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폭 마누라> 관객만 많으면 장땡인가? :::
강병융 | 2001년 10월 14일
조회 5672
이 글에서 <조폭 마누라>에 대해 좋은 말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씹어 치울 생각이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그저 영화는 보고 즐기면 그만 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한국 영화가 연일 엄청난 매진 사례와 함께 관객 점유율을 나날이 높여가고 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가 이러한 성과를 이루어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속작으로 <조폭 마누라>가 등장했다. 그리고 별로 믿고 싶지는 않지만, 5일만에 14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일주일이 그리고 며칠이 지나 200만을 가볍게 돌파했다. 제작자 서세원이 500만은 들 영화라고 한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한국 영화가 잘되면 좋아야 하지만 난 한국 영화를 만드는 혹은 한국 영화에 관한 글을 써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이지만, 왠지 씁쓸하다. 나의 지론은 이렇다. 한마디로 <조폭 마누라>는 이렇게 광적으로 사람이 많이 들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 속에는 <쉬리>가 지니고 있었던 남북 문제 대한 참신한 접근이나 최초의 블록 버스터의 시도도, <공동경비구역 JSA>가 보여주었던 역시 남북 문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도, <친구>의 향수와 추억에 대한 담론도, <신라의 달밤>이 보여준 작가의 나름의 영화관도, <엽기적인 그녀>가 보여준 신세대 영화의 시도와 다른 차원의 멜로도 없다. 그리고 이들은 대신할 만한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변종 혹은 잡종의 오락 영화일 뿐이다. 시류를 잘 타고 난 조폭 황당 코믹극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이 들었다. 첫째 잔인하게 유치하다. 둘째 더 이상 이런 류의 영화는 없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당분간은. 이 영화가 제시한 코드들을 훑어보자. 일단 황당한 설정이 있다. 여자가 조폭이라는 사실, 그것도 잘나가는, 쌈을 짱 잘하는 넘버2 이것은 <신라의 달밤>에서 등장한 망나니 체육 선생과 일등급 깡패 두목의 변주 일 뿐이다. 두 번째, 코드는 잔인함이다. 안재모가 까불다가 죽는 장면을 보라. 이것은 거의 <친구>의 패러디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친구>에서 장동건이 죽을 때, 남긴 대사 "묵을 만큼 묵었다. 그만해라!"는 우스개로 통하고 있다. 그런데 <조폭 마누라>에서는 아예 웃기려고 작당을 했다. 어설픔에 웃기지도 슬프지도 않은 씬이 되어 버렸다. 셋째는 엽기이다. 넘버 3가 목욕탕에서 가발을 벗는 장면, 정말 말도 안되는 엽기이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특수 효과마저 엉망이고, 덕분에 이와 연결되는 포장마차 씬은 더욱 한심스럽다. 그리고 김인권이 옷벗고 덤비는 장면은 정말 짜증스러울 지경이다. 흡사 <넘버 3>의 송강호식 발상인데, 이 역시 이미 진부하다. 그리고 덧붙여 안재모를 죽인 일당이 있는데, 이들은 <주유소 습격사건>에 노래하는 양아치들을 연상케 한다. 결국 <조폭 마누라>는 변종+잡종 전략으로 웃기기를 시도한다. 그 웃음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 철저히 웃고 끝이다. 웃기기라도 하면 좋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짜증이 난다.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하반기에 개봉되는 <달마야 놀자>나 <두사부일체>는 제발 이런 전처를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말 : 신은경의 이중 인격자 연기는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의 짐 캐리를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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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융
오넷콜맨, 살바도르 달리, 무라카미 하루키, 이제하, 장 비고, 키애누 리브스, 정성일, 쿠엔틴 타란티노, 무라카미 류, 이무영, 존 드 벨로, 김영하, 로이드 카우프만, 장정일, 디지 길레스피
- 상기 거명된 자들을 한꺼번에 믹서기에 넣고 갈아서 마시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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