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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뻔하지만 괜찮은... :::


강병융 | 2002년 08월 27일
조회 3069


안병기 감독은 <가위>라는 공포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하지원의 필모그래피는 <가위>, <진실게임>, <동감>, <>이다. 출연작이 많지는 않지만 절반이상이 공포영화이다. 또 네티즌들이 뽑은 공포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매혹적인... 절대 공포’라는 카피 그리고 두 눈 부릅뜨고 하지원의 얼굴이 박힌 포스터, 역시 <폰>을 영락없는 공포영화로 만들어주는, 기대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여자가 주인공이다.

여자는 당당하고, 두려움을 모른다. 그리고 절대 죽지 않는다. 지원은 바로 그런 캐릭터이다. 약해보이지만 강한 그녀, 그녀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그녀는 두려움을 모르고, 소리를 잘 지르지 않으며, 위기를 즐긴다. 자신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핸드폰을 쥐고 있으면서도 그 위기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그 내부로 들어가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아주 전형적이게도.

대부분의 공포 영화의 사건의 중심에는 보복과 사랑이 있다. <스크림> 시리즈나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시리즈 등 헐리웃의 공포영화들을 돌이켜보라. <폰> 역시 그렇다. 사랑의 실연 그리고 응징을 피의 복수가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오뉴월에 한을 품은 여자가 얼마나 살벌한지는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자의 한과 보복은 서양의 공포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무서운 이야기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전형이다. 처녀귀신 류가 등장하는 모든 영화는 여자의 한이 시발점이다. 물론 더 근본적으로 따지면, 남자의 잘못이 바탕에 있지만. <폰> 역시 이런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남자의 잘못, 여자의 한 그리고 복수의 이야기. 거기에 신들림까지 등장한다. 억울한 여고생의 혼이 영주라는 아이의 몸에 깃든다. 물론 영주는 혼이 깃들기 전까지는 착하고 예쁜 아이다. 이런 방식은 <오멘> 등의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주의 외모는 우연인지 몰라도, ‘처키’의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공포의 관습을 답습하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리를 이용하는 전형적인 놀래기식 공포(<스크림>에서 많이 써먹었던 수법), 칼 들고 설치는 살인마의 등장(<나는 지난 여름에...>에서 등장하는 살인마) 등이 있다. 그리고 몇 달전 세간을 흔들었던 살인사건과 같은 형태로 등장하는 시체.(이것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영화보기 싫어진다.)

안감독은 여러 가지 기본적인 공포영화의 구색을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거기에 가장 한국적인 것을 배합한다. 바로, 핸드폰이다.(가장 한국적이라는 말이 틀릴 수도 있지만.) 핸드폰이라는 소재는 다른 나라 영화감독이라면 생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휴대폰 문화가 발달한 나라가 흔치 않고, 그것과 처녀귀신의 만남 그리고 헐리웃에서 익히 보았던 잘 짜여진 관습들의 배치. 그리고 뒷이야기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적절히 배치된 여러 가지 바운드 모티프(bound motif)들. 그로 이 영화는 한국 공포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미 그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렇다고 완성도가 높다고 일방적으로 옹호할 수준의 것은 아니다. 어설픈 상황 설정이나,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등 나무랄 곳도 많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손을 들어주는 까닭은 노력과 가망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강병융
오넷콜맨, 살바도르 달리, 무라카미 하루키, 이제하, 장 비고, 키애누 리브스, 정성일, 쿠엔틴 타란티노, 무라카미 류, 이무영, 존 드 벨로, 김영하, 로이드 카우프만, 장정일, 디지 길레스피
- 상기 거명된 자들을 한꺼번에 믹서기에 넣고 갈아서 마시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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