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2> 천박한 상업성
글: 성재원
2003년 0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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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의 세계는 음모의 세계이며 그 공간은 전편과 속편 각각 양분된 이야기 구조와 연결된다. <큐브>는 음모론적인 세계관을 이야기의 배경으로만 적절히 활용한다.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공간 큐브는 음모의 결과물이며 정보의 부재는 다양한 음모론을 양산한다. 허나 그 음모의 실체를 밝히지 않는다. 왜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가는 인물들의 추측에만 맡길 뿐이다.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다양하게 열어두고 있다. 세계 각국의 관객은 각자가 처한 사회적 상황에서 해당하는 음모의 실체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큐브 2>는 음모의 실체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으며 큐브는 그 세력이 의도적으로 만든 공간이다. 그러나 그 세력의 의도나 배경은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며 큐브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잘 연결되고 있지 않다. 인물의 소품이 암시 기능을 하고 있는 것 외에 필연적으로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영화 <식스 센스>나 <디 아더스>식의 반전은 꿈도 꾸지 말라. <큐브 2>에서 음모의 실체는 한마디로 사족이다. 사족..
35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큐브>의 큐브와 소위 세계적인 제작사 “라이온스 게이트”가 만든 <큐브 2>의 큐브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큐브는 정사각형의 공간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단순한 구조물이다. 하지만 큐브 1의 단순한 공간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이루어졌다. 벽면은 선, 원, 삼각형 등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채워진 정사각형의 무늬로 빼곡하다. 각각의 방은 전반적으로 어두우면서도 빨강, 파랑, 노랑 삼색으로 변화를 추구한다. 반면 큐브 2는 흰색 벽면에 큼직한 사선 몇 개로 단순함의 극치(?)를 달린다. 음모의 공간치고는 너무나 밝음에도 불구하고 충돌로 인한 역설적인 분위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디자인의 세련됨과 단순함의 차이는 큐브 설계의 치밀함과 탈출로를 찾는 해법의 차이와 직결된다. 3차원 구조물 큐브 1는 고도의 수학적 이론을 기초로 부비트랩과 탈출경로가 설계되어 있다. 탈출구를 찾는 과정은 경험적이고 실제적인 방법과 수학적인 방법 등이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4차원 공간 큐브 2는 상대성 이론과 평행현실 이론이 적용된 월등히 복잡하게 설계된 공간이지만 그 작동원리가 제대로 묘사되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카오스다. 부비트랩은 불현듯 출현하며 인물들은 그저 이리저리 도망다니기에 정신없다. 인물들의 해법은 한마디로 초등학생 수준이다. 이런 어설픈 환경에서 감독은 단지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환장하겄네~~
<큐브>의 캐릭터들은 성격이 뚜렷하다. 개인주의자,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주의자, 점점 타락하는 세계에 절망한 허무주의자, 이성과 끈기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합리주의자, 폭력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파시스트..물론 영화 초반 사태 해결을 위한 문제해결을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점차 갈등이 고조되면서 드러난다. 반면 <큐브 2>는 엽기적인 식인 캐릭터만 과도하게 부각되며 다른 캐릭터들은 단면적이거나 부재한다. 모호한게 아니라 없는 것이다. 캐릭터의 부재는 결국 스토리의 부재이다. 97년산 큐브는 이성, 합리의 근대성이 뒤집어지는 공간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구현한 큐브는 핵폭탄, 환경오염처럼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도구였다. 이해되지 않는 죽음의 공간 큐브에서 살아남는 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이상자, 광인 뿐이다. 그럴듯한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적 상징이 아니었던가? 그에 비하면 2002년산 큐브는 비명이 난무하는, 산만하고 난잡한 놀이동산의 어설픈 공간일 뿐이었다.
종합해보면 영화 <큐브 2>는 천박한 상업성만이 유일한 존재이유이다. “하이퍼 큐브, 그 상상할 수 없는 진화!” 라는 마케팅 문구는 <큐브>의 후광을 등에 업고 치는 사기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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