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킷티어> 이게 달타냥이야 황비홍이야?
글: 원상이
2001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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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군에게 미국식 정통 액션이라 함은 특수효과를 배제하고, 적당한 유머와 기교없는 적당한 총격전을 섞은, 이를테면 존 맥티어난 감독의 '다이 하드' 같은 영화를 말한다.
이런 식의 액션영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돈쳐바른 SF 액션대작이나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아크로바틱한 액션씬이 주를 이루는 영화들이 들어차게 되었다.
이것이 '매트릭스'와 '와호장룡'의 성공의 영향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 실제로 헐리웃에서는 얼마전 몇 년전에 나왔던 '철마류'가 뒤늦게 개봉하여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엔 원작이 엄연히 존재하고, 더군다나 그것이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삼총사'까지 그런 '홍콩식' 액션영화로 나타나고 말았다.
물론, 영화는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그건 미국 자국내에서의 얘기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액션이 헐리웃에서는 새로운 것일지 모르나, 아시아권, 그것도 한국에서는 이미 닳고 닳은 소재라는 것이다.
아무리 홍콩의 스텝진들이 와이어 액션에 도가 텄다고 해도, 미국 배우들이 그걸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까? 결국 - 이런 표현이 조금 극단적일진 모르지만 - 미국배우라는 돼지목에 와이어액션이라는 진주목걸이를 단 결과밖에는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만약 '머스킷티어'가 B급 비디오용 액션영화로 제작되어 마크 다카스코스나 게리 다니엘스같은 '격투기' 전문 배우를 기용했다면 얘기는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
계속적인 격투씬을 보여줘야 재미가 살아나는 영화의 특성을 무시하며 영화는 건방지게 SF 대작의 흉내마저 내려한다.
액션씬이 나오지 않으면 영화가 한없이 늘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 개인적으로 요새 나오는 헐리웃 영화들은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는 편이다. 단 30분의 재미를 보기 위하여 1시간정도를 참고 기다려야 하는 영화들이 너무나 많다. )
B급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감독답게 여전히 내용빤한 영화를 만들어대는 ( 그것이 원작까지 존재함에야 그 빤함이란 오죽하랴! ) 피터 하이암스 감독은 액션씬 이외의 연출엔 전혀 재능이 없으면서도 액션을 보여주려 하지 않아 결과적으론 하품만 계속해서 나오게 해주고 있다.
원래 '삼총사'는 제목처럼 달타냥보다는 젊은 세명의 총사들, 아라미스, 플토스, 아토스가 주인공이다. 이들 세명의 개성이 하나의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완벽한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머스킷티어'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 그러고보니 지딴에는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게 다 바보 병신같은 짓거리가 되고 말았다. --;; )
복수가 아닌 단수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달타냥 하나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 예전에 나왔던 멍멍기사라는 TV용 애니메이션에서도 달타냥은 잡종개로 나왔던 것 같은데 말이지....--;; )
이 한 명으로, 그것도 그리 카리스마가 강하지 않은 젊은 배우로 대체 어떤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영웅같지 않은 시골뜨내기의 무대뽀 전설로 바뀌고 말았고, 주변 인물들인 삼총사는 알콜중독자에 겁많고 검술실력도 별로 없는 ( 영화속에서 멋진 와이어 액션을 보일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자는 달타냥과 악당인 페브르뿐이다. ) 뒷골목의 쓰레기들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영화속에서 유일한 볼거리를 표방하는 액션씬도 첫 장면에서의 술집에서의 액션이 지나고 나면 그리 큰 볼거리를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추격씬에서의 멋진 합성( 최근 본 영화중에 이렇게 합성한게 티나는 영화는 첨 봤다. )에다가 저스틴 챔버스의 대역 ( 본인인지 아닌지 확실하지가 않아서... ) 은 와이어를 처음 달아보는지 홍콩배우의 절반도 못해주고 있다.
( 중간에 유성추- 줄 끝에 추가 달린 중국무기 - 비스무리한걸 쓰며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예고편에서 보고 굉장히 기대했던 이 장면도 직접 보니 마치 마구잡이로 추를 흔들어대는 것처럼 표현되고 말았다. )
심혈을 기울였다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사다리 싸움은 황비홍의 그것을 정확하게 따라하며 보는 이들에게 ( 국내에서 황비홍을 보지 않은 관객은 어느정도나 될 것인가. ) 친근감을 안겨주며 실망의 도가니를 맘껏 선사하고 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볼 만한게 개성있는 악역을 그럴듯하게 연기해온 팀 로스 뿐이라고 말한다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피터 하이암스는 발빠르게 유행의 흐름을 잡아내어 그럴듯한 기획영화를 만들어냈지만 국내에서는 때늦은 지랄일 뿐이다.
아마 앞으로도 미국배우들이 생지랄을 하며 와이어달고 날아다녀도 그게 와호장룡이나 매트릭스의 속편이 아닌이상 그리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아, 정말 극장가에서 볼만한 영화가 부족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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