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리뷰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

노정규 | 2003년 04월 19일
조회 2759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장국영의 죽음, 괴질의 공포,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난. 지금 나열한 것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아픔과 고통 중의 하나로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이다. 4월의 봄인데도 작년에 비해 많은 썰렁함과 차가움이 봄의 기운을 누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돌이킬 수 없는>은 어쩌면 행복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꾀고 있는 듯한 감독의 연출력에 좀 더 생각을 요하는 영화이다.

영화는 역순구조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역순구조의 방식은 영화 <메멘토>나 기타 영화들에서 취했던 구조로서 주제를 부각시키고 좀더 관객들과 소통하려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역순구조는 제목과 맞물리게 된다. 현재의 불행한 사태를 초래한 과정들을 되짚어보면서 과거 속에 행복했던 모습들을 부각시키고, 현재의 사태를 없었던 것으로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순간으로 조금이나마 돌이키고자 하는 인간의 모순된 아니 헛된 욕망을 지적하고 있다.

영화의 속도나 흐름을 통해 기억의 연차방식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스토리의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두 남자의 무기력한 대화가 끝나면 사건의 발생이 종말 되고 두 남자는 경찰에 연행된다. 이 부분까지는 다소 느린 속도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복수에 차 오른 폭력과 강간 씬은 빠른 속도감으로 바뀐다. 그후 영화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행복한 내용의 스토리 라인에서는 다시 느린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속도감을 통해 기억을 유출해 낼 수 있는데, 나쁘고 참을 수 없는 불행한 부분은 빠르게 순간적으로 기억에 남고, 행복한 순간의 모습은 느리게 가슴 저미도록 천천히 오랫동안 기억 속에서 더듬게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속도감과 기억의 연관성을 통해 이 영화를 필자는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와 비유하고 싶다. 처음 출발점에서는 느린 속도감을 갖지만 점차 빠른 속도감으로 전환되고 나중에 도착지점이 가까울수록 속도는 다시 원점으로 느려지게 되는 모습이 꼭 1시간 30분 동안 정신없이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나 우리들의 기억이나 이 영화 속의 기억이나 다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영화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강간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알렉스의 복수를 위해 마르쿠스와 피에르가 강간범 테니아를 복수한다는 내용이 이야기의 기둥 줄거리다. 내용 자체는 다소 일반적이고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순구조로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을 보여줌으로써 악몽 같은 현실을 벗어나려는 현대인의 심리적인 바램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알렉스 역을 맡은 모니카 벨루치는 실제 남편인 뱅상 카잘과 이번 작품 말고도 전작 <늑대들의 후예들>, <라빠르망>에서도 같이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최근에 <말레나>나 <아스테릭스 - 미션 클레오파트라> 등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반면 이번 작품이나 브루스 윌리스와 공연한 <태양의 눈물>에서는 연약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어 상반된 느낌을 전달한다. 올 여름 <매트릭스 2 리로디드>를 통해 그녀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한다. <증오>나 <크림슨 리버>에서 프랑스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헐리웃 배우 못지 않은 인기 대열에 올라선 뱅상 카잘의 증오에 찬 복수심의 내면 연기도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초반 장면 중 소화기로 얼굴을 으깨는 폭력 씬은 가히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지하도에서 일어나는 모니카 벨루치의 9분 가까이 되는 강간 씬도 폭력 씬 못지 않은 큰 방향을 일으키는 장면이다. 프랑스에서 실제 최근 영화 속에 나타나는 리얼 섹스, 리얼 폭력이라는 컨셉과 맞물리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더 그 장면 속에서 또 다른 감독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문제의 강간 씬에서 강간행위를 저지르는 남자의 대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사회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돈 많은 여자는 어떤 맛일까!"로 시작되는 대사는 있는 자와 없는 자 곧 부익부 빈익빈의 모습과 게이로서 사회적 위치의 아웃사이더인 강간범의 또 다른 사회적 불만과 욕구를 대변하고 있다. 카메라를 촬영감독이 모니카 벨루치가 엎드린 상태로 같이 눕혀서 찍었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사실주의에 입각한 표현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소개한 영화 <돌이킬 수 없는>는 자칫 광고포스터에 비친 9분 동안의 충격 강간 씬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눈요기 영화로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기억과 행복, 불행이라는 집약된 주제를 짧은 시간동안 인간의 기억방식으로 불가능한 현실을 돌려보고자 하는 감독의 압축된 제시가 있다. 좀더 열린 사고와 느낌을 가지고 영화 속으로 들어갔으면 한다.

노정규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전공
모니터 활동, 명예기자 경험 다수
씨네코아, 아트로드, EBS교육방송, 네띠앙, NATE, M.NET 모니터 요원
국정홍보처, 서울시정, 산업인력관리공단 HRD, 녹색교통협회 대중교통 모니터 요원
야후지기, 천리안 게임 테스터, 중앙일보 헬스케어 명예기자, 조이씨네 명예기자, KMTV 통신원, 연세엽기신문 기자, 일간스포츠 학생기자, 위클리엔터테이너 명예기자, 한겨레 신문사 하니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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