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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과거와 캐릭터가 없다 :::


이윤형 | 2004년 09월 07일
조회 3238



‘가족’이라는 소재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이 있다. 하지만 그 이름만으로는 관객들을 부를 수 없다. 관객들이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착하진 않거니와 영화를 보는 데 효자거나 효녀인 게 작용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재가 아니라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관객은 <아이 엠 샘>에도 많은 표를 주지 않을 만큼 냉정하다.

<가족>에는 과거가 없다. 지금 하는 말과 행동이 모두 과거에 관한 것들이지만 정작 과거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고 그냥 믿으라고 강요할 뿐이다. 정은(수애 분)이 지금 그녀와 가족을 괴롭히는 창원(박희수 분)과 동수(엄태웅 분)와 어떤 관계였는지는 그들이 ‘관객님들~ 들어주세요’하고 장황하게 설명할 뿐이고 창원과 동수의 관계도 그저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고 따라서 대체 이 인간들이 어떻게 행동할 지, 감도 잡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정은과 그녀의 아버지 주석(주현 분)의 관계이다. 왜 그들의 사이가 그토록 나쁠까. 계속 그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어림짐작하게 되지만 갑자기 또 사이가 좋아지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 모호한 부녀는 극도로 사이가 안 좋다가 별 사건도 없이 갑자기 세상 둘도 없는 부녀 사이가 된다.

이야기는 슬프다. <아이 엠 샘>보다 슬프다.
서로 사랑하는(순수한 의미다!) 부녀가 어쩔 수 없이 떨어지게 되는 이야기보다 사이가 나쁘던 부녀가 이제 겨우 사랑을 확인하게 됐는데 이러 저러한 이유로 떨어지게 되는 이야기가 더 슬프지 않겠는가. . 이들 사이에 훼방꾼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 캐릭터를 증오하게 될 거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부녀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부녀의 사랑이 그럴 듯 하고 그 이야기가 눈물겨워야 가능해진다. 그저 아버지가 “나는 이러저러해서 니가 싫으니까 때려쳐”하고 딸은 “나도 요로조로해서 아버지 싫으니까 때려칠게요”하는 장소만 바꿔가면서 나누는 대화는 전혀 눈물겹지 않다. 무언가 사건들이 있어야 하고 이 사건이 갈등을 만들어야 하고 그 갈등이 이야기를 눈물겹게 만들어야 한다.

사건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굵직한 몇 개의 사건과 이미지가 있다. 이 사건과 이미지는 앞뒤만 제대로 맞는다면 너무너무 슬프고 가슴 아픈 사건과 이미지이지만 문제는 이 사건이 너무 뚱딴지같다는 것이다. 가슴을 졸이다가 뻥! 하고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음~음~하면서 그냥 그렇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내밀어진 이미지이다.


부녀간의 사랑은 확실하게 애틋해야 한다. 이를 훼방하는 사람은 확실한 악당이어야 한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가야 모든 게 명확해진다. 하지만 이 눈물겨운 이야기는 이해하지 못할 캐릭터의 악당에게 괜한 매력을 심으려 했고 부녀간의 사랑에 엄한 꼬마 한 놈을 끼워넣었다.

이, 동생이란 캐릭터의 꼬마는 연기를 너무 잘하는 게 탈이다. 심지어 나는 꼬마가 누나 역할인 수애에게 뽀뽀하는 장면에서 ‘저 새끼..느끼는데..’싶었을 정도다. 아버지와 누나의 다리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영악한 꼬마다.

사실, 이 영화는 푹 빠져서 보기에는 좋다. 미간 사이를 살짝 올리고 슬픈 듯한 눈을 하고 보기에는 좋다. 실제로 내 옆에 있던 ‘아저씨’는 아이스크림 뺏긴 애처럼 엉엉~하면서 울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 가족에게 모든 마음을 다 주고 봐야 한다.







이윤형
전 '리버스' 편집기자. 현 '씨네라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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