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자이언트> 나는 수퍼맨이다
글: 장길산
2000년 03월 01일
The Iron Giant (1999)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해리 코닉 주니어
 |
인생의 또다른 즐거움 하나: 캐나다로 출장갔던 동료와 AOL로 어떤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몇마디 나누기만 했는데, 근 2개월이 지난 어느날 아침 큐비클 너머에서 불쑥 솟아오른 모습으로 비디오 테잎을 건네오는 것을 경험하는 즐거움.
원작 동화를 먼저 읽어보고서 과연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만들어 놓았을까 퍽이나 궁금해 했었다. 원작의 아이언 자이언트가 동화 속의 신비스러운 존재였다면, 이 애니메이션 속의 아이언 자이언트는 그러한 신비스러움을 벗어 제끼고 재주많은 우리들의 영웅으로써 재탄생한다. 원작에서 다소 무뚝뚝하게 처신하며 알쏭달쏭한 우주의 적과 승부를 겨루더니, 여기선 사람들의 불신과 자신의 올바른 - 올바르다고 배운 - 자의식을 위해 감동적인 일대 대결을 벌인다.
불쑥 거대한 로봇이 나타나고, 주인공인 호가스라는 소년에게 발견되고, 그들간의 우정이 싹터가며 새로운 동지를 맞아들이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알 수 없던 로봇의 면면을 알아가고, 신통하게도 로봇은 그의 꼬마 친구가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시키는데, 아주 끈질긴 반동적 인물이 나타나 이들 간의 관계에 끼어들어 로봇을 곤경에 몰아넣고, 로봇은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킬 만한 멋진 대사를 펼쳐놓고는 최후의 대결을 위해 멋지게 날아오른다는 영화이다. 사실 그다지 새롭거나 독창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원작의 묘사에서 가장 세심하고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분해된 로봇이 재결합하는 장면이다. 이 작품의 초반에서도 로봇의 각 부분부분이 하나의 로봇인양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묘사 장면이 있는데, 원작만 못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중요한 재료 하나를 놓쳐버렸군.' 하고 아쉬워하던 차에,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장면을 보게 된다. 원작에서 표현했던 것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원작을 넘어서는 또 한가지 요소는 아이언 자이언트의 모토인 '나는 총이 아니라 슈퍼맨이다' 라는 대사인데, 때로는 코믹하면서도 때로는 뭉클하게 다가온다. 원작에는 언급되지 않는 아이언 자이언트의 과거 암시와 자기 선언은 천재적일 만큼 독창적인 것은 아닐 지라도 ET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 - 경찰들이 총을 겨누고 있는데 ET와 아이들을 태운 자전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 대개 이 장면에서 사람들의 박수가 터지기 시작한다. - 정도의 정서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원작은 말을 아낀 탓에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 Animated Film이 옳은 표현인가? - 이라는 말 뜻 그대로 원 이미지의 뼈대에 여지저기 살을 붙여서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미덕을 베풀면서 원작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는 아주 뛰어난 작품이다.
p.s.)
(1) 별점은 4개 쯤?
(2) 원작에서는 나오지 않는 Hogarth의 성이 Hughes인 것으로 드러나는데, 이건 Ted Hughes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겠지?
(3) 딘(Dean)의 목소리는 해리 코닉 주니어가 맡았다. 비디오를 다 보고 OCN을 틀어보니 '천재소년 테이트' - 제목이 맞나? - 가 하고 있던데, 여기 나오는 날라리 대학생이 바로 그이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음악인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반갑기도 하지...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