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선보일 영화들 뭐가 있을까? :::

양유창 | 2004년 12월 22일 조회 8369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이나 <알렉산더>가 정작 영화가 만들어진 미국에서는 그다지 흥행하지 못한 반면 외국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입과 DVD 판매수입 등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헐리우드는 이제 돈 잃지 않는 시장을 가진 듯한데요. 덕분에 2005년에도 많은 미국 영화들이 전세계 관객들의 호주머니를 노크하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한국에서 한국영화가 강세라지만 아직까지 흥행하는 미국 영화들은 제법 큰 돈을 벌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막강한 물량공세를 벌이는 대작들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 한 번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관객을 끌어모읍니다.
한편 대작들에 밀려 소규모의 영화들은 수입되어도 극장 잡기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죠. 다양성을 점점 잃어가는 한국영화계가 편식을 하지 않으려면 대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소규모 배급망이 자리잡아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 자리에서는 2005년에 한국에 선보일 외국영화들을 한 번 짚어볼까요?
우선, 헐리우드 대작들의 라인업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내년에는 애니메이션과 각종 대작들의 속편이 강세입니다. <로봇>은 <아이스 에이지>를 만들었던 20세기 폭스사의 크리스 웨지팀이 새로 선보이는 CG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완 맥그리거와 할 베리가 목소리 주연을 맡았죠. 이에 맞서 드림웍스에서는 벤 스틸러와 크리스 록의 목소리로 <마다가스카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산드라 불록의 <미스 에이전트 2>,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완결편 <스타워즈 3 시스의 복수>, 배트맨 다섯번째 이야기 <배트맨 비긴스>, 귀여운 그로밋을 다시 볼 수 있는 <월레스와 그로밋>, 30년만의 리메이크 <킹콩>, 프랭크 다라본트의 <화씨 451>, 빈 디젤의 <한니발> 등이 내년에 선보일 헐리웃 대작들입니다.
이중 단연 기대를 모으는 <배트맨>과 <킹콩>을 살펴볼까요? <배트맨 비긴스>는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을 맡고 <아메리칸 싸이코>, <이퀼리브리엄>의 크리스찬 베일이 새로운 배트맨으로 분합니다. <배트맨과 로빈>으로 아주 정신없게 나열된 이 코믹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에서 시점을 배트맨의 유년기로 돌립니다. 배트맨과 고담시의 기원, 그리고 악당인 알굴과의 대결에 영화를 집중할 듯합니다. 과연 크리스찬 베일이 배트맨의 유년시절을 연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라스트 사무라이>의 와타나베 켄이 어떤 악당 연기를 보여줄지는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피터 잭슨의 신작 <킹콩>은 사실 <반지의 제왕> 이전에 유니버설사와 계약이 되어 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당시 6백5십만달러로 감독 계약을 했지만 <반지의 제왕>의 엄청난 성공 이후 그의 연출료는 2천만달러로 늘었고 또 수익의 20%를 가져가게 되었다고 하네요. 물론 여기에는 그의 동료 작가 프란 월시와 필리파 보옌의 몫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이 1930년대 킹콩의 존재를 찾기 위해 해골섬을 여행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역할을 맡았고, 1976년 <킹콩>에서 제시카 랭이 연기했던 킹콩의 여자는 나오미 와츠가 맡았습니다. 그동안 지적인 현대여성 역할을 주로 해왔던 그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또 <피아니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 '골룸'으로 친숙한 앤디 서키스가 출연합니다.
한편 <주라기 공원 4>, <다이하드 4>, <엑스파일 2>, 'XXX2', <터미네이터 4>, <프레디 대 제이슨 2>, <러시 아워 3>, <해리포터 4>, <인디아나 존스 4>는 끝내 2006년으로 개봉일이 연기된 영화들입니다. 바야흐로 헐리우드는 속편의 전성기로군요.
헐리우드 대작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짝 엿볼 수 있는 다른 영화들도 있습니다.
숀 펜과 나오미 와츠가 <21그램> 이후 다시 만난 <리차드 닉슨의 암살>은 닐스 뮐러의 감독 데뷔작으로 1974년 닉슨 암살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한 사업가의 시점으로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아메리칸 파이> <어바웃 어 보이>를 만들어 단숨에 헐리우드의 총망받는 신예로 떠오른 폴 & 크리스 웨이츠 형제의 <좋은 친구>(혹은 좋은 회사에서 / 원제 In Good Company)는 요절복통 코미디입니다. 두 남자, 데니스 퀘이드와 토퍼 그레이스는 회사의 합병으로 한 직장에서 일하게 되는데 직장 상사인 토퍼 그레이스는 데니스 퀘이드에게 거의 아들 뻘되는 나이라 사사건건 티격태격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토퍼가 데니스의 딸 스칼렛 요한슨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죠. 웨이츠 형제 특유의 쿨하면서도 감성적인 코미디를 기대해봅니다.
한편 <일 포스티노>로 많은 사람을 파블로 네루다의 시에 빠지게 만들었던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이 헐리우드 진출 이후 부진을 씻고 오랜만에 고전영화로 돌아옵니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이전에도 여러번 영화화된 적 있었지만 알 파치노와 조셉 파인즈가 주연이라니 왠지 궁금해지는군요.
<꽃피는 봄이오면>의 프랑스 버전인 <코러스>도 눈여겨 볼만한 영화입니다. 1948년 어느 광산 마을의 교사로 부임한 클레망 마티유가 아이들의 합창으로 마을을 감동시킨다는 내용입니다. 모처럼 가슴이 따뜻한 프랑스 영화 한 편이 도착할 듯싶군요.
국내에 소개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남부가 승리했다는 것을 가정으로 미국 역사를 새로쓴 'CSA: Confederate States of America'라는 가짜 다큐멘터리도 주목해봅니다.
로버트 드 니로는 <갓 센드>에 이어 또 스릴러에 출연했습니다. 존 폴슨 감독의 <하이드 앤 시크>에서 그는 부인의 죽음과 함께 잃었던 9살난 딸을 갑자기 찾게 됩니다. 하지만 딸에게는 '찰리'라는 이상한 친구가 있어 아버지를 긴장시킵니다. 이중적인 성격의 딸은 <아이엠 샘>의 연기파(?) 다코타 패닝이 맡아 연기합니다.
<옹박>의 화끈한 액션을 기억하시는 팬이라면 '농툼'이라는 닉네임의 권투선수를 다룬 태국산 액션 드라마 <뷰티풀 박서>가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밖에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인질>, 초자연적인 미스터리 살인의 쫓는 형사 크리스찬 슬레이터의 <얼론 인더 다크> 등이 내년 스크린을 수놓을 액션영화들입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12살난 소년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고레에다 히로가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도 내년 극장 개봉을 손꼽아 기다려 볼 만합니다. 도쿄의 아파트에서 엄마와 행복하게 살던 4명의 아이들은 어느날 아파트에 버려집니다. 엄마가 집을 나간 것이죠. 이제 아이들은 위험천만한 도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마치 이질 르 베스코의 올해 프랑스 영화 <반액요금>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거린더 차다 감독의 <신부와 편견>은 그녀의 전작 <슈팅 라이크 베컴>과 마찬가지로 전통과 사랑 사이에서의 갈등을 유쾌하게 포착한 코미디입니다. 엄마는 전통의식대로 딸을 결혼시키길 원하지만 딸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결혼 못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는 미국 갑부인 남자와 한눈에 반하게 됩니다. 전형적인 미국 속물처럼 보이는 남자인데 이것이 정말 사랑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여러가지 좌충우돌 상황이 발생합니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경쾌함을 떠올린다면 이 영화의 결론 역시 사랑이 편견을 넘어서는 해피엔딩이겠죠?
<매트릭스> 이후 자신을 넘어서지 못했던 키아누 리브스의 신작 역시 내년에 선보입니다. 선과 악의 경계를 탐험하는 미스테리 모험물 <콘스탄틴>인데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초자연 스릴러에 끌리는 것은 몇년간 계속된 <매트릭스>의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에 싫증난 탓일까요?
참, 한국영화 <올드보이>가 내년 미국에서 3월 25일 몇몇 지역에서 개봉합니다. 일본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스팀보이>, 주성치의 <쿵푸허슬> 및 산드라 블록의 <미스 에이전트 2>와 같은 시기에 개봉해 경쟁을 해야하는데요. 결과를 한 번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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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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