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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2002 대선정국 감상법 :::


양유창 | 2002년 03월 12일
조회 10328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인간은 없다. 정치에 관심 없다고 하는 젊은 사람들도 알고 보면 일상 생활 속에서 매우 정치적인 삶을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만드는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곧 정치다.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지난주 제주로부터 출발했다. 인구가 적은 지역부터 많은 지역 순으로 약 2달 동안 계속될 이번 레이스는 국민경선 참여제를 도입함으로써 한국 정치 역사에 큰 획을 그엇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이 첫 번째 민주주의 지렛대였다면 이번이 그 두 번째라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살아 생전에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대선 관련 보도들을 접하면서 나는 <데드 존>이라는 한 편의 미국영화를 떠올렸다. 엄밀하게 말하면 캐나다인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미국에서 스티븐 킹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한편으로 매우 정치적인 영화다. 주인공 크로스토퍼 워큰은 사고 후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다. 사람의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의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투시력이다. 그 능력으로 마을에서 선행을 하면서 조용히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 대선 후보 연설회에서 환호하는 관중들 틈에 섞여 있다가 우연히 그와 악수를 하게 된다. 그 악수를 통해 그는 그 대선 후보가 나중에 대통령이 되어 인류를 멸망시킬 핵폭탄을 터뜨릴 것을 명령하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는 그를 저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그런 예지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의 손을 한 번이라도 우연히 잡아본 사람이 있었다면, 과연 그들이 대통령이 되도록 순순히 내버려 둘 수 있었을까? 이회창-박근혜-이인제/노무현 중 한 명으로 좁혀지고 있는 지금은 어떤가? 나는 한 번 이들의 손목을 잡아보려고 한다.

먼저 민주당 경선지로 가보자. 이인제와 노무현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혹자는 노무현의 텃밭이었던 울산에서 노무현의 세가 약했기 때문에 이인제가 유리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혹자는 이인제 대세론이 꺾였기 때문에 노무현 쪽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변함 없는 것은 경선에서도 지역투표와 조직투표가 대세를 이루었다는 것이고, 의외인 것은 국민들의 참여도가 낮아서 국민참여 경선이라는 빛이 조금 바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 정체성을 밝히자. 나는 물론, 노무현을 지지한다. 노사모 회원들이 인터넷을 지지고 볶고 다니는 것에 싫증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뒤에서 돈줘가면서 사람 끌어들이는 이인제보다는 낫다. 두 명의 후보를 선상에 놓고 보았을 때, 내 선택 기준은 이렇다. 이인제는 민주당 후보로서의 정통성이 없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이인제는 국민당이나 무소속 후보로 어울릴 지는 몰라도 민주당 후보는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와 싸웠던 그가 이제 당적을 바꿔 출마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이인제는 지난 4년간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어 보인다. 나는 이인제가 민주당 고문이라는 것 이외에 무슨무슨 일을 했다는 보도를 접해보지 못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대선만 준비했던 그보다는 적어도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내고 부산에서 국회의원 출마해서 떨어진 노무현이 명목상 적격이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노무현에게도 단점은 있다. 첫째, 우리는 노무현에 대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을 뿐 실제로 노무현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 지 알지 못한다. 실제로 그동안 대선후보로 불려져왔던 인물들이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처럼 역사가 오래되고 굴곡이 많았던 인물들이었기에 지금 부상하고 있는 후보군은 웬지 성에 차지 않는다. 이것은 아마도 제왕적 대통령중심제의 폐단일 지도 모르고, 혹은 과거의 인물들이 사라지는 역사의 변환기에 겪을 수 있는 단절 현상일 수도 있겠다. 변호사, 국회의원, 장관 정도의 경험을 소유한 노무현이 대통령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는 그래서 의문이다. 더구나 한국 같은 작은 나라에서는 외교력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둘째, 노무현의 이미지는 TV와 맞지 않는다. 지난 번 'MBC 100분 토론'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그는 타후보에 비해서 조금 표정이 불안해 보인다. 타고난 외모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지메이킹 시대에 이것은 치명적이다.

앞으로 민주당 경선에 대해 아마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김근태 고문이 사퇴했다고 해서 그 표가 모두 노무현에게 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고, 국민들의 투표율이 저조한 현실은 분명 노무현에게 불리하다. 보수성을 신선한 목소리 이미지로 치장해버린 정동영이 이인제가 아닌 노무현의 표를 잠식해갈 가능성도 있다. 나는 특유의 화술로 사람을 사로잡는 MBC 앵커 출신인 정동영의 인기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가 개혁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은 기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내세우는 정책들은 절대 개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한나라당에 더 맞는 사람이다.

개혁적이라고 잘못 알려진 인사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박근혜다. 나는 이 사람에 대해 잘 모른다. 왜냐하면 그녀는 한 번도 자신의 입장을 발표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정책이 있어야 평가하고 자질을 생각해볼텐데 아무것도 없다. 예전에 박찬종이 무균질인간이라고 홍보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실제로 그의 뒤에는 세균이 득실거렸었다. 박근혜는 아직 백지상태다. 그러나, 심히 우려되는 것은 그녀의 전력과 그녀가 만나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녀는 박정희 아래에서 권세를 누리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IMF 사태로 인해 박정희가 재부상하기 전까지 그녀는 별로 주목받아본 적이 없다. 난 그녀가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자는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후자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어필한다. 김영삼, 김종필, 이수성, 김윤환, 홍사덕 등이 그녀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지켜볼 일이지만, 거품은 꺼져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이회창에 대한 평가가 남았다. 그에 대해서는 길게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 북미관계에 대해 그가 여기저기에서 하는 언급들을 보라. 그 말들이 정녕 진심이라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회창의 세가 점점 약해지면서 조선일보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제 이회창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밤의 대통령은 박근혜와 이회창 중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2002 대선 레이스. 월드컵보다 더 길고 박동감 넘친다. 문제는 이런 흥미진진한 인기투표 게임이 앞으로 5년의 한국사회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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