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브링 잇 온> it's a cheer-ocracy!


글: 윤상열
2000년 11월 15일

청춘영화만큼 자기네 관객과 패거리의식으로 뭉친 장르도 드물다. 따라서 자신들만의 은어와 몸짓이 지배하는 영화 속에서 그 패거리의식에 동조하지 못하는 관객들은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다. 일부 어른들에게 해당되는 경우도 되겠지만 미국영화를 바라보는 우리네 청소년문화 또한 마찬가지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을 잊게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제와 깔끔한 연출력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너무나 자명한 영화적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유니크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한 편의 영화가 있으니 바로 <브링 잇 온 Bring it On>이다.

페이튼 리드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연출작인 이 영화는 그 동안 티비시리즈를 통해 그 재능을 인정받아온 감독의 유쾌하며,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치즈같은 영화다. 영화의 광고 카피며 노랫말이기도 한 i'm sexy, i'm cute, i'm popular to boot는 이 영화가 관객을 끄는 매체적 요소에서 티비의 힘을 빌어 온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대목이다.

전국치어대회 5연패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토로팀의 전임 주장 빅레드(린제이 슬로안)는 차기 주장으로 토랜스(커스틴 던스트)를 지명한다. 토랜스는 주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전국대회 6연패를 향한 하드트레이닝에 몰두하지만 팀원인 카버의 부상으로 새로운 부원을 충원하게 된다. 새로운 부원으로 들어온 미시는 토랜스팀의 안무가 LA의 클로버팀의 안무를 모방한 것이라며 토랜스에게 그것을 확인 시켜주고 클로버팀의 주장 아이시스는 "남의 것을 모방하지 말고 너희 춤을 추라"며 따끔한 일격을 가한다. 이에 토랜스는 부원들을 설득하여 대회일까지 자신들만의 독특한 안무와 새로운 춤동작으로 대회를 향한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헐리우드가 틴에이저 문화를 양산한 시기는 60년대 초 교외에 거주하는 중산층이 급증하면서부터다. 부유한 부모로부터 보장된 여가와 활발한 구매욕을 갖춘 10대들은 그들의 문화를 소비하길 원했다. 온갖 트랜디 상품으로 치장한 청춘영화와 시대성에 맞는 저항의식을 강조한 성장영화까지 헐리우드는 그들에 대한 구애를 멈추지 않았다. 브렛팩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존 휴즈의 영화들은 80년대 후반부를 청춘영화의 황금기로 장식했다. <페리스의 해방>, <브렉퍼스트 클럽>, <프리티 인 핑크>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영화들은 청춘영화의 전형적인 요소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내었고, 그 공식들은 줄을 이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다만 <클루리스>와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cruel intentions>은 그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별도의 작품리스트라 하겠다. 두 작품 모두 그 원전을 19세기 소설에서 가져온 것이므로 그 당시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유행의 풍속도에 크게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학내 생활이라든지 부모와의 갈등 같은 지엽적인 문제들은 크게 다루어져 있질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진실한 사랑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는 부차적인 이야기 거리들이 영화의 가지를 만들고 있으므로 영화는 시종일관 힘이 없다. 다만 개인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현실에 대한 은유적인 사고로 인하여 그 두 영화는 사적으로 매우 미혹적인 느낌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원작과의 시간적 갭에 대한 비교와 사랑에 대한 세대에 따른 풀이 같은 것 말이다.

거기에 덧붙이는 송가와도 같은 재기 발랄한 영화가 웨이츠 형제의 <아메리칸 파이>다. 섹스에 대한 익살스런 재담과 생기 넘치는 유머로 가득한 이 영화는 청춘성장기 영화의 계보에서는 약간은 예외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과 부차하게 연결시키자면 연결시킬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섹스에 대한 담론은 성장기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호기심에 머무를 뿐이다. 그것이 완성되는 단계는 결코 아닌 것이다. 그것을 무시한 <로드 트립>의 이상스런 발작기는 여성편력에 가까운 남근중심주의에 위치한 편협스런 사고의 영화였다. 흥행의 계기는 모든 것이 우연은 아닌 것이다.

청춘영화의 흥행에 대한 리드는 항상 호러와 섹스코미디가 주도해 왔다. 모두가 국내에서 흥행의 달콤한 맛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리 만치 우리나라에서는 그 두 장르가 청춘영화의 모든 것을 대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로맨스코미디에 대한 문화적 시각의 차이로 인한 반발심리에 따른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최근 국내에서도 소개된 <25살의 키스>와 <내가 너를 싫어하는 10가지 이유> 등은 비디오로만 소리소문 없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장르에 민감한 일부 매니아(?)층에게 꾸준히 어필하는 입소문이 퍼지게 되는 영화로 부각되기도 한 경우가 있지만 극장에서의 정면 승부는 오랜만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물론 <브링 잇 온>또한 미국 중산층의 귀여운 백인자녀들과 도전 정신에 민감한 그들 특유의 프론티어 기질이 화면 가득 담겨져 있는 어쩔 수 없는 헐리우드 영화다. 그러나 그것만을 갖고 몰아붙이기에는 너무나도 아기자기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오랜만에 보는 신선한 영화라 말 할 수 있겠다.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로부터 쏟아져 나온 화장실 유머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10대들만의 생기가 넘쳐흐르는 화사한 영화가 될지도 모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것은 휘황찬란한 무대에 오버랩 되는 치어리더들의 현란한 모습이다. 그들에게도 인간적인 번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을 얘기해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치어에 대한 인지도를 어느 정도 계산하고 이 영화를 이해하느냐가 이 영화의 흥행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토랜스역의 커스틴 던스트의 매력을 관객에게 어느 정도 전달할 수 있을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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