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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캐치 미 이프 유 캔> 지엽적인 문제들 혹은 세대교체 :::


양유창 | 2003년 01월 19일
조회 7319


첸 카이거가 말랑말랑한 로맨틱 에로영화를 찍고, 장 이모우가 스펙터클 무협대작을 찍는 21세기, 스티븐 스필버그는 더이상 <이티>를 찍지 않는다.

장만옥, 양조위, 유덕화, 이연걸 10년 전에도 최고 스타였던 이 이름들은 여전히 중국계 영화에서 유효하다. <영웅>과 <무간도>를 통해 그 입지를 더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더 어린 배우들이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장쯔이가 <와호장룡>에 이어 계속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선배들 내공의 키는 높아만 보인다. 잡을테면 잡아봐! 라며, 미국 최고 배우의 자리를 톰 행크스에 이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뒤쫓고 있는 그 상징성에 비하면 확실히 중국계쪽은 아직 인물이 없다. 혹은 시스템이 인물을 키우지 못한다.

씨네라인을 운영하다보면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가 영화 제목 띄어쓰기와 인물 제목 철자법이다. 예컨대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제작발표시에는 <잡을테면 잡아봐>였다가 수입 후에는 <캐치 미>로 개봉예정되었던 작품이다. 그러다가 제목이 영어 원제로 확정되었다. 뭐 영화 홍보사가 충분히 고민하긴 했겠지만, 내 생각에는 <잡을테면 잡아봐>가 더 재미있게 쏙 와닿는 제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제목이 길고 또 띄어쓰기가 많다보니 헷갈린다. <캐치미 이프유캔>으로 할 지 <캐치 미 이프 유캔>으로 할 지 말이다. 사람 이름의 경우에는 발음에 있어서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연걸을 요즘에는 리롄제라고 하는데 사실 영화 사이트에 와서 '리롄제'로 검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보면 꼭 원칙이 도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람은 발음 그대로 하는게 한글 맞춤법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인 중 전혀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캐서린'으로 써야 하는지 '카트린느'로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너무 옆길로 샜다. 어쨌든,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마음에 드는 영화다. 디카프리오의 재미있는 행보가 단순 재미에 그치지 않게 하는 많은 장치들이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 장치는 크리스토퍼 워큰과 톰 행크스로부터 나온다. 도대체 아들의 행보를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까지나 아들의 후원자가 되어 줄 것 같은 아버지 역의 크리스토퍼 워큰, 소심한 성격을 극복하고자 직업에 투철하게 매달리는 FBI요원 톰 행크스는 디카프리오와 함께 영화를 이끌어가는 세 축이다.

생각해 보라. 만약 디카프리오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리저리 변신을 하는 무용담으로 영화가 진행되고, 쫓는 FBI요원 톰 행크스가 아무런 성격적 결함도 없이 카리스마를 지닌 채 수사에 임했다면 영화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다. 스필버그의 최대 장기인 '가족'은 갈수록 좀더 센티멘털해지고 사실적이고 분열되지만 여전히 그리운 마음의 고향이다. 크리스마스에 항상 전화하는 디카프리오에게 톰 행크스는 말한다. "전화할 곳이 없어서 나에게 전화한거잖아!"

제임스 카메론이 찍었다면 이 영화는 아마도 좀더 섹시해지고 파워풀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스필버그의 영화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하게 되는 기대들 - 가령 디카프리오가 도대체 어떻게 변신을 하고 그 실존인물은 어떤 직업을 능청스럽게 살아갔을까 - 을 충분히 충족시키고 더불어 그런 당돌한 재능이 단지 이혼 도장 찍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누구도 선택하지 못한 채 뛰쳐나간 여린 가슴의 한 미성년자의 가정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관객이 느낄 때 영화는 좀더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고, 스필버그가 나름대로 우중충한 SF 2편을 끝내고 가볍게 몸풀기를 시도한 방식이기도 하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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