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박하사탕> 특별시사회 관객과의 대화 글: 김용호 2000년 01월 08일 참가: 이창동, 명계남, 설경구, 김여진, 문소리
A> 명계남: 앞서가는 배우들에 의한, 앞서가는 영화라고 확신합니다. 그동안 우리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편식증, 이 영화를 통해 고쳐져야 한다고 자신합니다. 유지나: 고뇌하는 지식인의 좌절된 영웅담이 없습니다. 한국사의 가장 암울했던 시기의 가장 중요한것, 그동안 간과해왔던 그것을 드러냈습니다. 이창동: 긴 영화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한 영화입니다. 설경구: 한계를 느끼면서 찍은 영화입니다. 제작자님의 무모한 캐스팅, 감사드립니다. 문소리: 저는 더 무모한 캐스팅입니다. 김여진: 박하사탕, 볼때마다 눈물이 나고, 볼때마다 이렇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얘기하게 됩니다. 모든것에 감사드립니다.
A> 명계남: 이런 무모한 풍토가 한국에서 행해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무모함을 자주 저지를수 있다면 신나는 영화판이 될것 입니다. 송일곤(단편영화 <소풍>연출): 제가 이제껏 보아온 한국영화중 처음으로 스승 으로 여길만한 영화,스텝,감독님을 만났습니다. 이용관: 너무 과도한 칭찬이 아닐까요? 송일곤: 솔찍한 이야기입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입니다. 이창동: 저도 <소풍>을 보고, 한수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두가 스승이고, 모두가 부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저는 모두에게 배우고 싶습니다.
A> 이창동: 영화의 내적형식인 시간을 거스린다는 것이, 단순히 사건의 배열을 바꾸는것이 아닙니다. 시간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을 표현하는 영화 입니다. 인간은 삶속에서 시간의 아이러니를 알지 못합니다. 내용상 시간의 아이러니를 느낄만한 시점에 기차를 출현시켰습니다. Q> 관 객: 설경구라는 배우에 대한 느낌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남성의 우는 모습을 자주 표현하는 이유는? A> 이창동: 우선 설경구씨가 실제로 눈물이 많습니다.(웃음) 20년이라는 세월의 폭을, 살면서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설경구씨를 만난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건조해 보이지만, 내면 에 감정의 바다를 지니고 있는 배우입니다. 그리고 한국사람은 잘 우는 민족인것 같습니다. Q> 관 객: 새천년 첫날으로 개봉시기를 잡으셨는데, 저는 이영화가 한국영화 전체를 싸안는 씻김굿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A> 명계남: 전략적인 개봉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씻김굿 차원의 영화는 아닙니다. 이창동: 그렇게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거창한 의도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내면 시간의 내음을 생각해보고 싶었 습니다. 시간은 절대적으로 복원이 불가능합니다. 젊은이들이 그 시간의 의미, 미래의 의미를 느낄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좋은꿈이었으면 좋겠어"라는 대사처럼 앞으로의 미래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화, 그것을 관객들에게 드리고 싶었습니다. 개인은 결코 현실에서 자유로울수 없습니다. Q> 유지나: 남성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속에서 여자상은 어떻게 연기했습니까? A> 김여진: 주변인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픔은 전염됩니다. 그런삶을 사는 여자입니다. 어떤 케릭터보다도 살아있는 여인 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소리: 역사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첫사랑 여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한국의 평범한 여인상을 연기하고 싶었습니다. Q> 관 객: 감독님의 <초록물고기>를 감명깊게 보았습니다. <초록물고기>이후 지금까지 변화한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초록물고기>과 비슷한 장면들이 <박하사탕>에서도 보입니다.(기차, 주인공이 자전거타고 빙글빙글 도는 장면), 특별히 좋아하는 것들 입니까? A> 이창동: <초록물고기>만들었을 때가 40살이었고, 지금도 40대입니다. 40살이 넘으면 특별한 상황이 있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그럽니다. 이젠 취향을 알겠다고... <초록물고기>에서 도는 장면은 가족이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박하사탕>은 특별한 의미입니다. Q> 관 객: 영화속에서 들꽃을 좋아하고, 순수했던 영호가 변화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혹시 군대는 아닐까요?
A> 이창동: 한인간에게 작용하는 힘과,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저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통의 한국사람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
었습니다. 한국의 20년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딛기면서,
결정적으로 부딛길수 없는 상황이 주어지긴 하지만, 모든 삶에는
질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