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itation of Life

정보의 공유, 나비넥타이의 비밀


글: 양유창
2000년 12월 10일

미연합국 플로리다주는 경찰들과 군인들로 분주한 곳이다. 특히 마이애미-데이드 지역과 팜비치 지역은 그 분주함의 중심지이다.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기자들과 장사꾼들로 정신이 없다. 그렇잖아도 멕시코와의 국경이 접해 있어 온갖 밀수 및 탈주의 온상지였던 마이애미 지역은 더 바빠졌다.

미 대선이 한 달 가까이 끌려다니고 있다. 어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이 다시 고어에게 희망을 안겨다주면서 끝나가나 했던 대선의 마지막 불씨가 다시 점화됐다. 미국민들은 지겨울테지만, 언론이나 우리같은 외국인들은 재미있기 그지없다. 그 재미는 왠만한 헐리웃 드라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번에는 어떤 수가 나올까? 다음 결말은 어떻게 될까? 예측이 정말 힘들고 그래서 심심찮게 내기도 오고간다.

고어와 부시는 연설을 할 때마다 뒷 배경에 성조기를 몇 개 걸어둘까 하는 것 가지고도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과연 잠은 잘 잘까? 벌써 거의 한 달이 다 되가는데.. 선거운동기간까지 합치면 근 두 달 정도 잠을 못자고 있는 것 아닐까? TV화면에서 조깅하는 모습을 비춰주는 고어. 카우보이 모자 쓰고 손흔드는 부시. 너네들 정말 잠은 잘 자는거니?

고어와 부시의 표 격차가 158표로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미국판 '고부간의 갈등'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끝날 때까지 며느리도 모른다. 부시가 이겨서 선거인단을 뽑는다고 하더라도 정작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국회 회기에서 민주당이 시간을 질질 끌면 통과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고부간의 선거인단수는 4명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즉, 부시측에서 3명이 반란을 일으키면 전세는 뒤집히는 것이다. 2명만 민주당으로 넘어가도 선거인단수가 각 269명으로 동수가 되어 결국 대통령은 선거인단으로 뽑지 못하고 다른 방식으로 뽑아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둘다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수도 있다. 미 연방법은 차선으로 상원의장, 하원의장, 국무장관, 재무장관 순으로 대통령이 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적고 있다. 결국 시간을 질질 끌다가 결국 내년 클린턴 퇴임할 때쯤 되어서 고어와 부시 모두 닭쫓던 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미국의 이런 대권갈등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뭘까? 일각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초반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큰 이벤트를 터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쟁이나 깜짝외교 등을 통해 국민의 눈을 해외로 돌려서 미국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를 미국민들에게 각인시킴으로써 자신의 정권을 다지는 방법으로, 지지기반이 취약한 권력자들이 많이 쓰는 전술이다. 이런 이벤트가 한반도에 벌어진다면?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흐음, 그건 아무것도 아냐. 윌리암. 지금 이런 노래를 듣고 있다. "William, It was really nothing." 스미스의 노래다. 정말 그런 걱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때가 되면 다 알아서 될 테니까.

Napster가 있어서 좋은 점은, 돈주고 CD를 사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누구누구의 신보가 나왔다고 하면 어떻게 돈을 마련해서 그 CD를 장만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냅스터를 통해 MP3를 다운받아 듣는다. 덕분에 잘 모르던 외국곡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지금 듣고 있는 곡들은 Magnetic Fields의 "69 Love Songs", Elliott Smith의 "Figure 8" 수록곡들과 Belle and Sebastian, JJ72의 "Snow", 그리고 Brian McKnight의 "One Last Cry" 등이다. 밤에 어울리는 음악들.

확실히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 난 인터넷이 돈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니까. 광고수익도 한계가 있다. 몇몇 전자상거래 업체가 돈을 벌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 돈은 인터넷을 통해 나오는 돈은 아니다. 그냥 기존 오프라인 유통을 통해 번 돈이 인터넷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인터넷은 무한대로 뻗어가지만, 그것은 망사형의 네트웍이 아니라 나비넥타이 모양의 네트웍이다. 즉, 지역별로 거점이 있고 그 거점을 중심으로 뭉쳐있는 네트웍이다. 정보는 그 거점별로 모이고 그 거점이 뭉쳐 다시 하나의 거점이 된다. 하지만 좀처럼 그 안의 정보만큼은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다. 정보는 그런 것이다. 모두의 생각이 다르듯, 정보 역시 다르다. 그 거점을 만들고 하나의 나비넥타이를 갖는 일, 그것이 우리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다.

그러니까 여러분, 여기 와서 제 목소리 한 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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