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미인> 너무나 늦게 본 고양이처녀의 복수
글: 원상이
2001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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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호러라는 장르자체가 그다지 인기를 끌고 있지는 않지만, ( 작년에 나왔던 네 편의 한국호러들은 전부 호러팬들의 지지를 받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 7,80년대만 해도 많은 수의 호러들이 제작되었고, 흥행에도 꽤나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컬트감독으로 재조명된 김기영 감독도 그 당시엔 흥행감독으로 항상 대박을 터뜨린 호러/스릴러 감독이었던 것이다.
즉, 한국호러하면 여곡성 정도를 떠올리는 지금의 세대 ( 탁군을 포함한 ) 들이 제목도 들어보지 못하고, 물론 보기도 힘든 많은 호러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일호 감독의 '정형미인'도 그런 호러들중의 한편이다. 집안이 고양이의 저주를 받아 첫 딸이 고양이의 모습 ( 그러나 조악한 특수효과는 고양이분장이 아니라 마치 먹물을 얼굴에 찍어놓은 모습으로 비친다...누구냐! 갓 태어난 아이의 얼굴에 먹물을 칠한 것은....--;; ) 으로 태어나자 성형외과의인 딸의 아버지는 그 날 태어난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간신히 살아남은 고양이처녀는, 자신과 운명이 뒤바뀐 친아버지의 딸과 그 집안에 복수를 감행한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원한과 복수라는 한국호러의 전형적인 정서에 딱 들어맞는 설정인 셈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불길한 동물로 알려진 고양이를 등장시킨 점도 극의 흥미를 돋구게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감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고전' 한국호러들이 그렇듯이 영화는 지금시대와 맞지 않는 대사와 조악한 특수효과로 관객에게 발작적 웃음을 '뜻하지 않게' 강요한다.
( 이런 걸 보면 '여곡성'의 진가는 더욱 높아짐을 알 수있다. '여곡성'은 몇 개의 눈에 거슬리는 대사를 제외하면 지금도 충분히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
특히 극의 메인 캐릭터인 고양이 처녀는 커서도 여전히 얼굴에 묻은 먹물을 지우지 않고 있고, 목소리는 저팔계의 그것을 닮아있다.
( 생각해보자. 여자 저팔계가 얼굴에 먹물을 묻히고 ' 내 이럴 줄 알았지...' 하면 그게 무서울지 웃길지....--;; )
메인캐릭터가 이 모양이니 굳이 현대극이면서도 촌티 풀풀나는 대사가 아니더라도 관객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다.
거기다가 그 당시의 기술적 조악함을 감안하더라도 핸드헬드로 찍었는지 핀트가 전혀 맞지 않는 화면이나, 출시사의 횡포인지는 몰라도 배우의 입모양과 거의 5분 이상은 차이나는 립씽크등은 영화를 감상하는 것 자체를 하나의 '믿을 수 없는 고문쇼' 로 만들어버린다.
이 쯤에서 관객을 화나게 하는건 족하련만, 원래 그렇게 만들었는지 출시과정에서 잘렸는지 러닝타임이 거의 1시간 정도밖에 안되는 영화는 앞 뒤 장면 연결이 전혀 맞지 않아 대체 쟤가 왜 저기서 저 짓거리를 하구 있는 것이야...라는 말을 몇 번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 뒤 전후사정이 잘려버린 마지막 시퀀스는 꽤나 그럴듯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어 제대로 된 모습의 영화로 봤다면 괜찮았을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앞에서 말한 적이 있는 고양이처녀라는 설정도 신선한 편으로 호러영화자체로서는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과거의 호러영화들을 볼 때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지금의 시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요소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의 호러영화들을 보면서 단지 '웃기니까' 본다면 ( 호러로써의 재미는 일체 무시한채 ) 차라리 잘 만들어진 다찌마와 리나 다른 코미디 영화들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호러영화를 코미디 영화로 보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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