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썸딩> 무언가 말할 것이 있다
글: 이원식
2000년 02월 01일
감독 : 장윤현
출연 : 한석규, 심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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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쾌락과 파괴의 변증법(살인자-피해자-그리고 진범)속에서 누가 과연 진범인가는 제작자나 시나리오 작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알수가 없다. 심지어 감독이 '진범은 누구다' 라고 언급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임은 장담할 수 없듯이 말이다.
결국 진실은 이것이다. 감독의 인터뷰상에서의 의도대로라면 이 영화는 미스터리의 구조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미스터리극의 형식보다 주제에 더욱 비중을 띠고 있다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할 것 같다. 그 주제란 익히 들어 알고 있듯이 '인간 의사소통의 단절'을 의도했다면 결과는 간단해 진다.즉, 주제를 명확히 인지시키기에는 너무나 함정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 첫번째, 배우들의 문제 - 심은하가 연기한 채수연의 배역은 이중적인 혹은 다중인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강한 성격이라기보다는 조용히, 그리고 절제된 듯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맞춘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화면을 통해 드러난 채수연의 성격은 중간 중간 의도적인듯한 극도의 절제됨을 보여주어야할 장면이 오히려 과잉되었다고 보인다. 그것은 전에 출연했던 tv 드라마'청춘의 덫'에서의 분노나 원한 혹은 감정의 격앙을 억누르는 연기 태도를 착각한것 같다. 실례로 미국 FBI 의 연쇄살인범 혹은 다중인격자에 대한 보고서 속에서는 이에 대해서 좀더 적절한 행동 양식을 제시해 주고 있다.
심은하의 배역에 따른 연기의 혼동과 함께 한석규의 연기 또한 여전히 혼란스럽게 한다. 극중 그는 경찰대 출신의 비리에 연루된 엘리트로 나온다. 물론 이것은 기존의 형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미지와는 틀린 것이기는 하지만 '나약한 전문직업인' 이라는 천사표 배역을 그대로 밀고 나간것이기에 더욱 애매하다. 이점에서는 역시 적절치 못한 캐스팅이거나 혹은 역할에 대한 설정 자체가 아예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그 두번째, 주제의 명확한 전달이 힘들어지고 있다. 피 튀키는 주제에 너무 몰입되다 보니, 주제의 강조와의 발란스가 깨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감독이 처음부터 미스터리극과 하드 고어물의 성격을 띰을 고려했다면 주제에 대한 몰입의 반감까지 고려했어야 함에도 그것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게 되는 계기는 주인공이 이야기에 어떻게 동참을 하게 되는 가에 달렸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적절치 못하다면 관객의 몰입의 수준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한석규와 심은하의 극중관계의 설정에서 찾아볼수밖에 없다. 그점에서 극중 초반까지는 전혀 모르는 관계이고 또 그다지 서로 관심도 없는 듯하던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얽힘은 전혀 사실적이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극중 한석규가 심은하에게 피해자와의 관계를 도발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질문하는 것은 형사로서의 당연한 그리고 습관적인 행동인데, 감독은 이것을 서로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려 한다는 체스츄어로 이해시키고자 한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무리가 되는 것이었고, 결국 마지막 피해자로(머리를 전달 받음으로써) 한석규를 게임에 동참시킨다는 것은 기존의 남녀 주인공의 공식화에 따른 어쩔수 없어하는 부분인것 같다. 이점에서는 흔히 작가들의 스스로에 대한 질문 "그 부분에서 왜 그래야만 하는데?"의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 세번째, 한번 이해시키고자 했다면 그것을 끝까지 이해시키려는 점에서 심은하의 '나에 대해서는 모든것을 알지만 나는 당신에 대해서 몰라요?' 혹은 한석규의'이때까지 수연씨는 아무것도 애기해 주지 않았어요?'등은 결국 그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했음에도 의사소통은 그다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내고자 제시된 어머니의 제단, 죽어버린 고등학생의 단추, 그리고 몰래카메라.(카메라를 의식하는 것에서 한석규는 심은하의 세계에 접근해 들어가는 것이 된다) 결국 이 세가지중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죽음'의 이미지이다. 어머니의 제단을 봄으로써 두 주인공들은 부모라는 것에 대한 (그나마 편부 편모)부족함(부족함은 집착으로 나타나는 것이 정설이지만 이것은 얼마나 위험한 편견인가?) 공통점을 가지게 되고,사건의 실마리는 한 고등학생의 죽음 뒤에 남겨진 단서인 단추로 알게 되며 (그 수많은 시체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몰래카메라의 세계는 현실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편적으로 흩어져버린 단서들과 서로간에 겉돌고 있는 대사들 그것들을 다시금 유기적으로 묽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것이다.
이상과 같은 세가지 이유만으로도 주제였던 무언가 말할 것이 있다는 것은 쉽게 다가오지 못한다.그러니 극중의 이야기나 혹은 감독의 의도가 쉽게 전달되지 못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면 언어를 통한 것이 아닌 이야기를 통한 전달(즉 내러티브의 문제)이 얼마나 적절해야 하는 가의 문제가 중요함을 알수 있을 것이다.
이제 슬슬 결론에 들어가보도록 하자. 텔미썸띵은 그 자체로서는 그런대로의 수작이라 할만하다. 그 구조나 형식,그리고 적절한 캐스팅과 배역들. 그러나 문제는 작품 자체의 것이 아니라 흔히 한국영화에서 쉬리의 성공 이후 한국 영화의 완성의 척도는 갑자기 할리우드 영화만 한가 아닌가에 달려버린것 같다. 그리고 <텔미썸띵>은 전작인 <접속>만큼의 성공을 거두느냐에 달리기 보다는 최소한 <쉬리>만큼의 성공을 기대한 것이기에 영화계에서의 띄어주기와 혹은 그만큼의 비판은 감수해야 할 수밖 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것에 대해서 불평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 나오는 주제 전달의 미흡함은 감독이나 제작자들도 다시 한번
고려를 해야 한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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