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itation of Life

<거짓말>이 상영되어야 하는 이유


글: 양유창
2000년 01월 15일

어차피 논쟁이란 자기 입장을 밝히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또 다른 점을 인정해가면서 발전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인간 사이의 '싸움'이어야 한다.

<거짓말>이 잠잠하더니 다시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개봉이후 정도가 심각해져서 이제 검찰의 수사까지 받고 있다.
필자가 알기로 어제 중앙일보의 보도는 오보였고,
(아직 구속은 없었고 단지 수사검토단계다)
검찰에서 "거짓말"에 우려를 표하며 조기종영 등의
타협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거짓말>의 이슈화와 공권력과의 갈등은
상당부분 현재 사회상황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이것에 입각해서 필자는 <거짓말>이 공개 상영권한을 침해받아서는
안되는 이유를 제시해보려 한다.


1) 첫번째 이유는, 여론과 표현의 자유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의 상영불가 이유로 (보수)시민단체는
여론조사 결과 시민들의 80%가 이 영화를 포르노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로 각종 언론매체나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는
대략 70-85% 정도가 이에 찬성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말 무시해서는 안될 함정이 있다.
80%는 그냥 수치일 뿐이다. 또, 나머지 20%는 이 영화가
포르노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점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여론조사는 선거1등을 뽑는
여론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20%의 의견은 충분히 높은
수치이고 그들은 이 영화가 포르노가 아니므로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우리가 대체로 정말 "포르노"라고 부르는 것들은
일반적으로 99%가 '포르노'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그것을 본다.
하지만 <거짓말>의 경우 대략 15-20% 정도가 이 영화의
포르노성을 부정했고, 이 수치는 언론에서 부추기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5명 중의 1명이다.
4명을 위해 1명을 죽여버릴 것인가? 그것이 민주사회인가?

2) 두번째 이유는, 이 수치가 사회적 상황과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강자 서장의 사창가 단속이나 4월 총선과 연관되어서
지금 사회전반이 돌아가고 있다. 지나친 획일주의라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것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80%가 원하니까 총선을 위해서는
여론을 따른다는 '명목' 하에 자임되고 있는 이 폭력!
우리는 실제로 <거짓말> 관람이 성인의 자아형성이나
가치관 혹은 문화적 충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즉, <거짓말> 관람은 사회에 명백한
위험이 되는 행위가 아닌 것이다. 사창가도 없애는 판국에
저질 포르노 영화상영은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논리다.
왜냐하면 그 주장에는 아무것도 스스로 정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포르노"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토론을 벌여야 하며,
"포르노의 상영"에 대해서도 다시 토론을 벌여야 하며,
또 "사창가"의 비참한 인생이 포르노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토론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거짓말>과 관련한 언론보도나 검찰 운운 등
행동이 단지 총선을 위한 여론수렴 혹은 여론타협의 일환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3) 세번째 이유는, <거짓말> 압수조치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한국은 대외적으로도 인권보장이 안되는 나라, 표현자유가 없는 나라,
개인의 의사가 무시되는 집단사회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게 좋고 나쁨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이 과연 가능하냐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이러한 편견에
맞서 여러 각도로 싸워왔다. 인권보장, 표현자유, 개인복지향상 등
지난 10년동안 우리 스스로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자위했고,
한편 차차 좋아질거라는 희망 속에 있었다.
보수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신년마다 하는 얘기는, 우리사회가
좀더 투명하고 깨끗해지고 중산층을 위한 복지사회여야 한다는
말들 일색이다.
여기에 <거짓말>을 대입해보자.
<거짓말>을 포르노로 취급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이에 대한 논쟁을 허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투명한 사회인가? 여론조사 높다고 구속해버리고 압수해버리는 것이
생산복지사회의 밑거름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이 글을 읽는 분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믿는다.

영화 한 편에 불과한 것을 너무 크게 떠든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십만명이 이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수십만명이라는 수치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즉, 이 숫자는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왔던 '성'에 대한
담론을 끌어낼 수도 있고, 또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토론이나
우리사회 20%와 80%, 즉 여론조사결과 찬성한 쪽과 반대한 쪽의
의사를 함께 포용하며 발전시켜갈 수 있는 충분한 수치인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필자는 <거짓말>을 둘러싼 일방적인 여론몰이가 지양되기를 바라며,
활발한 토론이나 좀더 건설적인 논쟁이 제시되기를 희망한다.
또, 이 자리에 공권력은 어설픈 구속자의 역할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런 기대가 실현되기에 우리 사회는 너무 좁은 것일까?


sanity u.d.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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