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잔인하고 불쾌하다 그러나 집요하다
글: 노정규
2003년 1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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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관객동원 130만 명을 기록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올드보이>는 올해 한국영화 중 상반기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더불어 하반기에 개봉하는 영화들 중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최민식과 박찬욱이라는 브랜드 네이밍 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탄탄한 스토리와 곳곳에 숨어있는 반전의 묘미가 절정에 달한다는 소문 탓에 더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민식의 연기는 영화 <파이란>을 시작으로 해서 나오는 가슴으로 부딪히는 연기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철부지 같으면서도 능청스럽고 바보 같으면서도 한없이 활화산처럼 분노하는 그의 연기는 이제 연기 9단에 달인의 모습이다. 물론 유지태 또한 그 동안의 부족했던 연기는 한번에 날려보내게 하는 인상을 남겨준다. 냉정한 표정과 결백증 환자처럼 느껴지는 백색의 포커페이스는 과거의 분노와 복수를 한꺼번에 담은 이중적 모습을 담아낸다. 이번 영화를 통해 선배 배우인 최민식의 연기가 후배 배우 유지태를 완성케 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 박찬욱 또한 그의 작품세계를 확실히 관객들에게 인지시켜 주었다. 2000년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보여준 그의 연출력은 물론 훌륭했다. 하지만, 2002년 개봉한 <복수는 나의 것>을 통해 진정 매니아급의 골수 팬을 확보하게 된다. 최대한 잔인할 만큼에 관객들의 눈과 뇌를 각인시킬 정도로 그의 복수영상미학은 상당부분 상상을 초월한다. 그것은 일본영화나 미국호러물에서 보여준 피가 난자하는 모습과는 조금은 사뭇 다르다.
그에게 있어서 복수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복수는 폭력이 아닌 과거에 대한 현재의 존재적 실체이며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한 실존적 철학의 증거다. 가족과 금기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감독은 적절하게 두 남자의 복수를 가미시킴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복수를 하는 사람과 복수를 받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아니다. 좌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맞물리듯 그렇게 복수는 그 원인을 밝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복수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에 대한 상대적 원인 제공의 문제로 들어 갈 수 있다. 이는 바로 반전과도 맞물리며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어느 누가 가해자와 피해자냐는 궁극적 목적으로도 들어갈 수 있으며 그것을 추적해 나가는 부분 또한 관객들의 몫이다.
영화의 초반에 배경음악이 너무도 커서 나레이션을 집어삼키는 약간의 사운드적 오류도 나타나며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하기에 다소 일본풍의 느낌도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도 모른 채 내뱉었던 어떤 찰나의 순간이 타인에게는 영원토록 아픈 상처와 슬픔으로 가슴속에 남겨진다는 것을 기본적 마인드로 놓고 영화를 관람한다면 분명 영화의 전체적 라인은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부분과 전체, 찰나와 영원, 상대적 행동발달의 원인양상 등을 잘 꼬집어본다면 영화는 1시간 50분을 10분으로 압축시키는 가속화와 단절의 묘미를 불러일으킨다. 감독의 연출력, 탄탄한 스토리 라인, 그리고,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력, 이 삼박자가 고루 갖추고 있어 영화는 순항의 날개를 치 돋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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