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파이 3 : 웨딩> 깔끔한 은퇴 선언
글: 윤현호
2003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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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짐(제이슨 빅스)이 미셸(앨리슨 해니건)에게 결혼반지를 건네는 레스토랑. 순순히 결혼반지가 전달되지는 않겠죠? 레스토랑에서의 한바탕 소동 끝에 2주 동안의 결혼식 준비과정이 펼쳐지게 되지만 이 결혼, 험난해 보입니다. 미셸이 완벽한 결혼식을 꿈꿔서도, 짐이 언제 또 파이에(어쩌면 결혼 케익일수도?) 그 짓(?)을 할지 몰라서도 아닙니다. 시리즈에서 내내 악당이었던(그러다 늘 당했던) 스티플러(숀 윌리암 스콧)가 두 손을 걷고 결혼 준비에 끼어들었기 때문이거든요. 과연 <아메리칸 파이 3 : 웨딩>은 스티플러의 방해를 뚫고 시리즈를 마무리 할 수 있을까요?
깔끔한 은퇴 선언
시리즈는 3편까지 왔고 파이에 몸을 비비던 친구들도 결혼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파이가 필요한 친구들이 더 이상 없다는 소리죠. 예전, 친구들이 나누던 호기심은 이제 합법적(?)이 돼 버렸고 그래서 시시해져 버렸습니다. 수명이 다했으니 아직 박수소리가 남아있을 때 무대를 떠나야 합니다. <아메리칸 파이 웨딩>은 아직 객석에 남아있는 팬들을 위한 일종의 앵콜송입니다. 같은 레퍼토리를 연주하되 ‘the end'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해요.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실제로 그런 게 아녜요...’
시리즈 내내 난처한 상황에 몰려 해명이 필요했던 주인공 짐. 결혼을 앞둔 신랑답게 이번 영화에선 잠잖게 물러서있습니다. 대신 모든 사건의 주범이자 피해자 노릇을 하는 건 스티플러. 결혼은 짐이 하지만 모든 소동의 중심에 스티플러가 있기 때문에 짐의 역할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짐의 친구들도 이번 영화에선 할일이 많지 않아요. 모두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고등학생에 머물러 있는 스티플러의 만행을 지켜보는 게 고작입니다.
이렇게 짐을 비롯한 친구들은 뒤로 물러서 있지만 에피소드는 여전히 ‘파이 스타일’로 몰고 갑니다. 고등학교 때만큼 절실한 상황은 없기에 호기심의 당연한 결과처럼 벌어지던 사건들이 이젠 ‘소동’을 위한 소동으로 추락하고 말았죠. 하지만 배설 유머의 그 끈끈한 공감각적 이미지는 여전히 같은 ‘파이’맛을 내는군요.
영화는 3편까지 자리를 지켜준 캐릭터에 대한 일종의 사모곡입니다. 짐과 미셸을 허니문으로 보내고 악당 스티플러를 개과천선하게 만들죠. 핀치 역시 스티플러 엄마와의 새로운 시작을 귀뜸 해 주고요. <아메리칸 파이 웨딩>은 ‘앵콜송’으로의 의무를 충실히 합니다. 눈치없이 ‘은퇴번복’을 할 게 아니라면 이정도의 마무리는 꽤 깔끔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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