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니스> 불 꺼진 방의 공포

리뷰

<다크니스> 불 꺼진 방의 공포 :::

윤현호 | 2003년 05월 25일
조회 3127

(공포영화를 스포일러(결정적 단서)없이 쓰는 건 너무 힘들어요. ㅡㅡ)

7명의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중 딱 한 아이만 집으로 돌아오고 아이는 알 수 없는 소리만 반복합니다. 사건은 시간에 묻혀 잊혀지고 40년이 흐르게 됩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가정. 하지만 좀더 다가가면 위태로운 균형 잡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는 모녀사이는 얼핏 새엄마와 반항적인 의붓딸처럼 보일 정도. 예전에 앓았던 정신병 때문에 가끔씩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버지. 이상한 그림을 하루종일 그리는 막내까지.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패밀리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 '조용한 가족'보다 더 공포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건 이들이 새로 이사온 집터입니다. 일주일 후면 40년만의 개기일식이 돌아오는데, 뭔가 심상치가 않아요.

1. 음모를 들키지 말것

역시 '공포의 집'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귀신들. 벽 안에 숨겨져 있는 비밀창고. 집터와 관련된 기분나쁜 유래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동원되는 기상조건들. (<엑스맨>의 스톰처럼 귀신들은 언제나 천둥, 비, 바람과 함께 등장하죠. ㅡㅡ)

<다크니스>가 가지고 있는 공포영화의 18번 코스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불길한 징조는 언제나 미취학 아동에게서 나타나며, 사이비 종교의 전세계화 음모가 첨가됩니다. 관객들이 이미 충분히 즐겼으며, 그 타이밍까지 달달 외울 정도가 된 공식들이죠. 이런 클리셰들을 한가득 달고있는 <다크니스>의 걸음이 좀 위태롭게 보이긴 합니다. 비단 공포영화가 아니더라도 관객의 머리 위에서 놀아야 뭔가 해답이 나오기 마련이잖아요. 지금 저 뒤에서 나를 놀래려고 숨어있는 친구의 모습을 상상해보시길. 들켜버린 음모는 공포가 아니라 코믹이 되버리고 맙니다.

2. 불꺼진 방의 공포

하지만, 의외로 <다크니스>는 진부한 공포 공식들을 잘 이용합니다. 몇몇 부분은 참신한 테크닉으로 돌파구를 내기도 하고요. 우선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의 고립감이 잘 살아있어요. 공포의 집과 싸우는 설정에선 대개 가족구성원의 유대가 끈끈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선 오히려 부모는 우리 편이 아니라 공포의 아군입니다. <샤이닝>의 잭 니콜슨같은 아버지를 어떻게 의지하겠어요. 공포로부터 우리를 꺼내 줄 아군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유일한 공격은 그저 도망치는 것밖에 없죠. 맞서 싸울 수 없는 공포의 존재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공포일 거예요.

이밖에 영화는 불꺼진 방에 남겨진 아이의 공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굽혀지지도 않는 관절들을 굽혀가며 심하게 학대당한 장난감들은 불 꺼진 밤이 되면 아이에게 복수를 합니다. 시뻘겋게 눈을 부릅뜨고 살아 움직일 것 같죠. 아이는 공포를 느끼고 유일한 탈출법은 불을 켜고 자거나 장난감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것밖엔 없습니다. 친근함이 낯선 감정으로 변질되면 바로 그때부터 공포가 시작되는 되는 거죠.

다만, 영화는 매끄럽게 매듭의 마무리를 짓지는 못하고 있어요. 워낙에 아군이 없던 아이들이라지만 아무런 해결책 없이 그냥 집 밖을 나와버린 건 좀 무책임해보입니다. 개기일식 주문이 성공되고 이제 세상이 악마들로 우굴거릴 텐데, 왜 그 구멍을 아무도 틀어막지 않고 도망쳐버린 걸까요? 이런식의 상쾌하지 못한 열린 결말은 제작진 스스로 문제에서 도피해버리는 것 같이 다가옵니다.

음.. 속편에서 해결사가 출동한다는 소리는 마시길. <매트릭스>의 2.3편처럼 그런 거대한 기획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영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