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영화 2> 이런 영화가 나온다는게 더 무섭다
글: 원상이
2001년 11월 30일
헐리웃 영화를 말함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공식 중의 하나. '성공한 전편은 속편의 제작을 가져온다. 그러나....전편을 결코 따라 올 수없다.' 이것은 최근 들어 헐리웃 영화들이 자국시장이 아닌 다른 나라의 영화시장에서 죽을 쑤기 시작하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면 그 전편의 후광을 등에 업고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남기고자 속편에 매달리는 것이다.
일반적인 코미디 장르보다 성공하기 어려운 ( 특히 한국이라는 시장하에서 ) 패러디 장르의 영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패러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이미 전편에서 모든 아이디어들을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속편의 성공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고 할 수있지만, 그래도 그 약간의 확률에 헐리웃의 제작자들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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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서운 영화 2는 다른 무수한 헐리웃의 속편들과 마찬가지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뻔한 속편이다.
스크림이라는, 무덤에 묻혀 사장될뻔한 슬래셔라는 고대장르를 무덤 밖으로 끌어낸 이 걸작 호러를 무참히 밟아주며 화장실 유머 가득한 코미디 영화로 바꾸어 놓았던 이 영화는 속편에서 쓰잘데기 없는 패러디 영화의 속편들 ( ZAZ사단의 총알 탄 사나이 씨리즈나 에어플레인 씨리즈같은 ) 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한다.
영화는 처음 오프닝 시퀀스 ( 영화를 통틀어 가장 볼 만한 장면이다. ) 에서 이 영화의 나갈 길을 제시한다. 오컬트의 걸작 '엑소시스트'를 패러디해서 보여줌으로써 이번엔 슬래셔가 아닌 오컬트를 패러디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시퀀스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지만 ( 망가진 제임스 우즈의 연기는 압권이다. ) 그것뿐이다. 이 오프닝이 지나고 나면 전편과 똑같은 인물들이 똑같은 개그를 벌이기 시작한다. 쇼티는 여전히 대마중독자인 정박아이고, 신디는 멍청한 모범생, 레이는 이성애자를 가장한 호모이고 브렌다는 특유의 말투로 끊임없이 떠들어댄다.
물론, 화장실 유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조롱은 그 강도가 더욱 심해졌지만, 초반 그 절정을 이루는 다리를 못쓰는 교수의 조수와 팔을 못쓰는 집사의 설전은 이런 종류의 화장실 유머에서 보여지는 개그치고는 너무나 독설적이다. 화장실 유머에서 보여지는 특유의 장난기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캐릭터에서 몇 명을 더 추가한 캐릭터에 있어서도 집사를 제외하고는 전편의 인물들에 묻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
영화의 패러디라는 점을 보더라도, 스크림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전편과는 달리 정신없이 여러영화를 오가고 있다. 기본 줄거리는 '더 헌팅'이고, 그 밖에 시퀀스마다 가지각색 여러 영화들을 패러디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산만한 느낌을 주며 그 플롯은 거의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패러디 영화에서 플롯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라도, 이 영화를 직접 보시길. 이 영화는 아예 기본 플롯이란 게 존재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후반부 시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션 임파서블 2'나 '미녀 삼총사'의 패러디를 보고 있자면 과연 이 영화가 호러 영화의 패러디를 표방했던 '무서운 영화'의 속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그리고 가장 최악인 점은 이 모든 시퀀스가 따로 놀고 있는 이 영화에서 실제로 이펙트 강한 한 장면을 골라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무서운 영화를 봤을 때 제일 먼저 느꼈던 점은 한 시퀀스 시퀀스를 분리해놓고 보면 재미있으나 그것이 한 편의 영화가 되었을 때는 별반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전편에서는 효과가 큰 장면이 많았는데 이 속편에서는 대체 무슨 장면이 언제 나왔는지조차 기억하기 힘들 정도이다. ( 개인적으로 전편 최고의 장면은 '스크림2'의 오프닝 패러디라고 생각한다. )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 화면에 관객의 웃음소리로 들리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화질만 보면 캠버전인것 같지는 않고 - 탁군은 이 영화를 인터넷에서 봤다...- 웃음도 조작된 것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거의 중반 지나 후반부에서는 더이상 그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 음, 어쩌면 오프닝에서만 나왔을 수도 있겠군...--;; )
이 웃음이 진짜 관객의 웃음소리이든 시트콤 분위기를 내려한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든 간에 실제로 영화를 본 탁군의 웃음도 이 영화 화면에서 들리는 관객의 웃음과 똑같은 감정선을 탔다는 것, 그것이 이 주저리주저리 중얼거린 감상평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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