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itation of Life

'YMCA 야구단' 선비는 어떻게 타격할까


글: 양유창
2002년 10월 13일

이런 말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YMCA 야구단'은 올해 남은 한국영화들 중 유일하게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만큼 앞으로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라인업은 심히 걱정된다. 유치한 제목들과 도발적인 카피만이 남아 있는 한국영화를 설명해준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유없는 섹스가 난무하는 개봉예정 한국영화들은 과연 어떤 흥행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한 요즘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 영화에 대해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하다가 문득 정성일이 쓴 <오아시스>평이 떠올랐다. [씨네21]이 부록으로까지 할애해가며 싣어준 그 글은 사진 한 장 없이 빽빽히 수페이지를 채우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정말 긴 글이다. [키노]에나 어울릴 법한 만연체의 글이기도 했다.

영화에 관한 글은 어떻게 써야하는걸까. 정성일의 글을 읽어보면, 말하는 요지는 간단한데, 그것을 장면분석, 씬 분석을 해가며 장황하게 나열하고 있다. 사실 시나리오가 책상 위에 놓여져 있지 않는 한 그런 장면분석기사는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고, 또 그렇게 답답한 기사는 가독성이 없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런 글을 써서 발표한다. 그것도 차별화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 저널에 논문 같은 글을 쓰는 것 말이다.

그러나, 대개의 영화평이란 천편일률적이어서 더이상 새로운 형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영화가 좋았다, 나빴다. 제작과정이 이랬다더라, 연출이 어떻다, 배우가 어떻다, 이러저러한 감흥을 준다, 그밖에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들, 아는 체하는 '다른 영화의 경우' 비교하는 이야기들.

더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은 나를 슬프게 한다. 기존에 형성되어왔던 '완성도'라는 개념에 앞으로 만들어질 모든 영화를 짜맞추어야 하는 그 편협함이라니!

'YMCA 야구단'은 좀더 새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상상의 나래는 기존의 틀 안에서 한풀 꺽여야 했다. 눈에 거슬리는 김혜수가 연기한 신여성 민정림양이나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로드무비>의 그 사람이라고 짐작하기조차 힘든 변절자의 아들 황정민, 재기 넘치는 송강호신구(A)의 대화가 있었지만, 이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2% 부족하다. 무언가 '야구'를 소재로 무궁무진하게 뻗어갈 것 같았는데, 중간에 탁탁 걸리면서 씁쓸한 미소만을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그것은 무엇일까? 2%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이 영화 좋았어' '이 영화 별로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이면의, 우리가 공적인 생활을 반납하고 마련한 2시간에서 비용을 치른 만큼 가져갈 수 있다고 믿었던 대가란 무엇일까? 영화를 보고나서 갖는 감흥과 2% 부족한 서운함이 남기는 여운이 과연 그 기회비용을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영화에 관한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지 쓰면 쓸수록 알 수가 없다. 내가 그 2%를 설명할 자신이 없기 때문인가. '그냥 남는 시간 영화나 보자' 라고 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영화가 직업인 사람이 가져야 하는 자세는 무엇인가. 고정된 틀 속에 자꾸만 자신을 가두려고 하는 현대 영화의 경향과 그것을 완성도라는 별점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맞물려서 영화는 점점 정형화되어 간다. 그래서 'YMCA 야구단'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소소하고 정감있는 유머를 중간에 배치하면서 무거운 스토리를 '야구'라는 가벼운 소재(?)로 풀어내는 고전 스포츠영화의 원형을 차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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