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뚫어야 산다> 비디오 시장은 뚫겠네 :::

이종열 | 2002년 06월 30일 조회 3327
박예진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이후 눈여겨 봤었는데 실물로 보니, 느낌이 없었다. 상상했던, 꼼꼼하게 예쁜 얼굴은 아니었던 것. 박광현은 원래 관심이 없어서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던 인물은 김진만이라는 배우였다. 예전에 청소년 드라마인 [호랑이 선생님]에 나왔던 배우인데 검색을 하다보니, 탤런트 전현아와 올 가을에 결혼 예정이란다.
영화는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덕분에 은근히 웃을 수 있었다. 시사회 관객들도 억지 웃음이 아닌 진정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내 웃음이 특별난 건 아니었다.
<뚫어야 산다>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유치와 상투의 진정성 경계에 서고 있다. 나는 이 둘 사이에 섰다가 최종에는 유치의 진정성 쪽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 결정타는 대부분 보스 역의 이재용(B)으로부터 맞았다. '해가 갈수록 출생년도도 변한다'고 생각하는 그의 순지한 무식함은 조폭 소재의 풍자 대상인 무식함의 원형을 제대로 보여준다. 한편 박카스를 마시면 무적 용사가 된다거나 방구가스, 슬픔가스, 기쁨가스 등으로 적을 무찌른다는 설정도 참, 딱한 발상이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걸 보면 감독은 연출력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던 것 같다. 이 외에 초보 택시기사로 깜짝 출연해 손님에게 길 가이드를 부탁하는 이창명의 의외의 상소리와 박예진의 반박은 정말 충격적이다. 또 양택조(형사)가 먹을 것을 싸들고 전무송(도둑)에게 면회를 가서, 저 혼자 먹고는 휙 나가버리는 썰렁함은 남 웃길 줄 아는 고은기 감독의 평소 생활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조목조목 따지고 들면 엉성함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영화이긴 하지만 <뚫어야 산다>는 악의 없는 캐릭터들의 순진함으로 인해, 잠시나마 웃을 수 있던 영화였다. [★★]
|
 
 | 이종열 *취미-비디오 테잎 모으기, 영화일기 쓰기
*해보고 싶은 역할-엑파의 멀더
*내 인생의 영화-수자쿠
*이상형-스컬리+강철천사 쿠루미
*좋아하는 배우-소피마르소, 줄리 델피, 전지현, 조재현, 김유미
*감독-이와이 슈운지, 장선우, 에밀쿠스트리차, 키에슬롭스키, 기타노다케시
*싫어하는 것-아프다는 말, 로빈윌리암스 출연 영화, 가루약, 교복이 어색한 꼬질꼬질한 여중생, 스페이스 A의 루루, 양미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