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관 옆 동물원> 새로움과 사랑스러움, 심은하의 영화 :::

강병융 | 2000년 03월 11일 조회 2974
<미술관 옆 동물원>은 액자식 구성을 가진 영화이다. 영화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점에서 우선 영화는 관객에게 신선함을 준다. 영화는 속칭 러브 스토리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로맨틱 코메디이다. 영화는 내용은 평이하고, 형식은 독특하다. 만일 이 영화가 영화 속 영화 혹은 영화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면 아마 진부한 수준의 때늦은 <결혼 이야기>의 아류작으로 전략했을 것이다.
우선 청룡영화제 시나리오 당선작이라는 것이 말해주 듯 이정향 감독은 잘짜여진 시나리오로 영화를 맛있게 만들었다. 영화라는 소재를 커다란 틀로 두고, 다시 그 안에 미술관관 동물원이라는 다시 독특한 소재를 배치함으로써 신선함을 준다. 그리고 자칫 유치하거나 감상적일 수 있는 대사들을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하게 함으로서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도 영화의 긍정적 효과로 들 수 있다. 우선 춘희라는 케릭터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녀는 여성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사랑스럽다. 그녀는 깔끔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미워할 수 없다. 이정향 감독은 다시금 새로운 캐릭터로 관객을 유혹한다. 기존의 한국 영화의 여주인공의 전형인 청순가련형이나 전형적인 캐리어 우먼 대신 춘희라는 새로운 대안적 캐릭터를 보여준다.
결국 '미술관 옆 동물원'의 첫번째 장점은 새로운 시도와 독특한 시나리오의 결합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대안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 이야기 + 사랑스런 화면
기존 영화와는 다른 대사의 재치가 영화를 사랑스럽게 만든다. 극중에서 춘희와 철수, 다혜와 인공은 수많은 대화들을 관객에게 던진다. 그러나 그 대사들은 <결혼 이야기>나 <닥터 봉>등의 영화에서 보여준 단순한 음담패설과 우스개의 수준을 넘는다. 극중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로맨티스트들이고 그들의 대사들은 재치와 유머로 꽉 차 있다. 특히 시나리오 속의 인물 인공과 다혜의 대사는 다분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또한 인공이 우주와 사랑을 비유하는 표현들은 낭만적이고도 진부하지 않다.
게다가 시나리오 내의 장면은 대부분 가을색 톤으로 나와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게 한다. 특히 낙엽과 어우러진 화면이나 밤하늘의 전경은 관객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결국 영화는 사랑스런 대사들과 사랑스런 화면들의 사랑스런 조화를 보여준다.
배우들
안성기는 당연히 잘했다. 이성재는 생각보다 낫다. 송선미는 좀 설프다. 심은하는 짱이다. 놀랄만한 배우는 역시 심은하이다. 그녀는 춘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잘도 해낸다. 물을 병째로 마시고, 밥상 앞에선 괴성을 지르는 모습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그녀의 맹한(?) 웃음과 앙증스러운 표정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다.
새로움
<미술관 옆 동물관>은 새롭다. 같은 시기에 나온 여타의 로맨틱 영화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건 새로움 때문이다. 새로움의 요인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는 새로운 감독이다. 이정향 감독은 영화 아카데미에서 수강한 신인 여성 감독이다. 그녀의 영상은 감각적이다. 그녀의 화면은 따뜻하고 그녀의 이야기는 감미롭다. 그녀의 유머는 귀엽고 지적이다.
둘째는 역시 이정향 감독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형식으로 그녀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었다.
셋째는 새로운 얼굴들이다. 심은하는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했고, 이성재나 송선미 같은 배우들 역시 새로운 얼굴이고, 안성기조차도 기존의 연기력으로 조연을 잘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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