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하고 있냐?>- 작정하고 못 만든 코미디.

리뷰

<모두 하고 있냐?>- 작정하고 못 만든 코미디. :::

윤현호 | 2004년 03월 10일
조회 7387

<모두 하고 있냐?>- 작정하고 못 만든 코미디.

거장이 된 감독들의 고전하던 초기작을 챙겨보는 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존재하는 모든 필름을 태워버리고 싶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파라나2>나 임권택 감독의 초기작들은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로만 마스터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증명한다. 여기에 기타노 다케시의 공인된 실패작 <모두 하고 있냐?>를 들이밀 참이다. 헌데 문제는 이 영화가 기타노의 초기작이긴 한데, 바로 직전에 <소나티네>같은 눈부신 성과물을 만들었다는 것. 게다가 <모두 하고 있냐?>를 끝내고 만든 영화는 <키즈 리턴> 아닌가? 자타가 공인하는 걸작 <소나티네>와 <키즈리턴> 사이에 있는 <모두 하고 있냐?>는 제목을 '왜 거기 있냐?'로 바꾸고 싶을 정도다.

무지하고도 단순한 청년의 '섹스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는 <모두 하고있냐?>는 애타게 섹스를 갈구하는 청년이 등장한다. 엽기적으로 단순한 이 청년은 스포츠카로 유혹하면 여자들이 카섹스에 동참할 걸로 여기고 힘들게 오픈카를 장만하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돌아오는 건 새빨간 손찌검뿐. 이 친구가 은행을 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배우가 되려는 것도. 투명인간이 되는 것도, 결국 파리인간이 되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인과는 오직 섹스를 하고 싶어서다

섹스 강박증을 유쾌하게 풀어갈 듯 하지만 영화는 공감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과장을 위한 과장에 동의하는 건 쉽지 않다. 섹스가 인생의 목표인 캐릭터는 영화적으로 공감되지만 이야기를 풀어 가는 과정에 동참하려면 우선 기타노 방식의 유머에 동참해야 한다. <소나티네>나 <하나비> <자토이치>처럼 일련의 작품에 짙게 깔려있던 폭력이 이를 희석시키지도 않으니 순도 100%의 기타노 유머를 감당하는 건 너무도 벅찬 일이다.

방송인으로서 기타노를 보지 못했지만 그가 심야 시간대에 저질토크쇼를 했다면 <모두 하고있냐?>는 그곳에 감금시켜야 할 영화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