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폰> 창조적이진 못하지만 확실히 무섭다


글: 이종열
2002년 07월 29일

<폰> 무섭다. 함께 보면 더 무섭다. 시사회장에서 있던 일이다. 알바생을 푼 것일지도 모르겠지만(기자시사회 때도 일반관객을 함께 관람시켜 기자들을 동요시켰다)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비명소리를 관객 일부가 소름 돋게 질러댔다. 기타 관객들도 그 화음까지는 아니지만 연신 깜짝깜짝 놀래고 있었다. 놀라고 그 소리에 놀래고, 그러다 까르르 웃고, 웅성이고. 이것이 <폰> 상영관의 일반적인 풍경이리라. 내 뒤의 남자커플은 왜 이리 겁이 많은 것인지 그것에 신경 쓰던 나는 티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무서워했다. 아, 나도 소리지르고 싶었단 말야.

<폰>이 무서울 수밖에 없던 것은 한국 땅에 떠도는 공포의 소재를 잘 끌어들인 때문이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이라든가, 어깨에 매달려 있는 귀신, 벽 속의 시체 등은 젊은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공포 코드이다. 여기에 <폰>은 <링>과 같은 전염 공포, <패닉 룸>과 같은 밀실 공포, <엑소시스트>와 같은 아이 공포 등의 요소를 끌어들이고 <가위>에서도 효과적이었던 사운드 공포를 극대화하면서 끊임없이 놀래킨다. 꺄악~, 헉-, 으윽, 꺅~꺅~꺅.

한편 <폰>의 시나리오는 신춘문예 추리소설 당선작 같은 적정 수준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매우 뛰어난 건 아니지만 아귀가 잘 들어맞고 반전도 충분한 그런 깔끔함.

그러나 <폰>은 창조적인 공포영화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기존에 떠도는 것을 쉽게 아귀만 잘 맞추어 놓았기 때문이다. 철저히 연출력의 힘인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떠리. 관객이 어디 그런 거 다 따지고 보나?

<폰>은 무섭고 시원한 것만은 확실하다. 확실히 피서효과는 있는 것이다. [★★★]

※덧말: 1. 아역 배우 은서우의 연기는 정말 소름 돋는다. 그토록 등짝에 전기가 지릭지릭 오래도록 머물러 있던 적도 없었다. 괜히 걱정된다. 그 나이에 그런 사이코틱한 연기를 펼치다니.
2. 영화 속에 언급된 전화번호 011-9998-6644는 안병기 감독의 것이다. 꺼져있다. "내 전활 받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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