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시곡> An Eye for an Eye :::
양유창 | 2001년 02월 03일
조회 3150
 | |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
뭐라고 할까. <광시곡>은 참 고생이 심한 영화인 것 같다. 제작사인 '(주)씨네아이'는 이 영화를 위해 97년 만들어진 신생 영화사다. 이 영화 한 편의 시나리오를 97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검토했으며, 2000년 6월 크랭크인하기 전까지 투자, 감독, 배우 섭외 등등에서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어쨌든 크랭크업까지의 상황은 괜찮은 편이어서 산업자원부의 투자도 얻어냈고 군부대의 협조, 부산시의 지원 등에 배급사가 미국 영화사인 '콜럼비아트라이스타'로 정해지는 등 순탄한 편이었다. 적어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는 말이다.
장훈 감독은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찍고 또 자동차 관련 CF를 찍다가 데뷔한 케이스다. 데뷔 전에는 김종학 프로듀서의 [모래시계], [백야 3.98]에서 조연출을 맡아 경력을 쌓았다. 물론 <광시곡>이 그의 첫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런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필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보러 가라고 권할 수 없다. 영화의 초반부 30분 정도를 긴박감 넘치게 지켜보았고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하는 영화에 관객들은 아마도 어리둥절해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이 영화의 문제점을 세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 연기자들이 연기를 너무 못한다.
 장동직, 김유석, 박예진은 말할 것도 없고 조연들까지도 연기를 너무 못한다. 배우들의 연기만 조금 더 받쳐줬어도 영화가 이렇게까지 비난받지는 않을 것이다. 갑자기 총을 들고 오버액션을 펼치는 정흥채나, 한 가지 표정밖에 지을 줄 모르는 김유석,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장동직, 안타까운 연출에 가려 연기가 빛이 바랜 박예진 등등.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설득력있는 캐릭터는 부대장을 연기한 정동환 뿐이다. 물론 그가 '이한목숨'하며 자살하는 부분은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둘째,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있어 내용을 알 수 없다.
장동직은 자신의 어렸을 적 죄를 뉘우치기 위해 동생에게 자신의 눈을 바친다. 또, 장동직은 박예진이 자신의 친동생이 아니라고 아버지의 말을 빌려 간접적으로 밝힌다. 장동직과 대원들은 국가기밀을 탈취하지만 그는 훔쳐온 그 CD-Rom을 사진 뒤에 감춘다. 박근형은 정동환이 아닌 김유석과 대화를 나눈다. 대원들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하나씩 죽어간다. 여기에 이 질문을 붙여보자. "왜?" 물론 얼핏보기에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그냥 그러려니 관습적으로 알 것 같은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를 너무 숨기고 지나가는 탓에 영화는 너무 난삽해졌다. 또 필요한 부분을 부각시키지 않아서 다음 장면으로 이어가는 데에 무게감이 죽어버렸다. 중반 이후부터는 아예 말도 안되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셋째, 장면 장면들이 너무 어설프다.
신인 감독에 신인 제작팀이다. 마찬가지 케이스였던 <번지점프를 하다>는 90% 멋지게 성공했지만, <광시곡>은 그렇지 못했다. 같은 멜로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액션영화 티를 내는 탓에 어느 쪽에도 서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같은 케이스였던 <쉬리>가 액션과 멜로 양쪽에서 모두 성공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반면 <광시곡>은 액션, 멜로 둘 다 실패하였기에 불운하다. 우선 액션 장면 연출이 너무 생뚱맞고 또 클라이막스라 할 콘서트 장면 역시 지나치게 조약하다. 소리 없이 총을 겨누는 마지막 장면에서 박예진이 눈을 뜰 때, 그 진지한 장면에서조차 객석이 오히려 웃음바다가 되어버릴 정도였으니까.
<광시곡>에게 이제 남은 것은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냥 어설픈 영화로 남거나 아니면 일부 마니아들의 컬트로 남거나. 불행중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를 추켜세울 만한 지하 팬들이 존재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필자 역시 이 영화가 애초 기획했던 바대로의 '군부대 음모이론'이나 '장애인 소녀와 오빠' 같은 소재는 무척이나 좋고 또 가슴이 아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게 미덕 또한 있다. 이 영화를 좋아할 만한 사람이 이 땅에 있을 것 같다는 것. 아마도 다음과 같은 사람은 이 영화를 보고 감동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대한민국에서 건강하게 자라서 수학능력시험을 위해 공부 열심히 했고, 대학시절에는 사회에 대한 걱정에 잠못 이루었으며, 또 건강한 군대생활 내내 국가에 충성하리라 맹세하고, 건전한 여가생활을 즐기며, 동성애자-인권운동-국가보안법 이런 래디컬한 문제에는 반기를 들고, 승부욕이 그다지 강하지 않고 어느 조직에서도 모나지 않는, 가족들에게 천사같은 사람.
그런 사람은 분명 이 영화를 좋아할 것이다. 베토벤의 소나타가 아닌 대한민국 군부대의 음모이론을 SF(문자 그대로 과학적 공상영화)로 그린 <광시곡>을 말이다.
PS)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칭찬해줄 만한 부분은 음악이다. 그렇다고해서 음악이 화면에 맞게 적절하게 쓰였다는 말은 아니고 - 정말 음악이 역효과를 내는 부분도 있다 - 그저 음악이 잘 만들어졌다는 것. 나중에 찾아보니 음악을 맡은 사람이 끌로드 최라고 하는데, 제작비가 대체로 국방부와 관계당국, 그리고 음악과 음향효과 쪽으로 흘러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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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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