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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 슬픈 공포 :::


윤현호 | 2003년 06월 21일
조회 4369


맞습니다. 고전 '장화 홍련'의 그 이야기예요. 다른 게 있다면야 자매의 원한을 달래 줄 사또가 없다는 것. 아직 계모에게 살해당하지 않아서 원한이랄 것도 없구요. 귀신을 잔뜩 달고있을 것 같은 통나무집에 묶여 있고, 이름부터 귀신스러운 장화, 홍련 대신 수미(임수정), 수연(문근영)이란 준수한 이름입니다. 그밖엔 원작과 다를 게 없습니다. 뭐가 남았는지 모르겠지만요. ㅡㅡ

계모가 된 은주(염정아)는 '행복한' 보단 '완벽한' 가정을 만들고 싶습니다. 남편(김갑수)의 딸들과 원만한 관계가 필요한데 협조가 수월하지 않군요. 수미, 수연에게 은주는 어머니를 대신할 존재가 아니라 남은 아버지마저 빼앗아 버릴 침입자나 마찬가지니까요. 이들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는데다 '공포의 집'은 점점 귀신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답니다.

1. 슬프다. 공포가

'이 영화가 정말 무섭고 아름답고 슬픈 영화가 될 수 있을까? - 김지운 감독'

<장화, 홍련>은 쓸만한 공포 장면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포에 감정이 새겨져 있습니다. 영화의 반전과 관련된 '슬픈 공포'를 발견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예요. 무표정으로 등장하는 귀신들은 순간적인 '공포'를 동원하면서도 '사연'이 있을 법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들은 생각만큼 공격적이지도 못하구요. 마치 사또에게 사연을 고하기 위해서 의도하지 않은 공포가 필요한 '장화 홍련' 자매와 같은 이치죠. 영화 <장화, 홍련>의 집과 귀신들은 일단 두려운 존재지만 그 너머로 애타는 사연이 느껴집니다.

김지운 감독은 '슾픈 공포'로 감정으로 가닥을 정합니다. 관객들은 비명의 카타르시스를 즐기면서도 장면 안의 피해와 가해의 사슬을 감지합니다. 그것이 귀신과 인간 사이의 것이든, 계모와 자매들 사이의 일이든 말이죠.

영화에서 오히려 훨씬 공격성을 발휘하는 대상은 계모의 구성원으로서의 결벽적인 '집착'과 수연의 끔찍한 '모성 본능'입니다. 죽은 자들의 원한이 살아 있는 자들의 '집착'덕분에 사소해져 버렸죠. 여기에 아버지는 존재하지만 존재 가치없게 그려집니다. '부재'가 아닌 '무능'이죠. 만약 수연, 수미가 물에 빠졌다면 서서히 침몰하는 딸들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인물입니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면 자매들 스스로 방법을 강구했을 거예요. 숨이 넘어가는 딸들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무표정은 그 자체가 공포스럽습니다.

2. 설명을 위한 설명

<장화, 홍련>이 사용하는 공포 도구들이 창의적인 건 아닙니다. 귀신들은 <>의 사다코가 코디했을 법한 외모와 행동을 보여 주며 상당한 플롯들이 익숙한 공포 영화의 뒤를 따라갑니다. 하지만 리듬감 만큼은 잘 정돈되어 있어요. 덕분에 상투적인 도구를 잘 다룬다는 느낌을 갖게 하죠. 스릴러 장르와 마찬가지로 이 장르에서도 창의성은 바닥이 나버렸습니다. 승패에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죠. <장화, 홍련>은 흔한 귀신과 익숙한 플롯을 포개서 돌리고 있지만 결국 나타나는 그림은 '적중력 강한 공포'의 형상입니다.

다만, 후반부 반전에 대한 지진한 설명은 영화에 치명적입니다. 덕분에 후반부는 반전 하나 때문에 에피소드가 통체로 소모되고 있죠. <식스 센스>의 굴러가는 반지장면처럼 핵심을 관통하는 이미지없이 재연과 설명으로 반전을 묘사합니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영화가 반전으로 인해 급격한 유턴을 하는게 아니라 탁 거기서 멈춰 버리죠. 반전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전환이지만 감독의 머리 속에서만 멤돌다 멈춰버린 느낌입니다. 반전의 내용이 익숙한 게 문제가 아니예요. 손에 쥐고 잘 돌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숙한 반전 덕분에 <장화, 홍련>에는 관객과 평단의 편파적인 애정이 몰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열 개중 나머지 아홉 개가 뛰어난걸 감출 필요는 없겠죠. 올 여름에 쏟아질 우리 공포 영화 중에서 <장화, 홍련>은 그 완성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손색이 없을 겁니다.






윤현호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바람'의 존재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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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 Comments

보고나서 더 무서운 (또자) - 2003/06/21
볼때는 놀라기만 했거든요
근데 보고나서 자세한 얘기들
내가 몰랐던 얘기들을
마구 들으니까 점점 무서워져요
슬프기도 하구..
풍성한 뒷이야기들. faye69(윤현호) - 2003/06/21
근친상간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더라구요.
이렇게 영화 후에도 이야기가 풍성해는 영화가 대박을 치기 마련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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