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뭐야! 별 밖에 없잖아

리뷰

<별> 뭐야! 별 밖에 없잖아 :::

윤현호 | 2003년 05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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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는 스테레오 타입화된 고아 청년이 등장합니다.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고, 대인관계에 소질이 없어 기르는 개가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죠. 결정적으로, 몰래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딱 한 명 있다는 것까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 영우(유오성)의 사랑이 쉬울 리 없습니다. 결국 엇갈린 사랑은 조금이나마 열려 있던 그의 마음을 완전히 걸어 잠그게 만듭니다. 자청해서 한직을 선택한 영우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첩첩산중으로 도망치듯 사라져 버립니다.

1. 달님은 어디 갔지?

이 영화의 밤하늘에 보이는 건 별밖에 없습니다. 가끔씩 떨어지는 유성도 있을 텐데, 자기 자리를 꿰차고 있을 보름달이던 초승달이던 뭔가 있을텐데말이죠. 별을 보기 위해 옥상으로 나왔다지만 사람 욕심이 어디 소박하던가요? 별을 봤으면 달도 보고 싶고, 소원성취해준다던 별똥별도 있어야 뭔가 버라이어티 하잖아요. 목적은 성취되었지만 욕심은 허전하게 빙빙 돌고 있습니다.

영화 <별>에는 유오성밖에 없습니다. 상대역임에도 불구하고 포스터에서 박진희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마케팅쪽으로 보면 '스타 마케팅' 전략이겠지만 결과적으론 멜로 영화에서 여주인공의 부재를 살짝 폭로하는 양심선언입니다. ㅡㅡ

<별>에서 가장 생동감이 넘쳤던 장면은 유오성의 '고아'스런 연기가 아니라 내내 쌀쌀맞게 굴던 수연이 영우의 관심을 얻기 위해 몰래 별자리 책을 보고 있었다는 반전입니다. 눈도 한번 맞추치지 못하고 강아지 밥이나 사가는 사내에게 저 아가씨도 연정을 품고 있었구나 하는 반전은 진부하지만 따뜻한 미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연(박진희)과 관련된 사연을 몇 개정도 더 풀면서 이야기를 몰아가야 할 시점이죠. 하지만 딱 거기까지예요. 수연은 바로 무대에서 퇴장해 버리고 다시 영우만의 독백 모드로 진행됩니다. 관객들은 다시 별만 구경하고 있어야 하는 거죠. ㅡㅡ

2. 지켜보기가 답답해.

혼자만의 짝사랑은 당사자로선 간절하고 가슴아프고 역동적입니다. 한편으론 언제나 일말의 가능성을 스스로에게 남겨 두고 있죠. '어쩌면 저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어쩌면 내 사랑에 반응하지 않을까' 하지만 직접 행동하지 않는 한 알 길이 없습니다. 온갖 추측과 재연만이 무성하죠. 문제는 그런 사람들에겐 절친한 친구가 한 명씩 꼭 있다는 것. 그들은 반의무적으로 조언을 해줘야 합니다. 승부를 걸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친구를 보며 답답하고 한대 주어밖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답답한 건 <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자기만족에나 써먹을 만한 플롯과 인물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별>이라는 내러티브안에선 감동하고 즐거워하고 절망할지언정 그걸 지켜보고 뭔가 조언을 해줘야 하는 절친한 친구에겐 참 난감한일이 아닐 수 없죠.

졸지에 뺑소니 범인으로 몰려 좌천을 당하는 상황이나, 단순히 약속 한번 틀어졌다고 수연에 대한 마음을 깨끗이 정리해 버리는 플롯은 측은함을 넘어서 답답해 보입니다. 관객과의 의사 소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그냥 영화내에서만 동의되면 그걸로 끝이죠. 관객의 반발심을 고스란히 간직한 체 영화는 꾸역꾸역 도망가 버리고 맙니다.

<별>은 유오성의 멜로 연기를 보여준다는 흥행 포인트를 가지고 덤벼들었지만 결과적으론 유오성의 멜로 연기'만' 보여줬다는 한계를 보여주면서 아침을 맞이할 것 같네요. 물론 대낮에도 떠있긴하겠지만 도대체 보여야 말이죠. ㅡㅡ<★★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