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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추석을 앞둔 코미디 3편 :::
<오! 브라더스><불어라 봄바람><조폭 마누라 2>

양유창 | 2003년 08월 26일
조회 10564


올 추석은 예년보다 빠르다. 그래서 추석을 겨냥한 한국영화도 서둘러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추석에는 항상 한국영화가 강세였다. <공동경비구역 JSA>, <조폭 마누라> 같은 흥행 대작들이 추석시즌에 나왔고, 작년만 해도 <가문의 영광> 같은 영화가 추석부터 롱런했다.

아마도 지금 한국 영화계는 또한번 올 가을 추석 흥행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9월 5일 나란히 개봉하는 세 편의 영화가 기대를 채워줄 수 있을까? 최근 흥행 경향을 반영하듯 세 편 모두 코미디를 전략으로 채택했다. 한 편은 코미디에 가족애를, 한 편은 로맨스를, 그리고 또 한 편은 액션을 가미한 것이 차이점이다. 기자시사회를 통해 미리 만난 세 편의 영화에 대해 간략히 살펴봄으로써 흥행을 점쳐보자.

<오! 브라더스>

한 마디로: 흥신소를 하면서 돈 받아주기, 불륜장면 사진 찍기 등의 일을 하던 이정재가 어느날 죽은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이복동생 이범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휴먼 코미디. 신인감독의 데뷔작이지만 설정이나 대사가 꽤 감각적이고 예리하다.

웃음을 만드는 방법: 이범수가 나올 때마다 웃음이 터진다. 실제 나이는 12살이지만 성인의 외모를 한 그는 조로증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감독은 이 병을 오히려 웃음을 위한 재료로 만들었다. 이범수가 룸살롱에서 칼을 들고 위협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

완성도: 깔끔하다. 나쁘지 않다. 코미디에서 휴먼 드라마로 넘어가는 장면에서 자칫하면 신파로 빠질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유품에서 보듯 관객의 호기심을 끝까지 잡아 끌면서 자연스러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정재 친구 류승수의 너무 기능적인 등장으로 인한 역할부재, 이문식의 뜬금없는 몰락 등은 아쉬운 부분이다.

비교할 만한 영화: <레인 맨>이나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병을 앓고 있는 한 남자와 그를 보살펴주는 남자의 버디영화라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이들 영화 보다는 코미디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덤 앤 더머>를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른다.

흥행예감: 부담 없이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싶은 분에게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이정재가 출연한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징크스는 큰 핸디캡. 투자사로 더 유명한 KM컬처가 자체 제작하고, 메가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쇼박스에서 배급.

<불어라 봄바람>

한 마디로: 짠돌이 소설가 김승우와 그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된 다방 종업원 김정은이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 <라이터를 켜라>로 코믹 감각을 보여준 장항준 감독의 두번째 영화.

웃음을 만드는 방법: 김승우의 얼빵한 미소와 김정은의 애교 넘치는 말투, 거기다가 입담 좋은 장항준의 재치있는 이야기 전개가 웃음보를 터뜨린다. 동물의 왕국을 좋아하는 김정은에 빗대어 봄철에 결혼하는 남녀를 동물의 짝짓기와 비교한 장면은 단연 압권.

완성도: 조금 아쉽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설정들이 참 많지만 짜임새가 떨어진다. 초반부 시트콤 분위기의 동거 코미디가 후반부로 오면 난삽해진다. 할머니의 연애담, 문하생의 동성연애 등 이것저것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제대로 추스리지 못해 정신이 없다. 아마도 장항준은 감독으로서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시나리오 작가로서 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비교할 만한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다방 옆 전셋방' 버전이라고 볼 수 있을까? 둘이서 함께 픽션을 만드는 것이나 같은 집에서 알콩달콩 살면서 정들어가는 것이 닮았다.

흥행예감: 김승우와 김정은은 약간의 비호감이 있는 배우이다. 전작 <역전에 산다>와 <나비>는 모두 흥행에 참패했다. 더구나 <라이터를 켜라> 역시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는 아니다. 한 마디로 오리무중. 입담 좋고 기발한 장항준의 능력만 믿고 시네마서비스가 제작, 배급까지 맡았다.

<조폭 마누라 2 - 돌아온 전설>

한 마디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가위파의 보스 신은경이 중국집에서 평범하게 살다가 문득 자신의 과거를 깨닫게 되는 액션 코미디. <가문의 영광>으로 노골적인 코미디 영화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정흥순 감독의 세번째 영화.

웃음을 만드는 방법: 이 영화의 코미디는 툭툭 끊긴다. 템포가 느려서 다소 지루한 감이 있다. 그나마 박준규의 대사와 신은경의 '가위손'이 웃음을 이끌어낸다. 주책맞은 주현(A)이나 오빠를 외치는 글래머 걸, 헬스클럽과 목욕탕 등에서 마주치는 남자 등은 웃기기보다는 너무 어이가 없다.

완성도: 전편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110분 러닝타임의 3/4 동안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입담 거친 남자들을 상대하는 중국집 배달원 신은경의 여성 영웅 에피소드만 몇몇 나열될 뿐이다. 영화 촬영 도중 신은경의 실명사고가 있었고 후반작업 도중에는 서세원과의 법적 다툼이 있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일까. 영화는 완성도에 큰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

비교할 만한 영화: 전작인 <조폭 마누라>와 주윤발 주연의 홍콩영화 <정전자>가 떠오른다. <정전자> 역시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킬러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정전자>처럼 가슴 찡한 장면을 기대해선 금물.

흥행예감: 전편의 흥행 성공은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평판이 너무나 안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통쾌한 여성 보스가 나오는 <조폭 마누라>의 손을 들어주었다. 따라서 속편의 흥행 역시 예측불허. 전반적으로 영화의 완성도는 설상가상이라고 할 만큼 불편하지만, 영화 처음과 마지막 장면의 액션 만큼은 좋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울려퍼지는 옥상 액션 씬은 우아하면서 가슴 설레고, 전편에서 최민수가 깜짝출연했던 마지막 장면처럼 장쯔이가 등장하는 부둣가 장면은 영화에서 유일하게 힘이 솟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기다리기 위해 관객들이 나머지 시간 동안 계속되는 지루함을 참아줄 수 있을까? 전편과 마찬가지로 현진시네마 제작. 배급은 CJ엔터테인먼트.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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