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스타일에 관하여

리뷰

<무사> 스타일에 관하여 :::

안승민 | 2001년 09월 18일
조회 2718

김성수 감독은 스타일리스트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적 전범이라 할 수 있는 영화들을 만들려 노력하고 애쓰는 감독이라는 점에서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감독이라고 말할 순 있을 것이다.

<비트>의 폭력 씬의 연출과 <태양은 없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버디무비적 요소와 허무적이면서 낭만적인 세계관 등은 헐리우드에서 나름의 전형이 진작에 갖추어 졌던 것들이었다. 그 틀을 이어나가고 새롭게 허물어 가면서 발전을 하는 사명을 헐리우드가 가지고 있지만 그 작업 역시 지난하고 힘겨운 일인만큼, 김성수 감독의 이번 영화는 그러한 전범의 하나인 스펙터클을 잡아내는 것을 한국적 문화 속에서 창출하려고 노력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장소와 소재를 광활한 중국대륙에서 끌어들이긴 했지만 말이다.

<무사>는 그 이야기 자체가 여러 나라의 미묘한 관계를 기조로 하고 있어서, 액션장면이 필요한 만큼 스토리를 잘 따져보고 스펙터클의 비장미를 눈여겨보아야 하지만 그러나 섣불리 외국 영화의 스펙터클과의 비교만으로 가치를 따지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장면과 장면의 연출에서 한국적 특성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사라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본분과 연결된다. 국가가 지정한 사신들을 보호하는 것이 임무인 용호군 장군인 최정(주진모 역), 최정의 보좌관인 별정 가남, 잡역부들인 주진군 대정(안성기 역), 부사를 호위하는 여솔(정우성 역) 등은 모두 자신들이 지켜야할 대상이 있고 대상을 지킨다는 명분을 가지고 검을 휘두르는 무사들이다. 하지만 그 무사들이 각각 귀족에서 평민과 노예, 범죄자라는 다양한 계급으로 사신단 속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점잖은 관객들의 심리와 기대에 불과하는데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점잖은 자신의 마음을 쉽게 연기가 이상하다는 둥, 음악이 나빴다는 둥, 트집을 잡는 것 같다.)

즉 이 말은 그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시기에, 그리고 고려로 가는 여정의 길목에서 최정이 어떤 판단을 내리건 각각의 무사들의 의견과 배치되는 부분들 때문에 다툼이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영화 내내 관객을 지루하게 만드는 그들의 말싸움과 토론이 스펙터클까지 건드리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스펙터클 자체에 문제를 삼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 생각한다. 연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한도 끝도 없이 않 좋게 볼 수 있는 것이 영화인지라, 특히 제대로된 역사장편영화의 전통이 없는 우리 나라에서 이러한 지적은 소모적일 뿐이라 여겨진다.

초점은 그러나 김성수감독이 연출한 의도적인 무사들 내부의 갈등들이 관객들을 질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즈음가면 장쯔이는 애물단지로 너무 맥없이 전환되어버린다.

감독은 주연급들의 삶과 그들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포함한 성격이 단지 대사들만으로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했따. 그들이 전형성을 획득하는 것 또한 한번도 바뀌지 않는 의상과 그들이 소장하는 검과 도끼, 창 때문만도 아닌 것이다.

최정 장군이 계속 몽고 군들에게 당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오고, 여솔은 부사를 잃은 슬픔에 막연히 부용 공주를 사모한다는 등, 그들의 주요한 액션이 담보되는 행동에는 정작 관객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관객이 최정의 어려운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사막에서 행군을 지휘하는 첫 장면에서부터이다. 반면 정우성의 멋있게 보이는 연기와 뛰어난 창술 연기에서는 부사의 시체를 건드리는 원군과의 첫 전투에서이다. 이후 이들이 달라진 것 없이 반복해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윗사람의 심리와, 멋있게 창휘둘기 묘기만을 부리는 액션을 들이민다면 똑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어찌 지루함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뛰어난 조연들의 연기만 머리속에 남아서 감탄을 내지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미친 한인 노파를 보살피는 하일과, 한인 임산부를 고향에 두고 온 아내처럼 보살피려는 어린 소년병사, 그리고 눈을 잃고 죽어 가는 이름모를 주진군 병사들의 연기는 명분을 고수하는 무사들의 인간적 죽음의 전범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최정을 끝까지 보살피는 가남의 연기는 영화 내내 그 특징을 잃지 않고 비장미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미덕이라고 보여지는 피를 철철 뿌리는 하드고어액션씬은 김성수 감독이 화이팅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실제로도 이런 깔끔하지 않는 상황에 놓인 남자들의 말싸움이 심하리라고 우리는 당연시 할 수 있지 않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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