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소비사회의 해방구
글: applseed
1999년 12월 01일
감독 : 데이빗 핀처
출연 : 에드워드 노튼, 브래드 피트, 헬레나 본햄 카터
소비사회의 해방구 '파이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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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잭은 자신에게 어떤 식기세트가 어울릴 것인가...어떤 가구 세트가 어울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소비사회의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다. 그에게 있어서 소비란 어떤 사용가치를충족 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행위가 아니라 그 상품의 기호를통해 소비사회에서의 인간의 가치를 보장 받기 위한 철저하게 왜곡되고 비틀린 욕구 충족의 과정이다.
영화 속에서는 주체로 부터 소외된 소비사회의 인간 군상을비꼬는 탁월한 은유를 적재 적소에 배치 하고 있다. 지방 흡임시술소에서 버려진 사람의 지방으로 만들어진 고급비누(!)가 불티나게 백화점에서 팔려나가고 호텔에서는 오줌섞인 스프를 먹고 마시며 오로지 비지니스를 위한 비행 와중에 일회용(!) 친구들이 수없이 주인공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한 비인간적인 소외의 과정 속에서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던 잭은 불치병환자들의 대화 모임에 참여 함으로써 불면증을 치료 받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 메카니즘 속에서 인간성을 거세당하고 노동으로 부터 철저히 소외당한 주인공이 인간관계로 부터 얻지 못한 정신적 위안을 죽음을 앞두고 서로의 사연을 털어 놓으며 카타르시스를 얻는 대화 모임에서 위안을 얻는 과정은 정말 씁쓸하기 짝이 없는 은유가아닐 수 없다. 상품으로써의 효용가치가 다했을 때에만 인간으로 돌아 갈 수 있는 현실, 그것이 이 소비사회의 현실이란말일까?
그러나 그러한 대화모임도 일시적으로 배설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데에 그칠 뿐 철저히 억압되고 왜곡되어온 근원적인 욕망을 해결 할 수는 없다. 제 나름의 고민을 토로하고 눈물을 흘리지만 결국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섹스를 요구하는시한부 여자 환자의 처절한 외침도 그 얘기를 듣는 다른 참여자나 잭에게는 생각할 꺼리도 안되는 헛소리 그쳤던 것 처럼 상대방의 죽음과 괴로움은 개인의 욕구의 투사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소외된 자의 안식처인듯 했던 이 모임도 결국은 또다른 소외를 만들어 내는 그런 공간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국 잭이 찾아낸 욕망의 출구는 '폭력'이다. 잭과 타일러 두 주인공은 서로의 무력감과 분노를 주먹에 담아 터뜨리며서서히 그러한 폭력에 중독되기 시작하고 강렬하게 치고받는 폭력의 교감 속에서 허공 속에 메아리 치는 대화모임의 카타르시스와는 또 다른 실존을 경험하고 새로운 자아찾기의 통로를 발견한 남자들은 결국 파이트 클럽이라는 조직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체제의 생산 메커니즘에서 일탈한 순수한 욕망의 산물과 같은 원시 공동체가 탄생하기에 이른 것이다.
거세 공포증과 폭력
남성에게 있어서 성기는 자신의 존재(여자와는 다른 무언가)를 최초로 확인 시켜 주는 자아 확인의 도구이며 욕망 추구의 도구이기도 하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거세 공포증은 그런 자아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최초의 심리적 기제이다. 거세에대한 여러 시퀀스는 이 영화를 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메타포중의 하나이다.
고환암에 걸려 고환을 절제하고 여성처럼 가슴이 부풀어오르고 성격 마저 여성화된 미트 로프는 욕망충족의 도구를 상실 당한 채 가족에게서까지 버림 받은 현대 남성의 메타포이다. 남성성 상실은 곧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가 지배 하는 이사회에서의 기득권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파이트 클럽에 가입하여 폭력이라는 새로운 고환을 얻게 되는 순간 그는 파이트 클럽이라는 소비 사회의 해방구에서 그존재감을 다시 회복하게 된다.
반대로 그 '해방구'를 일탈하여 체제로 복귀하려는 잭의 배신에 대해 파이트클럽이 그를 거세하려 하는 이유는 아마도 폭력의 질서를 일탈하는 그로부터 남성성을 제거하는 징벌을 내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소비 사회에서의 남성성의 척도가 조작당한 소비욕에 의한 무한정한 상품소비였던데에 반해서 파이트 클럽의 남성성은 오로지 폭력과 유혈로 검증되는 것이다.
새로운 체제? 폭력의 질서
그렇다면 파이트 클럽이 꿈꾸는 새로운 유토피아의 질서는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상품과 소비로 인간의 가치가매겨지는 소비사회를 폭력과 힘으로 규정되는 원시적인 남성성의 공동체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런 마초적인 야만의 의식은 결국 파이트 클럽을 파시스트적인 거대한 준군사세력으로 성장 시켰고 폭력의 결정체인 군대는 세계를 파괴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기에 이른다. 그것 뿐이다.
오로지 파괴와 전멸로 나아갈 뿐 폭력의 여정에는 어떠한 브레이크도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폭력이 새로운 질서가 될 수 있을까. 철저한 남성의 영화인'파이트 클럽'은 파괴의 비전을 우리에게 제시하지만 그 파괴 이후의 공백과 혼돈을 메울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다. 재생과 안정으로 표상되는 여성성이 결여된 단성사회의한계가 아닐까? 결국 이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탁월한 은유로 그 모순을 드러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어정쩡한 폭력적허무주의로 애써 쌓아올린 미덕까지 허물어 버리고 말았다.
진정한 혁명은 또하나의 파시즘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폭력 만이 이 구차한 현실을 깨부술 유일한 무기인가. 세상은결국 이렇게 흘러 갈 수 밖에 없는 것 일까? " 모든 것을 잃은 다음에야 뭐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을수 있어."라는 타일러의 말 처럼 모든 것이 없어진 후에 얻어진 자유란 대체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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