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itation of Life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글: 양유창 2004년 05월 30일 저는 끌로드 를르쉬의 팬입니다. 이번주에 개봉한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역시 좋아한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몇년 전 부산영화제에서 보았는데 그때는 하루에 여러편을 보는 강행군 탓인지 이 영화의 중간부분에서 30여분을 졸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보게 되었죠. 예전에 어떤 평론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남과 여>가 1966년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는 바람에 그해 가장 중요한 영화였던 파졸리니의 <매와 참새>나 자끄 리베트의 <수잔 시모냉 - 드니 디드로의 수녀> 혹은 데이빗 린의 <닥터 지바고>가 상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이죠. 아마도 정성일이었죠. 그가 라디오에 출연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정성일이 직접 말한 것인지 정성일이 다른 프랑스 평론가 이야기를 한 것인지는 오래되어서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저는 끌로드 를르쉬가 <남과 여>를 통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이 어떤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994년에 키에슬롭스키의 <레드>를 집으로 보내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펄프 픽션>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에 버금가는 사건이었던 것이죠. 한때 여성편력으로도 유명했던 이 감독, 2002년에 9.11에 관한 단편영화 묶음에 참여하기도 할만큼 정치적인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만, 결국 를르쉬는 '사랑'이 그의 영원한 테마인 사람입니다. 줄기차게 사랑을 노래하고 영화화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의 영화는 '뮤직 로맨스'라는 장르로 불러야 할 것입니다. 제가 한때는 이 사람에 관한 장문의 평론을 쓴 적도 있었죠. 워낙 다작이고 또 구하기 쉽지 않아서 그의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인생 만세> <에디뜨와 마르셀> 같은 영화를 좋아합니다. 기발하고 유머러스하며 물 흐르듯 유연성이 넘치는 영화 - 유기적인 영화. 를르쉬의 영화세계입니다. 특히 <인생 만세>는 정말 숨겨진 걸작입니다. 를르쉬의 영화가 기본적으로 사랑을 다룬다는 것을 프랑스에서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예 를르쉬가 직접 등장해서 이렇게 비꼽니다. "내 영화 안봐도 무슨 내용인지 뻔하다고요? 이번엔 다르죠." 그리고는 핵전쟁과 대재앙을 예고하는 SF 스릴러 환타지를 선보입니다. 예의 그 멋진 프랑스 샹송과 함께요. 우리나라에서 그의 영화는 딱 세 편 개봉되었습니다. <남과 여>, <레미제라블> 그리고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은 2002년 깐느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만 여전히 평론가들로부터 별로 좋은 소리는 듣지 못했죠. 사실 이전 영화들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발하고 또 위트도 있습니다. 파트리샤 카스가 직접 출연하여 여러 샹송을 들려주는데 시침 뚝떼고 <남과 여>의 주제곡을 부르는 장면은 참 재밌더군요. 더군다나 '남과 여'라는 비유가 예의 그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한 부인과 그녀의 정부와의 기묘한 관계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더 유머러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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