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석한 풍경은 영락없이 집시다. <언더그라운드>와 함께 지하로 갇혀 버렸던 천진난만함이 다시 돌아왔다. <집시의 시간>의 황홀함 만큼은 아니지만,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는 보는 이를 시종일관 웃음짓게 만든다. 집시 아들과 처녀의 예쁜 사랑도, 깡패 두목과 대부와 그 대부의 친구로 이어지는 힘의 균형도, 운명적인 사랑을 찾는 대부의 손자와 깡패의 여동생의 재치있는 만남도 모두 집시의 잔치판에서 이루어진다. 만세! 늘 아코디언을 연주하면 행복이 그 소리 안에 함께 하리라.
1998-1999 가장 유쾌한 영화
유쾌하다. 90년대 집시의 시간이 호화유람선에서 댄스파티를 벌이는 독일인들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기막히게 재미있을 것이다.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는 그 축제의 증인이다.
사실 영화의 시작은 아주 걱정스럽다. 무턱대고 화사한 음악과 슬랩스틱 코미디가 이미 은퇴선언을 했던 에밀 쿠스트리차의 진의를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발칸반도에 대한 미묘한 감정으로 비판에 못이겨 영화를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 사실 그 말을 실제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연극계를 전전하던 에밀 쿠스트리차는 영화적 사고가 이미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떠들썩하고 사려깊은 농담으로 에밀 쿠스트리차는 해피엔드의 선물을 들고왔다. 웃자. 그리고 즐기자. 그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그동안 감독 자신의 답답함, 그의 정치적 성향과 인생관을 모두 담고 있다. 영화가 감독 자신의 것일 수만은 없겠지만, 이 영화 만큼은 적어도 그렇다. 가진 자의 웃음과 막무가내인 자에 대한 집시의 보복, 자본가를 설득해야 하고 결국은 아들을 데릴사위로 이용하기까지 하는 남자는 어쩌면 슬프기까지 한 소재이다. 하지만, 우스꽝스런 행동과 자신의 사랑을 찾아나서고 찾아내는 연인들은 슬픈 소재를 해피하게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해피니스는 감독 자신의 메시지이다.
영화의 백미는 죽은 줄 알았던 두 남자가 깨어나는 마지막 장면에 있다.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는 지붕으로 숨어들어가 그들을 살려낸다. 그들이 깨어나자 힘의 관계는 다시 모두 바뀐다. 역학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한순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발칸반도에 가졌던 관심이 사라지고, 이제는 누구도 쉽게 코소보나 동티모르를 스크린에 담지 않고 있다. <언더그라운드>로 발칸의 죽은 역사를 이야기했던 감독은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였느냐고 되묻는다. 1995년의 유령은 다시 살아나도 결국 해피엔드로 귀결될 것이 아니겠느냐는 뜻일게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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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Black Cat White Cat :::
유쾌하다. 90년대 집시의 시간이 호화유람선에서 댄스파티를 벌이는 독일인들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기막히게 재미있을 것이다.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는 그 축제의 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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