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
글: movietouch
1999년 10월 01일
감독 : 스탠리 큐브릭
출연 :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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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젊은 의사 윌리암 하포드(톰 크루즈)와 그의 아내 엘리스(니콜 키드맨)는 세칭 '아름다운 사람들'로 불리는 부유한 계층의 남녀이다. 7살 된 딸은 보모에게 맡기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부부는 센트랄 파크의 호화 콘도를 빠져나와 윌리암의 환자며 친구인 억만장자 빅터 지글러(시드니 폴락)가 베푸는 호사스런 크리스마스파티로 향한다. 파티에 도착한 윌리암은 오랜 친구인 피아니스트(토드 필드)와 환담을 나누며 두명의 요염한 모델로부터 유혹을 받는다. 지글러가 데리고 놀던 여자가 약물과용으로 화장실에 실신해 있다고 전해지고 윌리암이 불려간다. 샴페인 취기에 나긋해진 엘리스는 정중하게 사근거리는 나이든 남성과 춤을 추면서 또한 유혹을 받지만 물리친다.
다음날 밤, 엘리스는 마리화나에 취한체 전날의 심사를 윌리암에게 알리고 남편과 아내라는 객체로서 결혼에 대한 신의와 시기를 질문하게 된다. 자신은 과거에 한번 혼외정사를 가지려 했었다고 고백한다. 상황만 허락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욕정을 사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엘리스의 이러한 고백은 윌리암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아내의 정숙을 믿었던 신념에 회의를 품은체 집밖으로 나선다. 우선 그는 약속된 환자를 보는 것으로 시작해, 뉴욕시내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죽은 환자의 딸로부터 공격적인 구애를 당하고, 창녀로부터 초대받고, 마침내는 비밀스런 집단혼음파티에 인도된다. 그가 접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변태와 욕정, 위험과 죽음으로 이끄는 암울한 인간의 어두운 양태를 가지고 잔인하게 다가온다.
각가지 억설을 만들어 내어 논쟁 거리가 된 성적인 장면들은 극도로 표현 됐다고 볼 수 있지만 포르노의 성격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사실 큐브릭은 자신의 영화에 섹스나 나체들을 에로틱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일개의 보조장치로 사용함을 지적할 수 있다.(특히 "A Clockwork Orange"를 볼것) 키드맨의 나체를 비롯해 행위 장면은 회상형식의 흑백으로 처리되고 상당수의 여성들이 한꺼번에 벗고 나오지만 영화의 진정한 의미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중 이미 알려져 떠들썩하게 만든 섹스씬, 특히 마스크를 쓰고 집단으로 행하는 혼음 장면을 이야기하고 지나가지 않을 수 없다. 큐브릭은 이 부분을 연출하면서 R 등급(17세 이하는 성인과 함께 상영가)을 받으리라고 추진했지만, 결국 미영화협회가 NC-17(미성년 절대 금지)판정을 내리자, 제작사 측에서는 급작스럽게 디지털 처리로 1분 이상의 장면을 가리는 재편집을 하면서 큐브릭의 의도를 다소 말살하는 불상사를 일으킨 것이다. 이런 해프닝을 놓고 시카고 선 타임스의 로저 에버트는 "아이스 와이드 셧"의 "Austin Powers"판이라고 비난한 것을 안다.("Austin Powers" 에서는 시작시 주인공의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국부적으로 가리기 위하여 디지털 처리를 하였음을 지적한다) 전체 영화의 한 흐름으로 생각하며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를 주지 않지만 어색한 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한국에서 상영을 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위질이 될지는 모르지만, 만일 혼음장면이 완전히 잘려나간다면 영화가 요구하는 의식을 감지하기는 무척 힘들 것이다.
"아이스 와이드 셧"을 보고 느낀점은 비인간화에 의한 소외감을 상직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주물론이 섹스에 적용되는 경우이다. 섹스는 인간에게는 사회적 학습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섹스를 통제할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섹스를 주물화시키고 그것을 신봉하고 우상하는 경우에까지 이르게 된다. 마침내 섹스가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인간은 자신의 권리를 망각한체 섹스로부터 소외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외자로서의 섹스는 비인간적인 행위일 수 밖에 없고, 그러한 행위는 자신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 익명의 상태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마스크를 씀으로서 비인간화의 공포와 감정의 박탈을 극소화시키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스 와이드 셧"의 배우를 말한다면 크루스와 키드맨에게 초점이 맞추어 진다. 크루스는 다소 의지력이 강하지 않은 모습으로 대도시의 엘리트의사로서는 눈에 띄는 연기는 아니지만, 불안정하게 정서적으로 고르지 않은 압박 당한 듯한 남자로서 소외감을 느끼에 만드는데는 동감을 준다. 그의 케렉터 윌리암은 창녀를 통하여, 또는 집단혼음에 접하게 되면서 결혼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소외된 섹스를 시도하지만, 그것의 경멸적인 의미와 무의미를 점차적으로 발견하면서 결국은 비인간화의 과정과 투쟁해야 하는 것이다. 키드맨으로서는 실제 남편과의 연기치고는 분절 없이 훌륭하다. 크루스에 비해서 등장시간이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내면 깊숙이 가려진 감정을 내뿜는 힘있는 모습이다. 실제의 두 부부가 함께 등장했다는 사실이 남의 침실을 드려다보는 듯한 관음증적인 감각을 준다는 것이 단점이 될 것이다.
영화의 많은 장면들은 추상적인 고딕양식의 형태를 유지한다. 편하지 않는 장면들로 연결되며 불안정한 색조를 동반하는 노골적인 장면들이 위기감을 불어오기에 적합하다.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사운드 트랙이다. 큐브릭 영화중 최상의 배경음악을 주는 것으로 개개의 장면에 정확히 적용된다. 특히 솔로 피아노의 반주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불협화음의 섬뜩함을 전한다.
큐브릭의 유독스럽게 개인적인 작품으로 남게 될 이 영화는 그가 의도한 대로 관객들을 새로운 실체로 이끌고 들어가 영화예술의 진실된 창조성을 던지며 뒤틀린 공간속으로 빠지게 만드는 마력을 준다. 스타일적인 확신감과 불길한 인간의 행위적 자연성을 대담하게 연출하는 자신감 넘치는 영화이다. 대부분의 큐브릭 영화가 묵시적으로 절망적이고, 허무하게 부식적 암시를 가져다 주었지만, 이곳에서는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한 걸음을 딛게 만든다. 해석은 관객의 머리 수만큼 다르겠지만, 그런 묘한 의미를 찾기 위한 자유스러움을 즐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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