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바
글: 정영선
2004년 0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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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는 왠지 포스터부터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교복을 입은 채 서 있는 여자아이들. '또 여고괴담 시리즈야?'라는 선입견이 들었죠. 하얀색 교복과 까맣고 긴 생머리. 이런 한국의 전통적인 귀신 이미지를 여고생을 통해 자꾸 재현할 필요가 있나, 싶었거든요. 물론 여고라는 폐쇄공간과 사춘기적 감수성이 갖는 어떤 묘한 분위기도 공포 영화에는 어울렸겠지만요.
반에서 왕따를 당하던 유진(이세은)은 분신사바의 주문을 통해 한맺힌 원혼을 불러내고, 그 귀신은 아이의 몸을 지배해 차례로 복수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 귀신의 한맺힌 사연을 듣고 가야겠죠?
그리하여 사연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숨겨진 사연은 이 영화의 공간을 '여고'가 아닌 '마을'로 넓혀가는거죠. 예로부터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자는 이념아래 똘똘 뭉쳐 살아왔던 한 마을에 한 모녀가 새로 이사오면서 사건은 일어납니다. 낯선 이들의 출현에 쫓아버릴 궁리를 하는 건 당연지사. 그러나 이 모녀를 쫓아낼 수 없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비밀이 생기고 맙니다. 그리고 그 비밀은 비극을 낳게 되는 것이죠.
단단하게 뭉친 공동체가 지닌 치명적인 결함중의 하나는 자신들과 다른 외부인을 만났을 때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 때 드러나는 공격성은 인간이 지닌 이기심과 추악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안병기 감독은 그런 행동이 불러 온 댓가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겠죠.
하지만 <분신사바>의 공포는 이런 이야기 구조가 주는 섬뜩함이 아니라, 여전히 비쥬얼과 사운드가 주는 공포입니다. 이미 <가위>와 <폰>에서 단련된 감독은 관객들이 놀라는 시점과 보고 싶어하는 장면을 잘 끼워넣어 공포감을 주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 필요한 건 '스토리'입니다. 사또와 이방부터 연상되는 전통적인 한맺힌 귀신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을 추억하는 것으로 충분하거든요. 세상이 변했으니 귀신들의 사연도 업그레이드 될 필요가 있겠죠? '한'이 한국적인 정서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 억울하게 따돌림 당해서 한풀이하는 귀신 대신에 좀 더 다양화되고 세분화 된 귀신들의 사연이 듣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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