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레, 신의 분노> 나는 '신의 분노'이다
글: 신주희
2002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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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귀레, 신의 분노]는 신에 관한, 신에 도전하는, 신이 될 수 없는 인간을 다룬 영화이다. 비록 줄거리는 느슨하게 진행되지만 여기에는 상징보다는 이미지가 전체를 장악함으로서 주제를 전달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귀레로 상징되는 신의 분노에 대한 결과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종국에는 모든 것이 철저히 무너지고 황량한 아마존 강을 흐르는 뗏목 위에서 고립되는데, 이러한 것들은 영화의 첫 화면이 열리고 거대한 산 아래로 자그마한 인간들이 줄지어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리 결말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를 찾아 떠나는 탐험대의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아귀레는 지휘관이 복귀를 주장하지만 하극상으로 제압하고 종착역까지 무리를 끌고 간다. 그의 목표는 맹목적인 황금의 도시였을까? 그러나 아귀레의 엘도라도에 대한 집착은 다른 이보다 그리 크지 않고 모호하게 그려진다. 그것은 황제를 등극시키는데 정작 아귀레는 황제가 되지 않거나 선발대 대장이었던 우루수아를 총으로 쏘면서도 재판을 할 때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가 하면 자신은 굶주려도 스스로가 지목한 황제는 배불리 먹는 등 다소 심드렁한 태도, 그다지 강하지 않은 (혹은 숨겨진)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를 위협감이 그에게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영화는 아이러니가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하겠다. 독화살이 언제 사람들에게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노예에게 피리를 연주하도록 하는가 하면 인디언이 검은말을 무서워한다며 마을로 들어설 때는 옷을 벗긴 흑인 노예를 앞세운다. 그리고 진실로 위장된 허구는 서서히 마음속에 잠입하게 된다. 엘도라도가 존재한다는 이성으로서 판단되던 허구는 그 경계를 허물고 체념과 절망을 아우르는데, 지친 사람들 얼굴위로 벌레가 기어다녀도, 나비가 손에 앉아 잠시 쉬어가도 바라볼 뿐이며 나무 위에 배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지만 그것이 환상인지 아닌지는 관객조차도 판단이 안서는 모호함이 후반부를 이끈다. 육지에서 날아온 독화살이 다리에 꽂히면 "여긴 긴 화살이 유행인가"라며 "이건 화살이 아니야. 난 화살에 맞은 게 아니야"라고 하지만 쓰러져 죽고, 비가 내려도 비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현실은 무엇인가.
좁게는 욕망 앞에서 허덕이는 인간의 광기를 그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때문에 <지옥의 묵시록>과 비교될 수도 있겠으나) 광의적 주제는 유한과 무한의 혼재, 수레바퀴처럼 순환하며 상호 공존하는 세계라 생각하고 싶다. 즉 '공즉시색 색즉시공(空卽是色 色卽是空)'과도 같이 엘도라도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탐험대가 본 것이 진실일수도 허구일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아귀레는 신이기도 하며 아니기도 하다. 그러니 그의 분노를 믿을 수 있을까. 그리하여 이것은 지독히 독설적인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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