있다는 것을 말하려함이 아닌가 한 다. 하여튼 영화 전반에 걸쳐 조명의 색조와 스튜디오의 색채는 유난히 눈에 띄었고 씨에프라는 환상이면서 거짓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작자의 의도라 짐작 된다. 이명세적인 동화적인 작가적 상상력의 세계도 아닌 헐리우드의 호와로운 만화같은 세트들 (딕 트레이시등등) 과 같은 완전한 허구의 상황도 아닌 김의석 (그여자 그남자)에서의 그 쓸모없는 색깔들과는 다른 '사랑이란 이름으로 감춰진 색깔 ' - 이 세상은 천연색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지 인간을 제외한 여타 생물체는 이 세상은 명암만 구분할수 있고 혹 색을 구별하더라도 단지 인간이 보는것의 일부일 뿐이다. - 에 중독된채 소비 이데올로기의 사회에서 물신화된 예술작품들 (영화,연극,사진,광고 ) 에 의해 속임을 당하고 속이는 문명사회에서 과연 인간적이고 순수하고 정직한것이란 존재할수 없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감독은 던지고있다. 우선 이 영화는 특이한 상황이 있다. 요즘에 한국영화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pp(production pr)가 다분히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최근의 '구미호'에서 시작해서 '총잡이'까지 영화에서의 pp 개념은 관객으로 하여금 친숙함을 불러일으켜서 영화의 현실적인 측면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우선은 거부감이 있는게 사실이다. 영화가 상업적으로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pp의 개념이 일반화 되어있어서 (웨인즈 월드에서는 아예 배우들이 직접적으로 광고를 보여준다.엑셀런트 어드벤쳐에서도 편의점 광고를 하였고 그 유명한 돌아온 토마토공격대 에서는 영화가 진행되다가 감독이 제작비부족을 호소하자 아예 노골적으로 영화와는 상관없는 광고를 버젓이 한다.) 우리가 그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을 볼때 배우가 나와서 '코카콜라'를 선전하는 것은 거의 의식치 못한다.하지만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그 개념이 도입되어서 광고효과는 커녕 역효과만 불러일으킨다.( 악명높은 블루시걸 에서는 모 자동차 회사의 모터쑈와 모 위스키 선전이 아주 노골적으로 묘사되 어 역효과를 낸 적이 있다.) 영화의 제작비의 측면에서와 대기업의 영화제작 참여면에서 보면 당연 하고 필요악(?) 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작품의 완성도에 해를 끼치지않 고 광고효과를 내기에는 이른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는 씨에프 감독과 카피라이터를 소재로 하였기에 이미 관객들에 게 익숙한 광고들 (트윈엑스,뉴에이지 샴푸,제일제당,태평양 화학등)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소재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또하나 특이할 만한 상황은 이 영화의 제작사인 우림 필름의 pp도 있다는 사실인데 창립 작품인만큼 선전을 하고픈 마음이 있었으리라. 출판기념회 씬에서 보면 그 작가가 우림의 회장이라고 쓰여져있다. 그리고 문성근이 분하는 김규환 감독은 실제의 cf 감독명이다. 그 유명한 아이스 광고 ( 극장용으로 제작된 강수연과첩보를 벌이는것) 의 감독이 바로 이 김규환 감독인 것이다. 원래 예전에 영화를 하던 감독이었는데 잇다른 흥행실패에(새앙쥐 상륙작전 의 감독이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씨에프쪽으로 진로를 돌린 감독인데 요새 많은 영화인들 이 대부분 씨에프쪽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생각하면 참으로 감독이 무슨 의도에서 실제의 감독명을 사용했는지 알것도 같다. 그리고 문성근의 사진집에는 공동작가로 여균동 이라고엄연히 쓰여있다 . 과거에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사진집의 이름에 굳이 여균동이라는 이름을 넣은것은 문성근과 여균동과의 친분때문일까? 상상에 맡긴다. 그럼 다시 본 얘기로 돌아가서 이 영화에서 감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세지는 무엇인가? 꿈많던 문학소녀가 출판사의 실패와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겪고 카피라이터로 성공하기까지의 얘기라고 요약할수 있다. 우선 여기서는 예전의 80년대 이데올로기 투쟁,노동운동과 같이 인간성 (humanism) 을 찾는 일들은 21세기에 다가선 현재에는 그때 그 투쟁들이 다 덧 없는것이고 우리가 이 산업사회의 자본주의라는 매커니즘에 길들여져 있는 이상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며진 환상을 만들어내고 소비를 통한 사회건설이라는 것일까? 여기서 문성근은 예전에 운동권 사진을 찍던 작가였으나 돈(자본)으로 서의 가치가 없고 단지 휴지조각이 되고 예술이라는 것이 이 사회를 변화시킬수 없다고 ?㎖닫고 살아남기위해 c.f로 돌아서 성공도 하지만 순수한 예술로서 (광고를 예술이라고 본다면 말이다.) 사회를 변혁하려 는 꿈을 지니고 있는 채시라를 보면서 자신의 옛일을 떠올리게 되고 결국은 채시라의 그런 이상과 사랑을 하게 되어 결국엔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옛모습을 되찾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다람쥐 통에 들어와서는 쓰레기장에 버려지고 그의 작품들과 함꼐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자본으로서의 부품으로서 잉여가치가 없는 문성근은 결국엔 부품으로서 생산해낸 필름들과 사라진다는 작가의 마지막 결말은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작가의 비관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 하겠다. 채시라는 문학으로서 사회변혁을 시도하다가 역시 살아남기 위해서 카피 라이터로 일하게 되어 여성상사의 도움과 문성근의 사랑으로 성공하지만 사회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불평등에 맞서고 예술의 사회개혁 불가론을 깨닫게 되나 결국은 순수한 휴머니줌으로 귀착을하고 당당히 미혼모가 되면서 문성근과 필름을 멀리하고 떠나게 되어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여기서 돋보이는 조연이 하나 있다..바로 양금석이란 배우인데 원래 연극을 했던 터라 발성과 연기가 돋보였고 이 양금석이란 인물이 나타내는 성공한 여성의 모습은 매력을 한껏 발휘한다. 또하나 채시라의 옛사랑은 현실에 실망하고 도피하여 인도라는 정신적 세계에서 투쟁도 없고 아무런 발전도 없이 편하게 수양을 하려고 한다. 우선 '그대안의 블루'에서 강수연이 안성기에 의해서 철저하게 키워지듯이 이 영화에서도 채시라는 문성근에 의해 성공하게 된다. 둘다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숨겨진 악마적 색깔'에 취해 사랑을 하게 되고 결국은 이루어 지지 않는다는 면에선 공통적이나 하지만 특이한 사항은 양금석이라는 여성에 의해서 채시라는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찾게 된다는 사실이 그 전 영화에 비해서 발전된 페니니스트로서의 견해라 하겠고 마지막에 강수연이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일로 돌아가는 것처럼 여기서도 채시라는 미혼모가 되어서 당당하게 성공하게 된다 또한 전작에서 안성기만이 나레이터로등장하는 반면에 이 작품에서는 채시라가 자신의 본질을 깨닫는 나레이터로 등장을 한다. 사운드에서의 남성지배적인 사고가 여성으로의 전환을 이룬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전히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혼자의 힘으로 성공하지는 못하고 상류층의 모습만을 다룬것이 불만스럽다. 여성의 최고 선망직종인 카피라이터 또한 최고의 선망직업인 광고의 세계 .. 노동자로서의 페미니즘과 사회비판은 불가능한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미술학도로서의 이현승의 재능을 발휘하기에는 호화찬란한 화면,조명과 왑벽한 미장센느 일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는 물질사회 비판이라는 소재와 페미니즘이라는 소재에 이미 익숙해져있고 별로 큰 감흥을 얻지 못한다. 또 운동권을 소재의 측면에서라기 보다는 세트의 일부로 이용한것이 씁씁할 따름이다. 과연 현대에서 예술이라는 것이 사회의 변혁을 이룰수 없는것일까? 과연 가장 상업적인 매체인 영화와 광고는 예술일까? 여성의 평등에 있어 자아주체성의 확립에 타의존성은 불가결한 것일까? 과연 문명사회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길들여져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끝으로 김현철의 음악은 우리의 감수성을 건드려준다. 뛰어난 주제가는 이현승감독 영화의 또하나의 스타일이 되는것일까?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