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신이 온다> 작품성이 온다 :::
이종열 | 2001년 09월 11일
조회 3645
얼마 전 '필름 2.0'에서 본 김영진 기자의 에세이에 공감한 바 있다. 개봉작 따라잡기에도 버거워 정작 자기가 보고싶던 에릭로메르 회고전에 못 간 것을 그는 아쉬워했다. 나 또한 스케쥴 편성에 골머리를 썩는 연이은 시사회 쫓기로, 보고 싶던 영화를 많이 놓치고 있다. 문화학교 서울(시네마데끄)에 안 간지도 2년이 되어가고 집에는 EBS 명화들이 녹화만 된 채,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다. 이런 와중에 접한 문화 충격, <귀신이 온다>는 과식하고는 있었지만 아귀처럼 늘 허기졌던 공복상태를 가득 메워 주었다.
영화를 보며 우리가 주로 느끼는 감정상태는 기쁨, 슬픔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나는 이런 느낌 못지 않게 때때로 "분노"를 원한다. 분노의 힘은 소극적이고 감상적인 나를 보다 적극적이고 사회 참여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박하사탕> 이후 분노해야 할 것에 분노하게 해준 <귀신이 온다>에 고마움을 전한다.
<귀신이 온다>는 태평양전쟁 종전 전후의 중국 만주 지방을 무대로, 시작은 제법 해프닝 적인 유니크함으로 출발한다. 일본군인을 맡게된 순진한 농민들은 그들을 잘 돌보고 이에 감화한 일본군인도 후에 은혜로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대학살이다.
 지금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라는 망동이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고 뒤이어 국민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가 보여주듯 일본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다음 교과서 재검정 때 두고보자고 했던 일(日) 우익단체들, 무섭다. 더 무서운 것은 누군가의 표현처럼, 일본인들이 점점 우향우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귀신이 온다>의 국내 개봉은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분노할 것은 분노케 하는 좋은 텍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영화를 함께 본 한 고등학생은 영화의 배경이 된 과거를 알고있지 못했다. 나 또한 온전히 알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맹목적으로 한일전 축구시합 때 '일본쪽바리 새끼는 꼭 꺾어야한다'고 외치기 이전에 알아야 할 것은 아는 성숙함을 키웠으면 좋겠다. 아주 단순한 문제제기지만 학교에선 <귀신이 온다>와 같은 영화를 단체관람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1년 가르쳐도 귀에 못 꽂히는 역사의 진실을 두 시간만에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러는 분노할 것에 분노하는 학생도 있을지 모른다. [★★★★★]
※ 덧말: 영화가 끝난 후 볼 수 있었던 조영각 님(예전에 문화학교 서울서는 종종 뵈었는데…, 요즘 독립영화 짱을 맡아 바쁘시다는 말 들었습니다. 계속 건투를 빕니다.), 조상구님(이 영화를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역가로서의 인생 정말 보기 좋습니다. 예전에 <공포의 외인구단> 연기자로 나왔을 때도 정말 좋았습니다. ^^) 정말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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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열
*취미-비디오 테잎 모으기, 영화일기 쓰기
*해보고 싶은 역할-엑파의 멀더
*내 인생의 영화-수자쿠
*이상형-스컬리+강철천사 쿠루미
*좋아하는 배우-소피마르소, 줄리 델피, 전지현, 조재현, 김유미
*감독-이와이 슈운지, 장선우, 에밀쿠스트리차, 키에슬롭스키, 기타노다케시
*싫어하는 것-아프다는 말, 로빈윌리암스 출연 영화, 가루약, 교복이 어색한 꼬질꼬질한 여중생, 스페이스 A의 루루, 양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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