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군의 공포영화기행

<토미에 리플레이> 이건 토미에가 아냣!


글: 원상이
2001년 12월 29일

탁군은 요즘 들어 일본 호러영화들을 즐겨보기 시작했다. 뭐,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그럼 그동안은 일본호러는 보지 않았느냐라고 물어본다면 얼굴을 붉히며 뛰어가겠지만 ( --;; ) 예전엔 그냥 있으면 보고 없으면 말지 라고 생각했던 것을 이제는 스스로 찾아가며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건 전적으로 최근들어 봐왔던 몇 편의 일본호러들이 기대이상의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언아더 헤븐'이나 '최면' 그리고 '정크 : 이블데드 헌팅' 같은 영화들이 바로 그러한 영화들이다.
( 게다가 이들 영화들이 모두 공교롭게도 출시판이 아니라는 현실은 탁군을 더욱 슬프게 한다. 간혹가다 출시되는 일본호러들을 우리 동네의 비디오 가게에서 보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

해서 탁군은 전편을 보고 시껍하며 당장 일본으로 달려가 토미에년의 머리를 잘라버리고 싶게 만들었던 영화 '토미에( 1996 )'의 두번째 시리즈를 - 사실 그리 보구 싶은 맘이 없었지만, 일본호러를 보구 싶은 마음에.. - 최대한 잠이 오지 않는 시간대를 택하여 감상하게 된다.

그러나, '후후 이번에도 전나 씹어줘야지.'하며 기대에 부풀었던 탁군은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토미에 리플레이'가 재미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뭐, 이건 개인적 취향의 차이겠지만 본인도 재미있어 하면서도 놀랐으니 그 충격이란..... )

원래 이 영화를 탁군은 처음 접한게 아니었다.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지만 지난번 동호회에서 봤을 때에는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졌던 뼈아픈 기억을 숨기고 있는 영화인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정설이 정반대의 기능으로 이 영화엔 적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기쁨 두배라는 식의.

영화판 토미에는 그 토미에라는 캐릭터의 설정부터 원작과는 큰 차별을 꾀하고 있다.

원작에서의 토미에가 필름 느와르에서의 팜므파탈을 호러적으로 풀어낸 것이라면, 첫 번째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또다른 자아로써 성장영화의 화법으로 영화를 풀어갔었다.
( 누차 말하지만, 첫번째 토미에는 광년이의 모습을 띠고 있다. 죽여버리고 싶었다......원작과는 정반대의 뜻으로..... )

이번 '토미에 : 다시놀다' (--;;)의 토미에는 말그대로 '괴물'로 표현되고 있다. 어떤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를 피하지 못해 6살짜리 아이의 몸에서 잉태된 괴생명체.

그녀는 재생은 기본이요, 옵션으로 스파이더맨처럼 벽호유장공 ( 벽을 타고 거꾸로 오르는 기술 )까지 선보이고 있다.

원작의 캐릭터에서 오던 기괴함이나 섹슈얼리티를 배제한채, '스피시즈'같은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냈다고 할까.

거기다가 이번의 토미에는 어처구니없는 수난까지 당하고 만다. 누구나 그녀를 한 번 보기만 하면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토미에가 영화의 주인공 후미히타 ( 맞나...?? --;; ) 에게만은 무시당하고 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아마도 절대 극중설정인 고등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 여주인공 유미의 성숙함때문이 아닐까 싶다.....--;; )

토미에조차 ' 이런 대접을 받기는 처음이야'라는 대사를 지껄이니 그녀의 기분을 마음깊숙이까지 느낄 수 있다.

결국 토미에는 우울증에 빠져 들어 ' 나 외로워' 하다가 목이 잘려 나가 죽어자빠지게 되는 것이다. (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

사소한 부분이지만 토미에의 전매 특허 애교점이 빠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있겠다.

이러한 점은 원작을 알고 있는 팬들에게는 물론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토미에를 만드는 감독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인지, 아니면 진취적 기상을 지녀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인지 원작을 개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토 준지의 팬으로써 안타까운 부분이다. )

하지만 이런 큰 차이점이 오히려 영화를 즐기는데 있어서는 플러스요인이 되기도 한다. 전혀 이 여자가 토미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어느 순간 원작을 잊어버리는 마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원작과 떨어뜨려 생각할 때, 영화는 구질구질했던 전편보다 훨씬 더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영화 특유의 뭔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분위기, 간혹가다 들리는 기괴한 사운드를 동반한 일종의 깜짝쇼는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유미가 발견한 일기장을 읽을 때, 간간히 화면에 섞여드는 패스트 모션으로 이루어진 회상씬이나 유미의 아버지가 돌아와서 '죽여,죽여,죽여, 괴물' 어쩌고 하는 장면은 꽤나 섬뜩한 느낌을 준다.

또한 원작에서 따온 것 같은 고어씬들도 강도는 그리 세지 않지만 자칫 조용하게 흘러갈 영화에서 심심함을 덜어준다.

제대로 된 일본호러라면 언제나 등장하고 있는 막판 악령과의 맞짱도 어김없이 등장해주고 있어 활력을 더해주고 있다.

거기다가 가장 큰 요소로 토미에, '호쇼 마이'가 전편의 빌어먹을 토미에 '칸나 미호'보다는 훨씬 더 나은 얼굴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궁...결국 그거였나.....?? --;; )

뭐, 좀 더 나은 수준이라고는 해도, 기껏해야 일본 학원물에서 나오는 양아치 여고생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어디야. 애교점 빼고 모조리 토막내버리고 싶었던 칸나 미호보다는 낫지.

( 사실 소설이나 만화에서 단순히 '와, 아름답다' 라고 하는 캐릭터를 영화속에서 되살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거기엔 보는 이의 상상력이 어느정도 첨가되기 때문이다. 과연 토미에가 원작에서 가지고 있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까? )

'토미에'는 현재 티비용으로 제작된 영화 한 편, 그리고 시리즈 세번째 '토미에 리버스'와 이번에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등, 이토 준지의 원작 중 가장 많은 영화화가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탁군이 봐온 토미에들은 모두들 원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미를 보여주었다. ( 그래봤자, 토미에랑 토미에 리플레이 밖에 없구나...--;; )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영화들이 원작의 모습을 재현하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 듣기로 TV판 토미에는 그나마 원작과 거의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

하지만, 이 리플레이 ( 토미에라는 제목을 붙이기 싫다...자기 최면..빠샤 ) 는 그래도 한번쯤은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대신에 탁군처럼 '이건 토미에가 아냐, 이건 토미에가 아냐'라는 자기 최면을 끊임없이 걸어가면서 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게 피곤하다면, 뭐 할 수없지. 영화가 다 그런거 아니겠나? 어떤 사람은 재미있고, 어떤 사람은 재미없고. 그렇고 그런거지,뭐.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