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밀리 맨> cage is in the mood for love :::

윤상열 | 2000년 12월 14일 조회 2767
Cage is in the mood for love
헐리웃은 이제 제작자들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모양이다. 공화당의 부시나 민주당의 고어가 헐리우드를 개혁하고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때부터 이런 낌새는 있어 왔다. 서양인들에게 있어 가족이란 의미를 가장 크게 일깨워 주는 시즌이 바로 크리스마스이다. 하지만 헐리웃은 요 몇 년 동안 가족영화라 불리 울 만한 실사영화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였다. 90년대의 서막은 맥컬리 컬킨 이라는 7살난 꼬마 아이의 비명소리로 가족영화의 흥행시대를 알리는 듯 했지만 헐리웃은 꼬마 아이의 비명소리 하나로는 먹고살기에 덩치가 너무 커 버렸다. 당연히 폭력과 성이 난무하고 조잡한 화장실식 유머가 어지럽게 판을 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다는 것은 현실상황과 실정에 맞는 않는 일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미 국민들은 아우성이였고, 그들의 표를 잡기 위해 노심초사 하던 두 노친네는 영화판을 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것이다. 그에 어울리지(?) 않는 계절 영화가 나왔으니 바로 <패밀리 맨> 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를 보면서 사람들은 왜 그가 액션스타가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96년 <더 록> 이전에 그는 선댄스에서 공로상을 받을 만큼 B급영화에 잦은(?) 출연을 해왔었다. 그러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이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라는 명예를 안게 되면서 그에게는 연기력 이외에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게 되었다. 엔터테이너라면 한 번 쯤은 가져 볼 만한 명예, 인기, 돈 같은 것들 말이다. 그에게는 그 이후 한 번의 나락도 없이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자신만의 연기경력을 쌓아오기에 충분할 만큼의 노력도 다분했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것은 관록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자연스럽게 쌓여가겠지만 말이다.
<문스트럭>의 로니를 보면 잘 알겠지만 닉 케이지는 그 특유의 어눌한 말투가 보는 이로 하여금 작은 실소라도 꼭 유발하게끔 하는 매력이 담겨져 있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잭(니콜라스 케이지)은 맨하탄의 유능한 투자분석가에서 하루아침에 작은 마을의 타이어 샐러리맨으로 전락하지만 그 특유의 어눌한 말투가 상황 반전에 당황해 하는 모습을 더욱 더 유머스럽게 만들어 주고 있다. 거기에 더하는 어리광에 가까운 흥분되고 초조한 모습까지 끝없는 위트가 영화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 크리스마스에는 제격인 모습이다.
사실 월스트리트는 보기 보다 건설적인 지류가 흐르는 곳은 아니다. 가족과 떨어져 100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리며 자신의 사무실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하고 언제 해고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애처로운 모습들은 모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들에게 이 영화는 행복의 조건을 달고 자신의 인생에 길을 한 번 더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아마도 이러한 것이 크리스마스겠지만 -영화 <헨리에 관하여>는 현실적인 가족의 대안이라는 점에서 패밀리맨과 유사하지만 상황은 다르다. 주인공 헨리는 사고로 인하여- 우스꽝스럽게도 이 영화 역시 편의점에서 주인공은 사고를 당한다. 정말 몹쓸 곳이군...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다. 유능한 변호사로서 아내 몰래 바람도 피우고, 어린 딸에게는 관심도 없는 그런 빵점 자리 노릇을 하던 그가 사고로 인하여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리면서 아내와 딸과 함께 자신이 원래부터 잃어버리기 시작했던 진정한 자신의 참모습과 가족이라는 사랑의 모체를 알아간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는데 액션스타로서의 절정기를 맞았던 해리슨 포드가 이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부터 '패밀리맨'의 니콜라스 케이지의 캐스팅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띠운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가족의 사랑과 구성원들간의 조화로운 삶에 관한 근착에 있어서는 마이클 니콜스 감독이 한 수 위였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가정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체계 안에서는 요술 같은 일이 언제나 벌어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추억의 되새김질 또한 반복되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는 쉽게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
성공한 사업가 잭은 어느날 자신의 집 근처의 편의점에서 강도를 만나게 된다. 사업적인 수완을 발휘해 강도와 아무런 불상사 없이 가게를 정리한 잭은 강도에게서 받은 복권이 인생의 한 순간을 다시금 되돌리는 기적의 복권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다음날 아침 13년 전에 헤어졌던 여자친구와 작은 두 아이들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지만 허겁지겁 달려간 자신의 집과 사무실에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제 자신은 월스트리트의 잘 나가는 투자가가 아니라 뉴저지의 작은 읍내에 차려진 타이어 가게의 평범한 샐러리맨이며 13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와 결혼하여 아이 둘까지 둔 공처가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는 13년 전의 선택을 다시 한번 되돌린 새로운 인생의 경험을 맛보게 되는데....,
이처럼 행복한 인생사를 신이 인간에게 부여했다면 사람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탓하지 않아도 언제나 웃으며 삶을 향유했을 것이다. 두 번의 인생을 경험하게 한 후 자신에게 맞는 삶을 선택하게 하는 것. 대니 앨프만의 몽환적인 음악은 또 한번 상상의 저편에서 춤을 추듯 나불거리고 브렛 레트너 감독은 잭(니콜라스 케이지)에게 그 공간의 풍요로움을 삶으로 이어가길 바라며 자신의 수다스럽고(<머니토크>), 전투적이던(<러시아워>) 영화적 시간에서 조금 비껴간 여유로움으로 이 영화를 꾸며 나간다. 한 번만 절실하게 더 생각하면 평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흠뻑 취하도록 술잔을 가득 채워주면서 말이다. 물론 그것은 알콜이 아니라 모 CF에도 나오는 정(情)이겠지만 말이다.
크리스 아이작의 'wicked game'에 맞춰 춤을 추는 그들을 보면서 이것은 단지 신들의 작은 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 조금은 반갑게 호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니콜라스 케이지의 노래 실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영화 속 티에라의 노래'la la means i love you'를 열창하는 장면이 영화가 끝난 후 유쾌하게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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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상열 아..아름다워라....
여..여자가 그렇게 보일 때...
사..사내는 그 여자를 본다...
아..아직도 모르는가 그대는...
여..여태 깨닫지 못했는가...
사..사랑은 당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유일한 삶이란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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