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 영화가 없다 :::

양유창 | 2004년 02월 01일 조회 7334
극장 숫자는 늘어가고 있는데 극장가를 돌아보면서 느끼는 점은... 볼 영화가 없다.
<반지의 제왕>과 <실미도>가 전체 스크린 숫자의 90%를 차지했던 2003년 12월 24일 이후 1달 동안 관객의 시선을 끈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와 <라스트 사무라이> 단 두 편 뿐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일 년에 대략 몇 편의 영화가 만들어질까?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몇 십만 편은 될 것이다. 그런데 2004년 1월 한 달 동안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십여편에 불과하고 또 극장에서 제대로 볼 수 있었던 영화는 4편밖에 안된다.
푸념은 그만하자. 지겨우니까. 2월 5일이 되면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마도 전국 스크린의 50% 이상을 싹쓸이 할 것이다. 이미 엄청난 홍보를 통해 보고싶다는 사람이 줄을 서기도 했지만, 설사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도 극장으로 가면 이 영화 외에 다른 영화를 볼 도리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메가박스 전관에서 이 영화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든다. 아니,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같은 영화사의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에 <실미도>에 두관 정도 내줄 지도 모르겠다.
옛날 생각이 난다. 뭐 아주 오래전은 아니고, 96년 97년 그때쯤이다. 극장에는 잘 알지 못하는 영화가 곧잘 걸리곤 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바다 냄새나는 여인>이라는 영국영화다. 어느날 우연히 이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었다. 찾아보니 감독이 앤드류 버킨이다. 앤드류 버킨은 당시 영국에서 촉망받는 감독이었다. 제목이 왜 이렇게 촌스러울까 생각했는데, 원제는 Salt Skin. 뭐 그 밥에 그 나물이군.
앤드류 버킨의 영화를 한 번도 본 적 없던 나는 서울극장으로 가서 그 영화를 보았다. 참 괜찮은 영화다. 서정적인 바닷가 풍경과 부부의 불륜이 서늘한 기운 속에 그려져 있다. 쿨한 영화.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쁨을 맛볼 수가 없다. 어느날 우연히 시내의 극장을 찾아가 숨어 있던 진주를 발견할 가능성 : 0.01%
다만 예술영화 전용관을 표방한 몇몇 극장에서만 작품성 있는 영화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그 0.01%에 도전할 수 있을까? <알게될거야>, <러브 미 이프 유 대어>라는 프랑스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자는 누벨바그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신작이고, 후자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신예 얀 사뮤엘의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파고 속에 시내 유수의 극장에서 이 영화를 상영할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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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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