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4년 전의 나쁜 잠을 이루다!
글: 윤상열
2001년 0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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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영화'와의 유사성으로부터 결코 이 영화는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자신의 이름을 걸어 놓았다. 그것은 '눈물'이라는 영화가 소재나 기획, 이미지의 처리라든지 배우들의 색깔 있는 모습들에서 '나쁜 영화'와의 차이를 비껴가는데 어느 정도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임상수 감독의 '눈물'은 아주 특별하다. 그 제작경위까지 거슬러 올라가 세세히 설명해 가면서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구성적인 의도보다는 자연적인 스토리에 많이 기대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나쁜 영화'가 이슈메이커 '장선우'라는 화두로부터 그 탄력을 이어 받았다면, '눈물'은 디지털이라는 비주류 상업장치로부터 보호받았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신선함의 원천이다. 두 영화 모두 거리의 10代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연출스타일은 극과 극을 달린다. 이러한 이유의 한편에는 4년의 독자적인 준비기간과 창작기간, 또한 이른바 벌집으로 통하는 개봉동 일대를 6개월 간 현장 답습하며 스케치한 임상수 감독의 철저한 사전교감이 이루어낸 차이점이 바탕이 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구분짓자면 '눈물'은 거리의 아이들에게 감독이 창작한 시나리오를 덧씌워 놓은 것이고, '나쁜 영화'는 거리의 아이들에게 스스로 한 번 놀아 보라고 얘기한 것이다. 엉뚱하게도 35mm미리 영화였던 '나쁜 영화'는 핸드헬드 처리가 많았고, '눈물'은 디지털이라는 촬영조건에도 불구하고 스탠다드형으로 일관한 느낌이다. 그것을 일견 발견하지 못한다면 '눈물'이 갖는 새로운 영화적 호흡을 읽어내기에 부족함이 따를 것이다.
아다인 한과 거리의 생활에 찌들대로 찌들은 그의 친구 창. 한은 어느 술집에서 집단섹스를 벌이려는 도중 도망치려는 새리를 얼떨결에 도와주게 된다. 창이 기둥서방으로 있는 란의 단란주점에서 함께 일하는 한과 새리. 그들은 동거에 들어가게 되고, 술집 지배인 용호의 눈에 새리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나쁜 잠'을 자지 않는 새리를 좋아하게 되는 한은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새리는 그런 한에게 조금씩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창은 답답한 현실을 잊기 위해 바다로의 여행을 제안하게 되고, 기쁨도 잠시 집단강간 혐의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는 창과 한. 그들에겐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여기서 새리를 통해 계속 흘러나오는 '나쁜 잠'이란 어른들과 그들을 경계짓는 세대의 구분점이자 십대들에게 어른들이 안겨주는 유무언의 상처를 드러내 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새리가 '나쁜 잠'을 거부한다는 것은 동시대를 살고있는 모든 것에 대한 거부이자,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자 한 축을 지탱해주는 결혼이라는 인생의 통과의례를 지나치기에는 그들의 내동댕이쳐진 현실이 여전히 어둡고, 불완전한 것임을 끝임없이 보여주는 모습인 것만 같다.
'처녀들의 저녁식사'가 온전한 십대를 보내온 성인들의 고달픈 이상향의 발현이라면, 영화 '눈물'은 그러한 과도기에 발목 잡힌 십대들의 짙푸른 청춘에 대한 노스탤지어의 회임과도 같음을 영화는 곳곳에서 그려지는 고단한 그들의 삶을 따라서 웅얼거리듯이 나불댄다. 어떠한 이유와 명확한 원칙도 없는 어지러움이 가득한 시절이지만 란이의 퉁명스러운 한 마디 "그냥 네가 좋아!"와 같이 아무런 일에도 따지려들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만 무조건적으로 몰두하는, 아니 빠져드는 그림들은 그들이 평범한 십대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기성세대가 현실에 타협하며 망설이다 갖다 붙이는 변명인 절제의 미덕과는 속도의 개념 마냥 엄청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러한 세대차이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밝히듯이 이 영화는 "생양아치영화"다. 솔직히 그렇기에 가슴 뭉클한 개인적인 동정을 살 수 있고,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부유하는 삶 속의 생동적인 장면들을 디지털만큼 다이내믹하게 그려내는 도구는 근래 들어 찾아보기 힘들다. 임상수 감독은 6천만원이라는 소규모의 제작비를 갖고 그러한 모험에 뛰어들어 '눈물'의 진정한 리얼리티를 수확했고 이제 그 결실을 기다리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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