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과거가 의미로 되살아날 때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이 된다
글: 김한수
1999년 1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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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키의 처음 기억은 한반의 남녀학생의 이름이 똑같아서 생겨났던 해프닝에 관한 것들! 그러나 점점 기억이 더 나게되면서 영화를 보는 관중들이 먼저 무언가 있었다고 생각하게된다. 그러나 영화속 당사자인 이츠키는 무언가 있었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확신이 서질 않는다. 그렇지만 과거를 회고할 때 그 과거는 죽은 것이 아니다. 과거가 다시 회상 될 때 그 과거는 살아난다. 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이츠키의 회고를 듣는 와타나베 히루코는 그들의 기억이 사랑이었음을 알게되고 이츠키가 그녀의 기억을 전해주었던 편지들을 다시 이츠키에게 보낸다. "이 모든 기억은 바로 당신의 것입니다." 와타나베 히루코는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신의 연인 이츠키가 아름다운 그 시절 마음 속으로 진정 사랑했던 사람이 바로 같은 이름의 이츠키였음을 알게되고, 바로 자신이 그 여성 이츠키와 닮았음을 앨범을 통해 확인하면서 고인이 된 이츠키에 대한 모든 미련과 슬픔을 눈덮힌 산을 향해 메아리로 날려버린다.
이름이 같았던 중학교 때의 한반 친구인 바로 그 남학생은 그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온 도서관의 책 대출카드에 그의 이름-자신들의 이름-을 남기므로 그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는 전학 가기전 마지막 빌렸던 어느 한 책의 대출카드 뒷면에 그녀의 모습을 그렸고, 그것이 오랜 세월 후 그는 죽었지만 동명이인의 같은 반 여자친구요 그의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이츠키에게 전달되면서 여인 이츠키는 눈물을 흘린다. 참으로 10여년(혹은 그 이상) 전의 평범했던 기억이 다시 아름다웠던 사랑으로 되살아나는 장면이다.
참으로 추억은 소중한 것이다. 특별하게 이루어졌던 사랑보다도 마음 속에 곱게 접어두었던 사랑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랑이라는 말을 우리가 손쉽게 정의내리기 어렵듯이, 무어라 뚜렷한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랑은 깊은 산 눈속에 숨겨진 들꽃 씨앗 같은 것이리라. 어느날 봄되어 따사로운 태양빛이 내리 쬘 때 그 씨앗은 싹이 나서 아름다운 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츠키는 죽었다. 등반하다 조난사고를 당해서. 그러나 그가 죽었기에 이 이야기는 더욱 아름답다. 입술로 고백되지 않았던 마음만의 사랑, 쌍방간의 열렬한 행동으로까지 행해지지 못했던 망설임의 가슴, 그리고 평생의 삶으로까지는 이루어지지 못했던 그 아쉬웠던 짧은 인연의 숨겨진 사랑이 오늘 우리 관객에게 더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오늘날 사랑이라는 개념이 여러 가지 명목으로 변질되어 왜곡되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인스턴트 사랑이나 일순간의 쾌락적인 만남까지도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그런 것도 사랑이라고 강요받는 이 시대에 우리는 익숙해져있지만, 오늘 이 시간 우리가 이런 사랑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눈가에 이슬맺힘을 경험한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청량제가 아닐까? 학창시절 나를 바라보던 그 소녀의 눈길이 다시 기억나면서 '예사롭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순간 나도 아름다워진다. 우리 모두의 지나간 일들 중 소중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되살려보자. 이 겨울 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을 때...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J. 키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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