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가을날 우울한 사회 이야기 :::

양유창 | 2001년 09월 07일 조회 11093
갑자기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꼭꼭 숨겨놓았던 마음 들킨 것처럼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손가락과 손가락이 맞물려 움직이는 메카니즘 하나. 덧붙여 사물을 보는 눈 하나, 마음을 읽는 눈 하나, 밤이 오면 감을 수 있는 눈마저도.
고통은 내부로부터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도 온다. 난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3 보수정당이 공조파기를 운운하는 것이나 하이닉스에 계속해서 투자할 수밖에 없는 채권은행들, 일제청산의 상징 운운하며 없애버린 국립중앙박물관을 신축하는데 따르는 또한번의 '부실공사,' '한류' 보도행태에 늘 등장하는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의 논리, 베네수엘라 정부와 AIG의 현대에 대한 아주 우스꽝스러운 장난과 그 장난에 당황하는 한국기업과 정부, 남자와 여자를 외모와 학력으로 등급을 매겨 결혼을 알선해준다는 기업형 결혼정보회사, 짝짓기 열풍인 인터넷 포털사이트, 한국 20대 여성의 48%를 차지하는 윤락여성들, 그래서 청소년 성매매를 하고도 인권보호 운운하는 어떤 XY들, TV에 연일 반복되는 '자유민주주의'적인 드라마들과 그 변주곡인 사극들.. 난 정말 '자유민주주의'가 싫다.
 | 최근 구체화된 은하계 중심부의 블랙홀 |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만들기는 이 땅에서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왜 한국사회에서는 사회가 개인을 돌보아주지 않는걸까? 왜 학교와 성적과 경쟁이 그렇게 중요시되는걸까? 왜 기업은 나이제한, 성별제한, 용모제한 등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걸까? 아무도 공공교육에 기부하지 않는 사회, 국민총생산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상위 5%가 나머지 95%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사설경비업체와 계약하는 사회. 솔직히 이런 나라에서 살기 싫다. 유럽의 극우보수세력이 한국에서 정치를 해도 그 특유의 전통 사회주의적 경향 때문에 '빨갱이'로 몰릴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우리는 땡보수들이고, 왕수구들이며, 혹은 아무것도 아닌 우물안 이끼들이다. 아예 모두 다 죽어버리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죽은 사람과 바보 뿐이다. 우리끼리 여기 편하게 앉아서, 찾아오는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한국사람 어때요?"라고 물어보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 우리만 '동방예의지국'이라 예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제정신 박힌 사람들이라면 얼굴 마주보고 나쁜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동방예의지국'의 점잖은 한국사람들은 다른 문화권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파벌을 만들고 끼리끼리 뭉치는 패거리 문화를 보여준다.
오감과 오감을 연결시켜주는 메커니즘을 잃어버린 탓에 머리가 아프다. 계속되는 시사상식의 단편적인 습득과 암기는 나를 단순한 정보의 노예로 만들어버린다. 내 꿈을 실현하기에 이 사회는 너무 좁고 불편하다. 또한 역시 불친절하다.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고 싶다. 친절한 미소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람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감싸주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낯선 미얀마 노동자들에게 미소를 건네는 일은 그렇게 힘든 것일까?
최근 콩밥을 먹고 있는 J일보 회장이 부회장으로 있는 IPI의 '조사단'이라는 사람들이 와서 한국언론에 대해 '언론자유탄압 감시대상국'이라고 선언하고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의 5%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다. 국제언론인협회(IPI)에 방부회장이 돈을 얼마나 기부하길래 그런 일까지도 해주는걸까?
|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