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회피로 인한 죄책감
글: 여임동
1999년 10월 01일
감독: 박기형
출연: 김규리, 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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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못하는 귀신은 학교 그 자체이며,공포는 반복되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암흑으로 가득차 있는 그 교실의 지루함이다.진주는 그 빈틈에서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키워 갔으며,그녀의 그 아이러닉한 소망의 동조자는 늙은 여우와 미친 개로 대표되는 선생님들과 자신의 같은 반 친구에게 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학생 우리들 자신이었다. 그러니까 사실 [여고괴담]은 '학교'와 '선생님'에게 보내는 [경고장]인 동시에 학생 우리 자신의 닫힌 마음을 깨는,이미 우리 주위에서 죽어간 친구들의 [편지]는 아니었던가?
이제 학교를 다닐때, 느꼈던 사회와 학교에 대한 그 정직한 [분노감]은 이미 대학이라는 이름에 소속되어 얻게된 그 상처뿐인 [승리]로 덧씌어져 잊은지 오래고,[중고등학교]의 그 아픈 기억들은 어느새 현실이 아닌 영화를 통한 새로운 유희로 남게 되었나 보다.그런면에서 이영화는 참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우린 어느새 눈먼 앉은뱅이가 되 버렸다.
지호와 재희, 1등이지만 꿈이 없어진 소영, 똑같은 공포의 반복 속에 놓인 정숙, 학교로 돌아온 은영 그리고 그들을 괴롭힌 늙은 여우와 미친개 이 모두는 그래서,하나의 몸뚱아리에 여러 개의 목이 달린 존재와 비슷해 보인다. 어차피 이들은 [학교]라는 몸뚱아리에 매여 있으며,그곳에서 파생되어 나온 서로 다른 얼굴을 각기 하나씩 맡고 있기때문이다. 그래서누구를 피의자라고 혹은 피해자라고도 할 수 없는 혼돈의 상황은 계속 지속되고, 서로를 공격하기만 하면 결국 같이 죽어버릴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곳이 바로 지금 우리의 학교의 모습이지 않을까?
정숙이 진주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때 지호, 재희, 소영, 그리고 은영은 다른 자리에서 똑같이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결국 [친구]라는 존재를 잃음에 대한 것이며, 또한 어느 광고 선전물에서 나왔던 카피처럼 [학교]라는 친구를 잃게 되는 것을 뜻할 것이다.물론 그것의 의미가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 흘린 [레퀴엠]의 일종인지,아님 다시 한번 맞이하고 싶다는 표현인지는 느끼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내가 생각하는 그 눈물의 의미와 방향은 혹시 쉽게[과거]를 잊어버린 [우리 자신]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었을까하는 것이다.
은영과 지호는 이제 이 곳은 우리에게 맡겨두고,진주보고 이 곳을 떠나라고 한다. 그리고 진주는 지금까지 이 곳에서 겪은 모든 아이들의 아픔을 [피]로 분출하며 떠나지만, 이미 정숙은 이 곳에 남아있다. 영화가 해피엔딩이 되는 지점에서 우린 아직 이 영화가 안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상업적으로 2편을 만들려는 수법이라고 말하기 전에, 주위에 학교를 돌아보자.그리고 아예 돌아보는 김에 어차피 다 겪는 일이고, 다 고생하는 시간이고,그때가 그립다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는 지금의 자신을 보길.[대학교]와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던 우리 자신이,그 안락한 대학교에서 자유를 만끽하면서 무기력하게 원래 세상은그런거야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힘 없는 자신을 돌아보길.
[여고괴담]이 계속 공포스러운 존재로서, 연이은 후속편이 나오는 것은 현실의 학교가 아직 아무런 변화조차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싶다. 여고괴담이 나온 후,아니 언제나 떠들썩 했던 [교육개혁]은 이미 흐지부지 되버렸고, 아직도 [야자]는 밤 늦게까지 계속되고, 일요일, 공휴일에도 교복을 입고 학교를 등하교하며, 선생과 학생은 여전히 대화다운 대화조차 못 나누는 이 끝없는 반복은 대체 언제나 끝이 날까? 그와 동시에 [회피]와 그로 인한 [죄책감]은 언제 끝이 날까? 영화보다 더욱 소름끼치는 공포는 이 연쇄적인 고리에 있는 것인가 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겉과 속(어느 쪽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이 하나로 연결되어진.
- 여고괴담2는 과연 현실보다 더 무서울까 - 미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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