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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 예상할 수 있는 매력 :::


이윤형 | 2001년 05월 03일
조회 3597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본 주변 사람들이 저런 영화 만들 돈으로 텔레비젼 드라마 몇 편을 만드는 게 낫다고 한 적이 있다. 너무 밋밋하고 텔레비젼 드라마보다 더 나을만한 영화 적인 요소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난 그 영화를 보고 감탄했다. 남자가 마지막에 창문에 손을 대며 그녀를 느끼는 장면은 둘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한가를 보여주는데 그 이전에 둘이 사랑한다는 얘기나 키스를 한 적도 없기 때문에 둘의 큰 사랑에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파이란>에서 역시 강재(최민식 분)와 백란(장백지 분)의 만남은 잠깐 스쳐지나 가는 것 뿐이고 사랑한다는 말 역시 안하지만 둘이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보여주려 했다. 왜 그 설치는 인간이 죽은 그녀 앞에서 그렇게 약해지면서도 둘의 사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걸까. .

이 영화는 강재가 얼마나 더러우면서도 비참한 생활을 하는 지, 백란이 얼마나 불쌍한 처지인지를 보여주고 둘의 관계를 엮어 나간다.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시공간을 강재의 입장에서 옮겨나간다. <카라>에서 어이 없는 회상 장면이 마치 현재인 양 길게 보여준 어설픔이 이 영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를 시작 10분 정도에 코믹한 대화에서 느낀 관객은 당연히 긴장을 풀게 된다. '재미 있구나. . 이제 둘의 사랑 얘기만 기쁘게 보면 되겠구나. .' 라고 생각하는 관객에게 그는 조소를 날리는걸까. . 아니면 다른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 .

비극은 착한 사람이, 혹은 비참하지만 다른 것에 기대를 건 사람이 당할 때 극대화 된다. 후배들한테 욕이나 얻어 먹는 강재가 배 한 척 값보다 10년의 감옥 생활보다 귀한 여자를 알게 되고 또 그녀의 죽음을 보게 되는데도 우리는 별로 슬프지 않은 이유는 사랑하는 마음을 일방적으로 여자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이야기 때문이다. 강재가 조금만 더 그녀를 그리고 그녀가 조금만 더 현실에 충실했더라면. . 혹은 이야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부분이라도 있었더라면. .

초반에 둘의 관계가 묘하게 얽힐 것이라는 것에 대해 힌트를 주듯 약간씩 삐딱하게 잡은 앵글은 굉장한 성공이었다. 거기에 이어지는 강재의 방과 그녀의 방의 현실성. . 가히 완벽한 셋팅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완벽히 기쁨과 슬픔을 가르는 선이 없는 이야기 속에 묻혀버렸다. 화가 나는 연기를 할 때의 웃음은 아주 엷게 웃어야 느낌이 사는데 기뻐서 웃는건지 기분이 나빠서 웃는건지 분간을 못하게 되면 앞뒤 이야기 아무것도 쓸모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송해성 감독은 자연스러움을 안다. 어떤 것이 리얼하고 어떤 부분이 영화 전체의 궤를 맞춰나갈 부분인 지를 안다. 그 전체적인 부분에서 슬픔과 기쁨을 가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던 것 뿐이다. <카라>에서 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 흐지부지했던 것처럼 말이다. 강재는 조금 더 삶의 방향을 결정했어야 했고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말장난을 쳐선 안 됐다.

영화가 갖는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예상할 수 있는 것과 예상치 못한 매력이 있다면 이 영화는 예상할 수 있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상당한 영화일 것이다. 둘은 손 한 번 안잡지만 강재는 자신의 삶을 그녀를 통해 결정하고 마지막을 그녀 앞에서 맞이하니. . 이 얼마나 뻔하면서도 매력 있는 이야기인가. .






이윤형
전 '리버스' 편집기자. 현 '씨네라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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